친정체제 구축.’ 이명박 대통령이 설 직전 단행한 장·차관급 및 대통령실 비서관 인사 결과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평가다. 이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박영준 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하고,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으로 부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에 다시 기용된 것도 이런 평가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친정체제 구축’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1월15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18일 ‘빅4’ 가운데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가 먼저 이뤄졌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정원장,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경찰청장에 내정된 것.
뒤이어 19일과 22일,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등 장관급 4명과 차관급 21명의 인사가 단행됐다. 그 사이인 21일 대통령실 비서관 7명과 장관급인 미래기획위원장 인사가 있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35명이 새로운 자리에 앉았다.
지난해 6월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한바탕 파동을 겪은 지 7개월 만의 인사치고는 소폭이다. 그럼에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의도가 읽힌다.
먼저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출신들이 주요 포스트에 대거 기용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원장에 내정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상임 자문위원을 맡았다.
신임 장관급 5명 중 4명 인수위 출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인수위 경제1분과위원회 자문위원,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외교통일안보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경제1분과위원회 전문위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기획조정분과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내정자를 제외하면 신임 장관급 5명 가운데 4명이 인수위 출신인 셈.
차관급 중에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윤진식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 등 5명이 인수위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다듬어왔다. 인수위 출신으로 이번에 대통령실 경제비서관에서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동연 비서관까지 합해 인수위 출신은 11명에 이른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임명된 미래기획위원장과 대통령실 지역발전비서관 자리를 제외하면 전임자는 33명. 이들 전임자 중 인수위 출신은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측근과 핵심 브레인들로 구성됐던 인수위는 정권 초기 주요 정책과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임무를 맡았다. 인수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는 두텁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출신 전임자 5명 가운데 4명을 재기용했다.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 김동연 국정과제비서관이 바로 그들이다. 강 차관은 조달청장으로, 김 비서관은 대통령실 경제비서관으로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이미 한 차례 이 대통령의 검증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통해 인수위 출신들을 중용하는 한편, 현장에 전면 배치한 것은 앞으로 정부 정책을 자신의 의지대로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다른 특징은 이 대통령의 학맥인 고려대 출신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전임자 33명 중에는 서울대 출신이 16명으로 거의 절반이었고 고려대 출신은 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35명 가운데 고려대 출신은 10명에 이른다. 12명으로 줄어든 서울대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영남으로의 지역 편중도 심화됐다. 전임자 33명의 출신 지역별 분포를 보면 영남지역은 부산 3명, 경남 4명, 경북 3명 등 10명으로 광주 4명, 전남 1명, 전북 4명 등 9명인 호남지역과 비슷한 비율이다.
이에 비해 새로 임명된 35명 중에는 부산 2명, 대구 2명, 경북 7명, 경남 2명 등 영남지역 출신이 13명으로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이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경북지역이다. 반면 호남지역 출신은 광주 1명, 전남 2명, 전북 4명 등 6명에 그쳤다.
이처럼 고려대 학맥과 영남지역 출신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이 대통령 자신이 신뢰할 만한 인물들로 대폭 교체했음을 의미한다. 전임자 33명에서 살아남은 9명 가운데 6명이 부산과 경남·북 출신이라는 점도 그런 의미의 인사라는 점에 무게를 싣는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경남 합천),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경북 영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내정자(경북 영천), 강병규 행정안전부 제2차관(경북 의성),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경남 남해), 장수만 국방부 차관(부산) 등이 그들이다.
나머지 3명은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서울), 전병성 기상청장(충남 예산), 김동연 국정과제비서관(충북 음성)으로 이들은 모두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면서 검증을 받은 이들이다. 호남을 비롯해 나머지 지역 출신은 모두 ‘아웃’됐다.
하반기 총리 포함 대폭 개각 예상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사실이다. 이 의원과 가까운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의원의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이던 최측근 장다사로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의 청와대 내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장 비서관 산하에 있던 감사팀이 민정수석 직보체제로 전환된 것. 대신 장 비서관의 업무는 그동안 허점을 노출한 대통령 친인척 관리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정됐다.
이번 인사에서 이 의원과 특별히 가깝거나 인연이 있는 인물이 발탁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으로 임명된 윤원중 전 의원이 그나마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은 “이번 인사는 외부의 영향을 최대한 차단한 채 이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고 들었다. 철저히 일과 성과만으로 평가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솔직히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은 그리 친하지 않다. 그동안 형님으로 어쩔 수 없이 대우해줘야 하는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내각에서든 청와대에서든 서서히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6~7월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대폭 개각을 예상하고, 또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사 방향과 내용이 그 바로미터가 아닐까. 이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이 주목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임지현(서울대 사회교육과 4학년), 표윤신(이화여대 정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친정체제 구축’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1월15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18일 ‘빅4’ 가운데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가 먼저 이뤄졌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정원장,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경찰청장에 내정된 것.
뒤이어 19일과 22일,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등 장관급 4명과 차관급 21명의 인사가 단행됐다. 그 사이인 21일 대통령실 비서관 7명과 장관급인 미래기획위원장 인사가 있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35명이 새로운 자리에 앉았다.
지난해 6월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한바탕 파동을 겪은 지 7개월 만의 인사치고는 소폭이다. 그럼에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의도가 읽힌다.
먼저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출신들이 주요 포스트에 대거 기용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원장에 내정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상임 자문위원을 맡았다.
신임 장관급 5명 중 4명 인수위 출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인수위 경제1분과위원회 자문위원,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외교통일안보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경제1분과위원회 전문위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기획조정분과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내정자를 제외하면 신임 장관급 5명 가운데 4명이 인수위 출신인 셈.
차관급 중에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윤진식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 등 5명이 인수위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다듬어왔다. 인수위 출신으로 이번에 대통령실 경제비서관에서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동연 비서관까지 합해 인수위 출신은 11명에 이른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임명된 미래기획위원장과 대통령실 지역발전비서관 자리를 제외하면 전임자는 33명. 이들 전임자 중 인수위 출신은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측근과 핵심 브레인들로 구성됐던 인수위는 정권 초기 주요 정책과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임무를 맡았다. 인수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는 두텁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출신 전임자 5명 가운데 4명을 재기용했다.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 김동연 국정과제비서관이 바로 그들이다. 강 차관은 조달청장으로, 김 비서관은 대통령실 경제비서관으로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이미 한 차례 이 대통령의 검증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통해 인수위 출신들을 중용하는 한편, 현장에 전면 배치한 것은 앞으로 정부 정책을 자신의 의지대로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영남으로의 지역 편중도 심화됐다. 전임자 33명의 출신 지역별 분포를 보면 영남지역은 부산 3명, 경남 4명, 경북 3명 등 10명으로 광주 4명, 전남 1명, 전북 4명 등 9명인 호남지역과 비슷한 비율이다.
이에 비해 새로 임명된 35명 중에는 부산 2명, 대구 2명, 경북 7명, 경남 2명 등 영남지역 출신이 13명으로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이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경북지역이다. 반면 호남지역 출신은 광주 1명, 전남 2명, 전북 4명 등 6명에 그쳤다.
이처럼 고려대 학맥과 영남지역 출신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이 대통령 자신이 신뢰할 만한 인물들로 대폭 교체했음을 의미한다. 전임자 33명에서 살아남은 9명 가운데 6명이 부산과 경남·북 출신이라는 점도 그런 의미의 인사라는 점에 무게를 싣는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경남 합천),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경북 영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내정자(경북 영천), 강병규 행정안전부 제2차관(경북 의성),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경남 남해), 장수만 국방부 차관(부산) 등이 그들이다.
나머지 3명은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서울), 전병성 기상청장(충남 예산), 김동연 국정과제비서관(충북 음성)으로 이들은 모두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면서 검증을 받은 이들이다. 호남을 비롯해 나머지 지역 출신은 모두 ‘아웃’됐다.
하반기 총리 포함 대폭 개각 예상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사실이다. 이 의원과 가까운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의원의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이던 최측근 장다사로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의 청와대 내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장 비서관 산하에 있던 감사팀이 민정수석 직보체제로 전환된 것. 대신 장 비서관의 업무는 그동안 허점을 노출한 대통령 친인척 관리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정됐다.
이번 인사에서 이 의원과 특별히 가깝거나 인연이 있는 인물이 발탁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으로 임명된 윤원중 전 의원이 그나마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은 “이번 인사는 외부의 영향을 최대한 차단한 채 이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고 들었다. 철저히 일과 성과만으로 평가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솔직히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은 그리 친하지 않다. 그동안 형님으로 어쩔 수 없이 대우해줘야 하는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내각에서든 청와대에서든 서서히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6~7월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대폭 개각을 예상하고, 또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사 방향과 내용이 그 바로미터가 아닐까. 이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이 주목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임지현(서울대 사회교육과 4학년), 표윤신(이화여대 정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