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탈리아 일간지에 80대 두 노인이 주먹다짐을 한 기사가 실렸다. 짝사랑하는 할머니가 연적(戀敵) 앞에서 섹시하게 춤을 추자 질투의 화신으로 돌변해 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이맘때 1960년대 할리우드를 누비던 여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80세 나이로 재혼을 발표해 한동안 이탈리아 연예계가 떠들썩했다.
그런데 요즘 이탈리아에서는 ‘80대 재혼’이 더 이상 깜짝뉴스가 아니다. 노인들도 20대 못지않은 정열과 희망을 갖고 인생 이모작의 핑크빛 삶을 설계하는 것이 붐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이슈가 된 ‘황혼이혼’은 유럽과 이곳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므로 황혼이혼에 이은 ‘황혼재혼’이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0대 못지않은 정열과 희망
2006년 결혼한 이탈리아 부부 중 28%가 신랑 신부 중 한 사람이 60세를 넘겼다(그중 80%가 신랑이다). ‘이탈리아 제3세대 관측소’가 발표한 2006~2007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1만6000쌍이 황혼이혼을 선택하고 5000쌍 이상이 황혼 결혼식을 올린다. 식만 올리지 않았지 정식부부나 다름없는 사실혼 부부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사회관습상 정식부부와 사실혼 부부의 차이는 결혼증명서 한 장 정도로 미미한데, 사실혼 부부 4쌍 중 1쌍이 60세 이상 커플이다.
이렇듯 노인들의 사랑이 꽃을 피우는 주원인으로는 평균수명 증가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인 평균수명은 여성 83.7세, 남성 77.8세로 일본과 세계 1, 2위를 다툰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65세는 여생을 정리하는 때가 아니라 적어도 20년 이상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졌다. 예순을 훌쩍 넘겨서도 얼마든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된 것이다. 낙천적인 이탈리아인 특유의 성격 덕도 있고, 발기부전제 등 약물의 발달이 노인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서 개인적인 경험담 하나. 이웃집 중학생 줄리아를 우연히 만나 옆에 있는 노신사를 가리키며 “저분이 네 할아버지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니요. 외할머니의 약혼자예요”라는 깜찍한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 당황했지만 노인들의 자유로운 사랑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탈리아인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정신 건강과 삶의 질 업그레이드
이탈리아 노인들은 어디서 인생의 새 파트너를 만날까. 이들은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한다. 이탈리아어로 ‘제3세대’라고 불리는 60세 이상 노인들은 손자 돌보기 외에 자원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고 각종 취미클럽, 동네 노인정 모임 등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노인들의 세계’를 좀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6월9일 로마의 발두이나 노인정을 방문했다. 마침 댄스파티 준비가 한창이었다. 곱게 화장한 할머니들은 모두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우아한 옷차림이었고, 할아버지들은 정장 차림에 은은한 향수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들은 “요일마다 프로그램이 다른데,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댄스파티야”라며 자랑이다. 한쪽에는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아가씨들처럼 수다를 떨며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 음악이 시작되자 춤을 청하러 다가가는 할아버지들의 매너가 보통이 아니다.
레모 밀리오루치(77) 할아버지는 노인정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대표적인 황혼커플이다. 아내와 사별하고 18년간 혼자 지내다 5년 전 지나 산투치(71) 할머니와 약혼했다. 지나 할머니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수년 전 이혼했으며, 지금은 레모 할아버지의 애정 넘치는 마음 씀씀이에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18년간 외로움에 폭식을 해대서 살도 엄청 쪘는데, 이제 서로를 챙겨주니 건강도 좋아졌죠. 우울증까지 저절로 완치됐다니까요!” 레모 할아버지의 자랑이다. 두 사람은 3년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현재 자녀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인데 왜 서둘러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리 나이일수록 매사에 신중해야 해요. 섣불리 결정했다가 실패하면 큰 상처가 남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따지는 사랑의 조건은 젊은이들과 달라요. 학력, 경제력이 아니라 진정하고 진실한 사랑 그 자체죠. 미래를 천천히 설계하는 데 늦은 나이라고는 절대 생각 안 해요.”
1600여 명의 회원이 등록된 이 노인정에는 황혼재혼 커플이 꽤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77세 할아버지가 88세의 신부를 맞아 큰 파티가 있었다고 한다.
흰머리에도 불타는 애정을 나누는 이들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21세기 사회의 ‘신세대’다. 인생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목적지인 행복에 이를 때까지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이탈리아 노인들의 눈빛에서 노년의 삶을 개척하는 정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탈리아에서는 ‘80대 재혼’이 더 이상 깜짝뉴스가 아니다. 노인들도 20대 못지않은 정열과 희망을 갖고 인생 이모작의 핑크빛 삶을 설계하는 것이 붐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이슈가 된 ‘황혼이혼’은 유럽과 이곳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므로 황혼이혼에 이은 ‘황혼재혼’이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0대 못지않은 정열과 희망
2006년 결혼한 이탈리아 부부 중 28%가 신랑 신부 중 한 사람이 60세를 넘겼다(그중 80%가 신랑이다). ‘이탈리아 제3세대 관측소’가 발표한 2006~2007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1만6000쌍이 황혼이혼을 선택하고 5000쌍 이상이 황혼 결혼식을 올린다. 식만 올리지 않았지 정식부부나 다름없는 사실혼 부부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사회관습상 정식부부와 사실혼 부부의 차이는 결혼증명서 한 장 정도로 미미한데, 사실혼 부부 4쌍 중 1쌍이 60세 이상 커플이다.
이렇듯 노인들의 사랑이 꽃을 피우는 주원인으로는 평균수명 증가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인 평균수명은 여성 83.7세, 남성 77.8세로 일본과 세계 1, 2위를 다툰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65세는 여생을 정리하는 때가 아니라 적어도 20년 이상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졌다. 예순을 훌쩍 넘겨서도 얼마든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된 것이다. 낙천적인 이탈리아인 특유의 성격 덕도 있고, 발기부전제 등 약물의 발달이 노인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서 개인적인 경험담 하나. 이웃집 중학생 줄리아를 우연히 만나 옆에 있는 노신사를 가리키며 “저분이 네 할아버지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니요. 외할머니의 약혼자예요”라는 깜찍한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 당황했지만 노인들의 자유로운 사랑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탈리아인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정신 건강과 삶의 질 업그레이드
이탈리아 노인들은 어디서 인생의 새 파트너를 만날까. 이들은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한다. 이탈리아어로 ‘제3세대’라고 불리는 60세 이상 노인들은 손자 돌보기 외에 자원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고 각종 취미클럽, 동네 노인정 모임 등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노인들의 세계’를 좀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6월9일 로마의 발두이나 노인정을 방문했다. 마침 댄스파티 준비가 한창이었다. 곱게 화장한 할머니들은 모두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우아한 옷차림이었고, 할아버지들은 정장 차림에 은은한 향수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들은 “요일마다 프로그램이 다른데,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댄스파티야”라며 자랑이다. 한쪽에는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아가씨들처럼 수다를 떨며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 음악이 시작되자 춤을 청하러 다가가는 할아버지들의 매너가 보통이 아니다.
레모 밀리오루치(77) 할아버지는 노인정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대표적인 황혼커플이다. 아내와 사별하고 18년간 혼자 지내다 5년 전 지나 산투치(71) 할머니와 약혼했다. 지나 할머니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수년 전 이혼했으며, 지금은 레모 할아버지의 애정 넘치는 마음 씀씀이에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18년간 외로움에 폭식을 해대서 살도 엄청 쪘는데, 이제 서로를 챙겨주니 건강도 좋아졌죠. 우울증까지 저절로 완치됐다니까요!” 레모 할아버지의 자랑이다. 두 사람은 3년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현재 자녀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인데 왜 서둘러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리 나이일수록 매사에 신중해야 해요. 섣불리 결정했다가 실패하면 큰 상처가 남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따지는 사랑의 조건은 젊은이들과 달라요. 학력, 경제력이 아니라 진정하고 진실한 사랑 그 자체죠. 미래를 천천히 설계하는 데 늦은 나이라고는 절대 생각 안 해요.”
1600여 명의 회원이 등록된 이 노인정에는 황혼재혼 커플이 꽤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77세 할아버지가 88세의 신부를 맞아 큰 파티가 있었다고 한다.
흰머리에도 불타는 애정을 나누는 이들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21세기 사회의 ‘신세대’다. 인생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목적지인 행복에 이를 때까지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이탈리아 노인들의 눈빛에서 노년의 삶을 개척하는 정열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