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택임신’ 시대가 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출산의 의무’는 빛바랜 지 오래,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은 이제 국가적 위기로 떠올랐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의지와 환경이 놓여 있다. 실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을 10개월간 품었다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은 분명 여성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임신과 출산을 극도의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죽하면, 태초에 신이 원죄를 저지른 여성에게 내린 벌이 ‘임신’이라고까지 했을까.
그렇다면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그저 ‘벌’일 따름일까? 과연 여성의 몸에 단 한 가지의 이로움도 주지 않는 것일까? 사람에 따라, 또 처한 환경에 따라 그 양상이 너무나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몸에 해만 끼치는 일은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출산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질환이 출산 자체가 일으키는 부작용이라기보다 출산 후 관리 실패로 인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체중 증가는 자연스런 신체 반응
1년 전 예쁜 딸아이를 출산한 민아영씨(31). 요즘 민씨의 가장 큰 고민은 출산 후 20kg이나 불어난 몸무게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처녀 때는 꽤 날씬한 몸매였는데, 임신하고 애 낳아 기르면서 어느새 뚱뚱해져버려 빼려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임신기간에 생긴 기미로 인해 제 나이보다 다섯 살은 더 들어 보여 우울증이 생길 지경이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출산 후 몸매가 변할 것이란 우려다. 처녀 시절 날씬했던 몸이 아이 하나둘 낳고 나서 흔히 얘기하는 아줌마 몸매로 변해버렸다는 것. 한번 늘어난 뱃살은 웬만한 운동으로도 쉽게 들어가지 않고 가슴도 처져 옷맵시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출산 경험이 있는 아줌마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의학적으로 볼 때 임신을 하면 보통 몸무게가 10~15kg 정도 늘어나는 변화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중 태아와 양수, 태반 등의 무게를 빼더라도 순수하게 늘어난 산모의 체중이 그 절반을 차지한다. 산모의 체중 증가는 10개월간 아이를 기르고 출산 후 수유에 대비해 몸 안에 영양과 지방을 보충하려는 자연스런 신체 반응이다. 보통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체중은 원 상태로 돌아가지만, 산후조리를 하면서 지나치게 영양식을 섭취하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산후비만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두 번째 출산을 하면 더욱 살이 찌고 몸이 처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잔뜩 부풀어오른 풍선의 바람을 빼면 풍선 자체가 쭈글쭈글해지고 처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임신 후 비만은 체질로 굳어지고 질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여성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으면서 몸의 전반적인 변화를 겪는다. 임신 중의 여성은 뱃속 태아가 살기 좋은 최적의 환경으로 변하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호르몬과 영양, 심리상태 등 모든 것이 본인보다 아이 우선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변비가 생기거나 신경이 과민해져서 두통, 현기증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 질환, 부종, 손발저림, 허리통증, 근육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양대구리병원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임신 기간에 생기는 신체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출산과 함께 없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출산 후 건강관리를 잘못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며 “여성들은 건강하게 늙기 위해서 출산 후 몸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몸의 변화는 곧 부부관계의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임신기간과 출산 후 성관계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일부러 피하기도 하지만 성욕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이는 호르몬이 감소하고 자궁과 질이 자극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 또 출산 후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성관계를 맺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은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오히려 전보다 편안하게 성관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부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임신이 여성에게 힘들고 불편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출산이 여성의 건강에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여성은 오히려 출산을 통해 자신의 여성성을 확인하게 된다.
주부 김미순씨(35)는 지난해 2월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아이를 얻었다. 결혼 후 4년 넘게 임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실패했던 것. 임신을 하기 위해 몸에 좋다는 약은 다 먹고 유명한 병원에 가서 불임치료도 받아보았지만 임신이 쉽지 않았다. 네다섯 번의 불임치료 끝에 겨우 아들을 출산한 김씨는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 들었다. 아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김씨는 얼마 전 놀라운 일을 겪었다. 다시 임신에 성공한 것. 더구나 이번에는 자연임신이었다.
세상 얻은 기쁨 여성성 확인 계기
여성에게 아이를 낳는 일은 단순히 고통으로만 치부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아이를 낳은 여성들은 출산의 기쁨이야말로 일생을 통해 다시 얻기 힘든 경험이라고 말한다. 출산을 통해 여성은 인내를 배우고 놀라운 경험을 하며 아이와 함께 새로 태어나게 된다. 또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진정으로 원해서 아이를 낳은 여성은 출산 후 몸 관리도 철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연구 수준이긴 하지만,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암에 걸릴 위험도 적다는 보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출산과 모유 수유를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및 기타 암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신을 많이 한 여성일수록 발암 유도 호르몬인 ‘인슐린형 성장요소 1(IGF-1)’의 혈액 내 양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GF-1’은 신체기관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수치가 너무 높을 경우 발암률을 높이는 호르몬이다.
장스병원 이인식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출산 후 몸이 나빠지는 이유는 임신, 출산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며 “출산이나 임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의지와 환경이 놓여 있다. 실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을 10개월간 품었다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은 분명 여성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임신과 출산을 극도의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죽하면, 태초에 신이 원죄를 저지른 여성에게 내린 벌이 ‘임신’이라고까지 했을까.
그렇다면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그저 ‘벌’일 따름일까? 과연 여성의 몸에 단 한 가지의 이로움도 주지 않는 것일까? 사람에 따라, 또 처한 환경에 따라 그 양상이 너무나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몸에 해만 끼치는 일은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출산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질환이 출산 자체가 일으키는 부작용이라기보다 출산 후 관리 실패로 인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체중 증가는 자연스런 신체 반응
1년 전 예쁜 딸아이를 출산한 민아영씨(31). 요즘 민씨의 가장 큰 고민은 출산 후 20kg이나 불어난 몸무게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처녀 때는 꽤 날씬한 몸매였는데, 임신하고 애 낳아 기르면서 어느새 뚱뚱해져버려 빼려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임신기간에 생긴 기미로 인해 제 나이보다 다섯 살은 더 들어 보여 우울증이 생길 지경이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출산 후 몸매가 변할 것이란 우려다. 처녀 시절 날씬했던 몸이 아이 하나둘 낳고 나서 흔히 얘기하는 아줌마 몸매로 변해버렸다는 것. 한번 늘어난 뱃살은 웬만한 운동으로도 쉽게 들어가지 않고 가슴도 처져 옷맵시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출산 경험이 있는 아줌마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의학적으로 볼 때 임신을 하면 보통 몸무게가 10~15kg 정도 늘어나는 변화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중 태아와 양수, 태반 등의 무게를 빼더라도 순수하게 늘어난 산모의 체중이 그 절반을 차지한다. 산모의 체중 증가는 10개월간 아이를 기르고 출산 후 수유에 대비해 몸 안에 영양과 지방을 보충하려는 자연스런 신체 반응이다. 보통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체중은 원 상태로 돌아가지만, 산후조리를 하면서 지나치게 영양식을 섭취하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산후비만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두 번째 출산을 하면 더욱 살이 찌고 몸이 처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잔뜩 부풀어오른 풍선의 바람을 빼면 풍선 자체가 쭈글쭈글해지고 처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임신 후 비만은 체질로 굳어지고 질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여성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으면서 몸의 전반적인 변화를 겪는다. 임신 중의 여성은 뱃속 태아가 살기 좋은 최적의 환경으로 변하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호르몬과 영양, 심리상태 등 모든 것이 본인보다 아이 우선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변비가 생기거나 신경이 과민해져서 두통, 현기증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 질환, 부종, 손발저림, 허리통증, 근육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양대구리병원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임신 기간에 생기는 신체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출산과 함께 없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출산 후 건강관리를 잘못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며 “여성들은 건강하게 늙기 위해서 출산 후 몸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갱년기 질환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임신이 여성에게 힘들고 불편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출산이 여성의 건강에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여성은 오히려 출산을 통해 자신의 여성성을 확인하게 된다.
주부 김미순씨(35)는 지난해 2월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아이를 얻었다. 결혼 후 4년 넘게 임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실패했던 것. 임신을 하기 위해 몸에 좋다는 약은 다 먹고 유명한 병원에 가서 불임치료도 받아보았지만 임신이 쉽지 않았다. 네다섯 번의 불임치료 끝에 겨우 아들을 출산한 김씨는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 들었다. 아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김씨는 얼마 전 놀라운 일을 겪었다. 다시 임신에 성공한 것. 더구나 이번에는 자연임신이었다.
세상 얻은 기쁨 여성성 확인 계기
여성에게 아이를 낳는 일은 단순히 고통으로만 치부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아이를 낳은 여성들은 출산의 기쁨이야말로 일생을 통해 다시 얻기 힘든 경험이라고 말한다. 출산을 통해 여성은 인내를 배우고 놀라운 경험을 하며 아이와 함께 새로 태어나게 된다. 또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진정으로 원해서 아이를 낳은 여성은 출산 후 몸 관리도 철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연구 수준이긴 하지만,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암에 걸릴 위험도 적다는 보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출산과 모유 수유를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및 기타 암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신을 많이 한 여성일수록 발암 유도 호르몬인 ‘인슐린형 성장요소 1(IGF-1)’의 혈액 내 양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GF-1’은 신체기관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수치가 너무 높을 경우 발암률을 높이는 호르몬이다.
장스병원 이인식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출산 후 몸이 나빠지는 이유는 임신, 출산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며 “출산이나 임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