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보드’가 유행이다. 양발을 번갈아 움직이면 회전·직진하는 놀이기구인데, 요즘 초등학교 남자 아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값은 왜 그렇게 비싼지. 이런 고가품이 아이들을 겨냥해 계속 나오면 부모들은 힘겹기만 하다. 하지만 이왕 사주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기계 장치를 재료 삼아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아이에게 작동 원리를 파악해 정리하게 하면 어떨까. 물론 사주지 않는 경우에도 공원 같은 곳에 가서 빌려 타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딸들과 그렇게 야외수업을 했다. 에스보드를 타면서 우리는 ‘두 발을 번갈아 구르기만 하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까’ 생각했는데, 에스보드에는 정교한 역학(力學)이 숨어 있었다. 이렇듯 주의 깊게 관찰해보면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다.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인데, 상품의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그 ‘지적 재산’을 탐구해보면 아주 흥미롭다. 지금은 그러한 무형의 자산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그 하나하나가 현대 문명의 소산이다. 거기에는 과학과 기술의 복잡한 원리가 집적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결정적으로 매개하고 사회의 변화를 견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상을 구성하는 물건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많은 물건을 접하지만 그것들이 무엇을 원재료로 하여, 어떤 과정으로 가공되고, 어떤 유통 경로를 거쳐 자기 손에 들어오는지 알지 못한다. 첨단의 MP3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만, 그 숨가쁜 디자인 경쟁의 바탕에 깔려 있는 핵심적 고민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기계나 도구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돌이켜보면 성장 과정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20년 넘게 집 안에서 고장 난 물건이나 시설을 고치는 일은 내가 도맡았다. 라디오, 전축, 다리미, 전등 등의 제품들이 요즘은 꽤 튼튼하게 나오지만 예전에는 고장이 잘 났다. 지금이야 웬만하면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지만, 당시에는 최대한 고쳐서 써야 했다. 또 수도, 보일러, 물탱크, 전기 콘센트, 문고리 등도 수시로 고장 났다. 부모님은 그 모든 수리를 나에게 맡기셨고, 나에겐 그 하나하나가 일종의 ‘프로젝트’였다. 고심하고 궁리한 끝에 해결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무척 컸다. 때론 너무 어려워 전문 수리공을 불러서 고치기도 했는데,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현장 학습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뜯어보고 고쳐보는 것 ‘살아 있는 현장 학습’
아이들이 직접 여러 가지 사물을 조작하면서 이해하는 것은 인지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생활 속에 널려 있는 도구들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은 관찰력과 창조성을 키우는 구체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는 경험은 매우 생생한 도전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문제해결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아이들로 하여금 생활 속에서 그 능력을 기르며 즐거움을 맛보게 하자. 집에 고장 난 물건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뜯어보고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연구해보는 것이다. 의자, 자전거, 우산, 인라인스케이트, 구두, 가방, 그리고 위험하지 않은 가전제품 등 대상은 많다.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또 잘 모르겠으면 아이와 함께 수리점에 가보자.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물과의 사귐도 깊어진다. 오랫동안 사용하며 손때가 묻은 물건들은 아이들에게 나뭇결무늬와 같이 기억을 켜켜이 쌓아줄 것이다. 엄마 아빠가 정성스레 고쳐준 장난감은 애정을 보관하고 전달하는 하나의 매체가 된다. 고장 난 물건은 애물단지가 아니라 퀴즈와 퍼즐을 담고 있는 보물단지인 것이다. 그것을 매개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생각을 모으면서 협동학습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단답형의 기계적 사고 회로를 다원적이고 자유자재한 연결망으로 바꿔갈 수 있다. 창의성을 자극하고 연마할 기회는 생활 속에 널려 있다.
얼마 전 나는 딸들과 그렇게 야외수업을 했다. 에스보드를 타면서 우리는 ‘두 발을 번갈아 구르기만 하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까’ 생각했는데, 에스보드에는 정교한 역학(力學)이 숨어 있었다. 이렇듯 주의 깊게 관찰해보면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다.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인데, 상품의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그 ‘지적 재산’을 탐구해보면 아주 흥미롭다. 지금은 그러한 무형의 자산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그 하나하나가 현대 문명의 소산이다. 거기에는 과학과 기술의 복잡한 원리가 집적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결정적으로 매개하고 사회의 변화를 견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상을 구성하는 물건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많은 물건을 접하지만 그것들이 무엇을 원재료로 하여, 어떤 과정으로 가공되고, 어떤 유통 경로를 거쳐 자기 손에 들어오는지 알지 못한다. 첨단의 MP3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만, 그 숨가쁜 디자인 경쟁의 바탕에 깔려 있는 핵심적 고민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기계나 도구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돌이켜보면 성장 과정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20년 넘게 집 안에서 고장 난 물건이나 시설을 고치는 일은 내가 도맡았다. 라디오, 전축, 다리미, 전등 등의 제품들이 요즘은 꽤 튼튼하게 나오지만 예전에는 고장이 잘 났다. 지금이야 웬만하면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지만, 당시에는 최대한 고쳐서 써야 했다. 또 수도, 보일러, 물탱크, 전기 콘센트, 문고리 등도 수시로 고장 났다. 부모님은 그 모든 수리를 나에게 맡기셨고, 나에겐 그 하나하나가 일종의 ‘프로젝트’였다. 고심하고 궁리한 끝에 해결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무척 컸다. 때론 너무 어려워 전문 수리공을 불러서 고치기도 했는데,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현장 학습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뜯어보고 고쳐보는 것 ‘살아 있는 현장 학습’
아이들이 직접 여러 가지 사물을 조작하면서 이해하는 것은 인지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생활 속에 널려 있는 도구들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은 관찰력과 창조성을 키우는 구체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는 경험은 매우 생생한 도전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문제해결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아이들로 하여금 생활 속에서 그 능력을 기르며 즐거움을 맛보게 하자. 집에 고장 난 물건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뜯어보고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연구해보는 것이다. 의자, 자전거, 우산, 인라인스케이트, 구두, 가방, 그리고 위험하지 않은 가전제품 등 대상은 많다.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또 잘 모르겠으면 아이와 함께 수리점에 가보자.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물과의 사귐도 깊어진다. 오랫동안 사용하며 손때가 묻은 물건들은 아이들에게 나뭇결무늬와 같이 기억을 켜켜이 쌓아줄 것이다. 엄마 아빠가 정성스레 고쳐준 장난감은 애정을 보관하고 전달하는 하나의 매체가 된다. 고장 난 물건은 애물단지가 아니라 퀴즈와 퍼즐을 담고 있는 보물단지인 것이다. 그것을 매개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생각을 모으면서 협동학습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단답형의 기계적 사고 회로를 다원적이고 자유자재한 연결망으로 바꿔갈 수 있다. 창의성을 자극하고 연마할 기회는 생활 속에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