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이런 현상은 정치권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주류’로 떠올랐다. 결정적 계기는 87년 6월 민주항쟁이었다. 6월 민주항쟁으로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권력을 독점해온 산업화 세력과 운동권 세력이 국민을 상대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이 만들어진 것이다.
운동권 출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였다.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운동권 출신이 비주류에서 주류로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는 운동권 출신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기 힘들 정도로 정권 핵심에까지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좌파세력들이 한국사회를 잘못 끌고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조정관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혜택을 본, 6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이 탈(脫)물질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들의 자세는 운동권의 생각까지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운동권 출신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자연스럽게 주류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류로 떠오른 만큼 책임도 따른다. 자신이 운동권 출신인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는 “운동권 출신은 그동안 산업화 세력만큼 훈련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권은 운동권의 국정운영 역량을 시험받는 정부가 됐다”고 말했다. ‘운동권 전성시대’에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