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황제는 없다.’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골프 황제’라는 별명을 새롭게 얻었다. 인도계 항공정비 기술자였던 아버지 모한 싱한테서 골프를 배운 싱은 1982년 프로에 입문한 뒤 22년 만에 타이거 우즈(미국)를 밀어내고 ‘황제’ 자리에 올랐다.
싱은 9월7일(한국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교 노턴의 보스턴TPC(파71·7451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하며 우즈가 독차지해온 ‘황제의 자리’를 265주 만에 쟁탈했다. 게다가 싱은 즉위 바로 다음주에 열린 벨캐나다오픈(총상금 450만 달러)에서 ‘캐나다의 골프 영웅’ 마이크 위어를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물리치며 2주 연속 우승 트로피에 키스했다.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 싱은 현재 세계랭킹 포인트 13.22점으로 우즈(12.25점)보다 0.97점 앞서 있다.
싱의 황제 등극은 2003년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4승을 챙기며 우즈의 상금왕 5연패를 저지한 싱은 올 시즌 7승을 거두며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예약해놓았다. 특히 지난 시즌 상금왕에 올랐는데도 ‘올해의 선수상’을 우즈에게 빼앗긴 싱은, 세계랭킹 1위 자격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사실상 확정지어 명실상부한 ‘싱의 시대’를 열어나갈 전망이다.
싱의 선전은 작은 섬나라 피지에서 태어나 유색인종으로 골프계에서 온갖 설움을 딛고 일궈낸 결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싱은 PGA투어에서 소문난 ‘연습벌레’다. PGA투어 프로들은 “만일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는 분명 싱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싱은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중에도 골프채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을 정도다.
82년 프로로 진출한 싱은 프로 초기에 호주에서 활동했지만 피부 색깔 때문에 회원제 클럽에 출입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차별은 싱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결국 84년 말레이시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싱은 85년 인도오픈에서 스코어 카드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2년간 자격 정지를 당한다. ‘신사의 스포츠’인 골프에서 스코어 조작 의혹은 치명타였다. 싱은 클럽프로로 활동하며 아프리카와 유럽을 돌아 어렵게 미국 무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93년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인도오픈 사건은 항상 싱을 괴롭혔다. 98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과 2000년 마스터스를 제패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싱은 2003년엔 “아니카 소렌스탐이 콜로니얼 대회(소렌스탐이 출전한 남자 대회)에서 컷오프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맹비난이 쏟아진 것. ‘성차별주의의 저능아’ ‘악당 비제이’ ‘재수 옴 붙은 돼지’ ‘도망 나온 피지인’ ‘사기꾼 피지인’이란 말도 빠지지 않았다. 싱의 작은 실수는 언론에서 항상 과장됐고, 장점은 부각되지 않았다. 어쩌면 ‘무표정’과 ‘연습 중독’은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싱의 황제 탄생은 ‘누구든 황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록 싱에게 황제의 자리를 빼앗겼지만 우즈는 여전히 황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무릎 수술 이후 전 코치였던 부치 하먼과의 결별과 연애로 인해 우즈의 전성시대가 끝나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즈는 지난해 10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챔피언십 이후 스트로크 플레이대회 무승과 2002년 US오픈 우승 이후 2년간 메이저 무관으로 전락했다. 올 시즌도 스트로크플레이대회가 아닌 2월에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시리즈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이 유일한 승리다.
하지만 긍정적인 견해도 많다. 골프 전문가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은 슬럼프가 찾아온다. 특히 그동안 우즈는 더 이상의 목표를 찾지 못했다”며 “이번 세계랭킹 2위 추락은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래지 않아 특유의 파워풀한 스윙으로 다시 황제 자리를 탈환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의 눈빛은 예전의 날카로움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즈는 드라이버 숏의 정교함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숏게임과 퍼팅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등 예전의 승부사 근성이 살아나고 있다.
우즈 외에도 황제 자리를 노리는 골퍼들은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골프 황태자’ 어니 엘스와 US오픈 우승자인 레티에프 구센은 호시탐탐 황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엘스는 올 시즌 유럽투어에 주로 출전하며 PGA투어에는 14경기만 참가했다. 하지만 엘스는 PGA투어에서 우승 2차례, 준우승 2차례, 3위 1차례를 차지했다. 골프 선수로는 드물게 190cm가 넘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해 ‘빅 이지’로 불리는 엘스는 싱과 우즈의 라이벌로 손색이 없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그린 재킷을 입으며 메이저 무관의 설움을 떨쳐버린 필 미켈슨(미국)도 차세대 황태자 후보다. ‘숏게임의 마술사’인 미켈슨은 세계랭킹 4위(8.64점)로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미켈슨은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 2차례를 포함해 ‘톱10’에 13번 진입하는 등 고른 실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2승을 챙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토드 해밀턴(미국), ‘호주의 차세대 스타’ 아담 스콧,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스튜어트 싱크(미국) 등도 황제 등극을 위해 조금씩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밖에 한때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데이비드 듀발(미국)도 오랜 부진의 늪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듀발은 99년 3월 세계랭킹 1위에 올라 15주 동안 ‘1인자’ 자리를 지켰다. 우즈의 황제 탈환과 새 황제 즉위를 꿈꾸는 이들이 토해내는 열기로 PGA투어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싱은 9월7일(한국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교 노턴의 보스턴TPC(파71·7451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하며 우즈가 독차지해온 ‘황제의 자리’를 265주 만에 쟁탈했다. 게다가 싱은 즉위 바로 다음주에 열린 벨캐나다오픈(총상금 450만 달러)에서 ‘캐나다의 골프 영웅’ 마이크 위어를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물리치며 2주 연속 우승 트로피에 키스했다.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 싱은 현재 세계랭킹 포인트 13.22점으로 우즈(12.25점)보다 0.97점 앞서 있다.
싱의 황제 등극은 2003년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4승을 챙기며 우즈의 상금왕 5연패를 저지한 싱은 올 시즌 7승을 거두며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예약해놓았다. 특히 지난 시즌 상금왕에 올랐는데도 ‘올해의 선수상’을 우즈에게 빼앗긴 싱은, 세계랭킹 1위 자격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사실상 확정지어 명실상부한 ‘싱의 시대’를 열어나갈 전망이다.
싱의 선전은 작은 섬나라 피지에서 태어나 유색인종으로 골프계에서 온갖 설움을 딛고 일궈낸 결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싱은 PGA투어에서 소문난 ‘연습벌레’다. PGA투어 프로들은 “만일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는 분명 싱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싱은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중에도 골프채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을 정도다.
82년 프로로 진출한 싱은 프로 초기에 호주에서 활동했지만 피부 색깔 때문에 회원제 클럽에 출입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차별은 싱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결국 84년 말레이시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싱은 85년 인도오픈에서 스코어 카드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2년간 자격 정지를 당한다. ‘신사의 스포츠’인 골프에서 스코어 조작 의혹은 치명타였다. 싱은 클럽프로로 활동하며 아프리카와 유럽을 돌아 어렵게 미국 무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93년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인도오픈 사건은 항상 싱을 괴롭혔다. 98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과 2000년 마스터스를 제패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싱은 2003년엔 “아니카 소렌스탐이 콜로니얼 대회(소렌스탐이 출전한 남자 대회)에서 컷오프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맹비난이 쏟아진 것. ‘성차별주의의 저능아’ ‘악당 비제이’ ‘재수 옴 붙은 돼지’ ‘도망 나온 피지인’ ‘사기꾼 피지인’이란 말도 빠지지 않았다. 싱의 작은 실수는 언론에서 항상 과장됐고, 장점은 부각되지 않았다. 어쩌면 ‘무표정’과 ‘연습 중독’은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싱의 황제 탄생은 ‘누구든 황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록 싱에게 황제의 자리를 빼앗겼지만 우즈는 여전히 황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무릎 수술 이후 전 코치였던 부치 하먼과의 결별과 연애로 인해 우즈의 전성시대가 끝나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즈는 지난해 10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챔피언십 이후 스트로크 플레이대회 무승과 2002년 US오픈 우승 이후 2년간 메이저 무관으로 전락했다. 올 시즌도 스트로크플레이대회가 아닌 2월에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시리즈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이 유일한 승리다.
하지만 긍정적인 견해도 많다. 골프 전문가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은 슬럼프가 찾아온다. 특히 그동안 우즈는 더 이상의 목표를 찾지 못했다”며 “이번 세계랭킹 2위 추락은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래지 않아 특유의 파워풀한 스윙으로 다시 황제 자리를 탈환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의 눈빛은 예전의 날카로움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즈는 드라이버 숏의 정교함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숏게임과 퍼팅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등 예전의 승부사 근성이 살아나고 있다.
우즈 외에도 황제 자리를 노리는 골퍼들은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골프 황태자’ 어니 엘스와 US오픈 우승자인 레티에프 구센은 호시탐탐 황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엘스는 올 시즌 유럽투어에 주로 출전하며 PGA투어에는 14경기만 참가했다. 하지만 엘스는 PGA투어에서 우승 2차례, 준우승 2차례, 3위 1차례를 차지했다. 골프 선수로는 드물게 190cm가 넘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해 ‘빅 이지’로 불리는 엘스는 싱과 우즈의 라이벌로 손색이 없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그린 재킷을 입으며 메이저 무관의 설움을 떨쳐버린 필 미켈슨(미국)도 차세대 황태자 후보다. ‘숏게임의 마술사’인 미켈슨은 세계랭킹 4위(8.64점)로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미켈슨은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 2차례를 포함해 ‘톱10’에 13번 진입하는 등 고른 실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2승을 챙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토드 해밀턴(미국), ‘호주의 차세대 스타’ 아담 스콧,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스튜어트 싱크(미국) 등도 황제 등극을 위해 조금씩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밖에 한때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데이비드 듀발(미국)도 오랜 부진의 늪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듀발은 99년 3월 세계랭킹 1위에 올라 15주 동안 ‘1인자’ 자리를 지켰다. 우즈의 황제 탈환과 새 황제 즉위를 꿈꾸는 이들이 토해내는 열기로 PGA투어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