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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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던져 ‘실감 연기’ 이 배우가 사는 법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4-18 1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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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 던져 ‘실감 연기’ 이 배우가 사는 법

    하지원, 설경구, 최수종

    지난해 개봉한 영화 ‘홀리데이’에서 교도소장 역을 맡은 ‘터프가이’ 최민수는 공권력이 서슬 퍼렇던 1980년대 비열한 캐릭터의 교도소장을 구현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문득 치아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앞니 중 하나를 갈아 테두리에 금을 붙였다. 결과는 대만족. 아주 탐욕스럽고 비열한 교도소장의 이미지가 실감나게 재현됐다. 금니가 주는 부담스러움은 탐욕스럽고 악질적인 모습을 크게 살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생니를 갈아내는 통에 촬영 이후 오랫동안 시큰한 느낌으로 고생해야 했다.

    한 차원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따라잡기 위해 배우들은 요즘 온몸을 던져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어설프게 연기했다간 금세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을 배우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배우들이 온몸을 던지며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야 관객은 고개를 끄덕인다.

    ‘달콤한 인생’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든 50대 중견배우 김영철은 현재 다니엘 헤니와 휴머니즘 영화 ‘마이 파더’를 촬영하고 있다. 사형수로 복역 중인 아버지 황남철 역을 맡은 그도 영화를 위해 송곳니를 갈았다. 세로로 짧게 잘린 듯한 이는 웃을 때마다 드러나며 거칠게 살아온 그의 인생을 연상시킨다.

    사극에서 유난히 강세를 보이는 최수종은 최근 KBS 대하사극 ‘대조영’을 찍으면서 초췌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만 이틀간 물만 먹고 버텼다. 허기가 극심했지만 살아 있는 눈빛과 표정을 만드는 데는 ‘완전 성공’이었다.

    몸 안 사리는 배우로는 설경구가 단연 첫손에 꼽힌다. 최근 ‘그놈 목소리’로 3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가뭄에서 벗어난 그는 과거 ‘역도산’을 찍으며 몸무게를 20kg 이상 늘려 레슬링 선수로 둔갑(?)한 전력이 있다. ‘그놈 목소리’에서는 다시 15kg 이상 감량, 유괴당한 아들을 찾는 초췌한 아버지의 심정을 나타냈다. 갑작스런 체중 감량으로 잇몸이 헐고 이가 흔들리는 후유증을 호소하면서도 설경구는 ‘이렇게 나빠진 이를 연기에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직접 스턴트, 20kg 감량, 치아 변형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여배우로는 하지원이 대표적이다. ‘형사’를 찍을 때 달리는 말에서 떨어져 목을 다쳤고 ‘1번가의 기적’ 때는 복싱을 배우다 코뼈가 휘었다. 드라마 ‘황진이’에서는 춤, 가야금 등 기예를 배우다 탈진하기도 했다고.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의 조재현은 북을 배우기 위해 늘 차에다 북을 갖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연습해 결국 사실감 높은 고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9년 만에 드라마(‘에어시티’, 5월 방송 예정)로 돌아오는 이정재도 이 같은 분위기에 감을 잡아가고 있다. 그의 말이다.

    “‘모래시계’를 찍던 시절에는 내용이 좀 약해도 비주얼이 멋있으면 나름의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드라마 전개의 개연성과 사실감 있는 캐릭터가 아니면 외면당하는 시대다. 특히 ‘하얀 거탑’이나 ‘외과의사 봉달희’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어떤 스타가 출연하더라도 이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나.”

    한 중견 영화감독은 “배우들이 스스로 자각해가는 것 같다.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날것 그대로인 캐릭터 모습의 구현을 통해 스토리에 몰입하려는 자세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작자나 감독, PD들도 작품에 헌신하는 연기자를 선호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그들이 내리는 배우에 대한 평가의 기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작 관계자들은 “작위적인 연기를 하기보다 자신을 던져 올인하는 배우가 늘어날수록 작품의 기대치와 완성도는 한 단계 더 진보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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