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3

..

“차별 없는 그 날까지 싸울 겁니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2-20 13: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차별 없는 그 날까지 싸울 겁니다”
    “정부의 고용허가제는 이미 실패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취업 비자를 발급해야 합니다.”

    서울 명동성당의 ‘강제 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철야 농성’ 현장에서 만난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마닉씨(27)는 무척 초췌해 보였다. 지난해 11월16일 농성을 시작한 뒤 석 달 동안 단 한 번도 현장을 떠나지 않은 탓이다. 그는 매일 낮 명동 거리를 돌며 시민들을 만나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알리고, 밤에는 성당 입구의 천막에서 선잠을 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진 출국만 하면 재고용을 보장한다며 출국 시한을 2003년 12월31일에서 2004년 1월15일로, 다시 1월21일에서 2월 말로 계속 연장하고 있지만 그는 출국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했다. 마닉씨뿐 아니라 1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 대부분이 여전히 한국에 남아 있다.

    “‘자진 출국 후 재고용’이라는 게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사실 말도 되지 않는 정책이거든요. 외국인 노동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나가는 비행기 값을 내고 나면 다시 들어올 표도 못 살 만큼 가난해요. 대책 마련 없이 무조건 나가라고만 하니 다들 버티고 있는 거죠.”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질 리 없다는 것도 이들이 출국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정부는 3월부터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총선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단속을 할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강제추방 조치는 결국 외국인 노동자 인권운동을 해온 ‘밉보이는 놈’들을 내쫓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겁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정책 때문에 3년6개월째 일해온 나라를 떠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외국인들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한국에서 싸울 겁니다.”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