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요즘 “시베리아를 넘어 툰드라 동토로 가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자신에게 ‘나가면 시베리아’라고 말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탈당 후 불과 일주일 만에 그는 ‘정치적 시베리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하고 있다. 그가 내건 제3지대의 깃발 아래 중도개혁의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작업이 생각만큼 여의치 않은 데다 탈당에 우호적이던 범여권의 기류도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도 부정적 사면초가 양상
손 전 지사는 탈당 후 2, 3일간 주요 신문의 정치면을 도배했다. 그러나 이후 동력이 떨어지며 뉴스의 초점에서 벗어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상황만으로 보면 사면초가에 몰린 듯한 인상이다. 그의 홀로서기가 과연 가능할까. 손 전 지사의 정치실험이 성공적으로 시베리아 동토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손학규 감상법’의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
# 정치적 우군을 모을 수 있을까 손 전 지사가 그리는 대권 플랜은 ‘신당 창당-범여권 국민경선 참여를 통한 반(反)한나라당 단일후보 선출’의 절차를 밟는 것이다. 물론 그가 지금 내건 슬로건은 ‘반한비여’(반한나라당 비여당), 좁게는 ‘반한비노’(반한나라당 비노무현)다. 그의 표현을 따르면 ‘수구적 보수’와 ‘무능한 진보’를 배제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집권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집을 지어서 다른 사람이 살게 만드는 목수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가 만들 집에 입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가 드림팀 멤버로 거론하며 전략적 제휴의 제1목표로 삼았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손 전 지사와) 개인적 친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란 반응을 보였다. “손 전 지사와 정치적으로 만날 이유가 없다”며 손잡기를 거절한 것이다. 오히려 손 전 지사와 정 전 총장은 제3지대의 신당 창당에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서 사실상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도 정치참여에 부정적이다.
손 전 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도움을 청할 것이라는 이른바 ‘손-DJ 연대설’도 흘러나온다. 손 전 지사가 DJ의 햇볕정책에 줄곧 지지의사를 밝혀온 점도 그가 DJ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중요한 포인트. 물론 손 전 지사가 DJ 후원 아래 ‘서토(西土)’ 공략에 성공해도 승산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 중도개혁론의 실체를 만들 수 있을까 정가에선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을 대표할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가 14년 동안 정책과 노선이 다른 한나라당에 있었던 게 이유다. 손 전 지사는 중도개혁론을 내걸었지만 이 역시 다소 불분명한 개념으로 보인다.
지지율 7~8% 흡입력 떨어져
손 전 지사가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내세웠던 이념노선과 정책 중에는 연대 상대인 여권과 융합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손 전 지사는 기본적으로 친기업적이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나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는 시각도 뚜렷이 대비된다. 여권의 주요 주자들은 FTA에 부정적인 반면, 손 전 지사는 “한미 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이라며 적극 찬성하는 입장. 손 전 지사가 5대 국가체질 개선 방향 중 하나로 제시한 ‘작은 정부 구현’도 범여권의 ‘작은 정부가 최선이 아니다’라는 입장과 차이가 있다. 이런 입장 차이는 범여권의 응축된 정계개편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시민단체와 연대 가능할까 손 전 지사는 ‘시민세력의 제3세력화’를 주장한다. 개혁성향 시민단체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확신한 듯하다. 아직까지 정당 등 조직기반이나 정치적 파워가 없는 그로서는 시민단체야말로 명망가를 영입하는 창구이면서 정치적으로 그를 보호하는 후원세력으로 적격이다.
그러나 정치단체인 ‘전진코리아’ 외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시민단체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시민단체와 연대에는 앞서 거론한 한미FTA 문제가 한복판에 놓여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손 전 지사에게 시민단체와 손을 잡으려면 한미FTA 문제에 탄력적인 태도를 보여달라고 제안했다”면서 “손 전 지사는 ‘알았다’고 했으나 확답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 지지율 10% 벽 돌파할까 손 전 지사의 탈당 이후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출발은 긍정적이다. 탈당 이후 7%(미디어리서치), 8%(한국갤럽)대를 기록하며 ‘5% 후보”라는 딱지를 뗐다. 그러나 10%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로는 ‘정치 중심’으로서의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자신의 의견이나 취향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일 경우 다수의 사람이나 미디어가 제공하는 의견에 쏠리게 되는 효과)를 일으켜 부동층을 잡으려면 10% 지지율은 필수라는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10% 벽에 근접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10% 벽을 깨고 나설지, 또 안정적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전 지사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격이 시작된 데다 한나라당의 손 전 지사 지지표의 향배나 범여권 성향의 표심도 아직 유동적”이라며 “지지율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 손 전 지사가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정치 자금은 어디서 구하나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당을 만들려면 최소 200억원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며 “기존 정당들과 손잡으면 모를까 독자적 창당을 하려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11월 중순 ‘국민통합21’ 창당작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 최대한 절약했는데도 준비작업과 창당, 이후 운영비까지 합해 2개월여 동안 50억원가량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창당을 하려면 건물 임대료와 광고비, 전당대회 비용 등 순수 창당 비용만 30억 이상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주목되는 전진코리아 역시 추진위원 100여 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14년간 정치를 하면서 돈을 준비해놓고 선거를 시작하지는 않았다”면서 “하다 보면 선거를 치를 만큼은 나오더라”고 말했다. 다섯 가지 난제와 마주 선 손 전 지사는 과연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탈당 후 불과 일주일 만에 그는 ‘정치적 시베리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하고 있다. 그가 내건 제3지대의 깃발 아래 중도개혁의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작업이 생각만큼 여의치 않은 데다 탈당에 우호적이던 범여권의 기류도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도 부정적 사면초가 양상
손 전 지사는 탈당 후 2, 3일간 주요 신문의 정치면을 도배했다. 그러나 이후 동력이 떨어지며 뉴스의 초점에서 벗어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상황만으로 보면 사면초가에 몰린 듯한 인상이다. 그의 홀로서기가 과연 가능할까. 손 전 지사의 정치실험이 성공적으로 시베리아 동토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손학규 감상법’의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
# 정치적 우군을 모을 수 있을까 손 전 지사가 그리는 대권 플랜은 ‘신당 창당-범여권 국민경선 참여를 통한 반(反)한나라당 단일후보 선출’의 절차를 밟는 것이다. 물론 그가 지금 내건 슬로건은 ‘반한비여’(반한나라당 비여당), 좁게는 ‘반한비노’(반한나라당 비노무현)다. 그의 표현을 따르면 ‘수구적 보수’와 ‘무능한 진보’를 배제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집권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집을 지어서 다른 사람이 살게 만드는 목수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가 만들 집에 입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가 드림팀 멤버로 거론하며 전략적 제휴의 제1목표로 삼았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손 전 지사와) 개인적 친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란 반응을 보였다. “손 전 지사와 정치적으로 만날 이유가 없다”며 손잡기를 거절한 것이다. 오히려 손 전 지사와 정 전 총장은 제3지대의 신당 창당에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서 사실상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도 정치참여에 부정적이다.
손 전 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도움을 청할 것이라는 이른바 ‘손-DJ 연대설’도 흘러나온다. 손 전 지사가 DJ의 햇볕정책에 줄곧 지지의사를 밝혀온 점도 그가 DJ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중요한 포인트. 물론 손 전 지사가 DJ 후원 아래 ‘서토(西土)’ 공략에 성공해도 승산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 중도개혁론의 실체를 만들 수 있을까 정가에선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을 대표할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가 14년 동안 정책과 노선이 다른 한나라당에 있었던 게 이유다. 손 전 지사는 중도개혁론을 내걸었지만 이 역시 다소 불분명한 개념으로 보인다.
지지율 7~8% 흡입력 떨어져
손 전 지사가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내세웠던 이념노선과 정책 중에는 연대 상대인 여권과 융합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손 전 지사는 기본적으로 친기업적이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나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는 시각도 뚜렷이 대비된다. 여권의 주요 주자들은 FTA에 부정적인 반면, 손 전 지사는 “한미 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이라며 적극 찬성하는 입장. 손 전 지사가 5대 국가체질 개선 방향 중 하나로 제시한 ‘작은 정부 구현’도 범여권의 ‘작은 정부가 최선이 아니다’라는 입장과 차이가 있다. 이런 입장 차이는 범여권의 응축된 정계개편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시민단체와 연대 가능할까 손 전 지사는 ‘시민세력의 제3세력화’를 주장한다. 개혁성향 시민단체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확신한 듯하다. 아직까지 정당 등 조직기반이나 정치적 파워가 없는 그로서는 시민단체야말로 명망가를 영입하는 창구이면서 정치적으로 그를 보호하는 후원세력으로 적격이다.
그러나 정치단체인 ‘전진코리아’ 외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시민단체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시민단체와 연대에는 앞서 거론한 한미FTA 문제가 한복판에 놓여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손 전 지사에게 시민단체와 손을 잡으려면 한미FTA 문제에 탄력적인 태도를 보여달라고 제안했다”면서 “손 전 지사는 ‘알았다’고 했으나 확답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 지지율 10% 벽 돌파할까 손 전 지사의 탈당 이후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출발은 긍정적이다. 탈당 이후 7%(미디어리서치), 8%(한국갤럽)대를 기록하며 ‘5% 후보”라는 딱지를 뗐다. 그러나 10%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로는 ‘정치 중심’으로서의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자신의 의견이나 취향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일 경우 다수의 사람이나 미디어가 제공하는 의견에 쏠리게 되는 효과)를 일으켜 부동층을 잡으려면 10% 지지율은 필수라는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10% 벽에 근접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10% 벽을 깨고 나설지, 또 안정적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전 지사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격이 시작된 데다 한나라당의 손 전 지사 지지표의 향배나 범여권 성향의 표심도 아직 유동적”이라며 “지지율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 손 전 지사가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정치 자금은 어디서 구하나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당을 만들려면 최소 200억원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며 “기존 정당들과 손잡으면 모를까 독자적 창당을 하려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11월 중순 ‘국민통합21’ 창당작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 최대한 절약했는데도 준비작업과 창당, 이후 운영비까지 합해 2개월여 동안 50억원가량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창당을 하려면 건물 임대료와 광고비, 전당대회 비용 등 순수 창당 비용만 30억 이상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주목되는 전진코리아 역시 추진위원 100여 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14년간 정치를 하면서 돈을 준비해놓고 선거를 시작하지는 않았다”면서 “하다 보면 선거를 치를 만큼은 나오더라”고 말했다. 다섯 가지 난제와 마주 선 손 전 지사는 과연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