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삶에서 새로운 기쁨을 찾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내가 매일같이 살면서 즐겁게 몰두하고 때로는 고민하며 마침내 성취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 ‘힐러리의 선택’을 집필했던 언론인 게일 쉬히는 어느 날 남편이 삶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한계에 봉착한 중년 남성의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편은 뉴욕에 있는 잡지사의 편집인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고, 2년 가까이 고심을 거듭하며 새 길을 찾으려고 애썼다. 한때 전문 컨설턴트가 되려고도 했고, 책을 낼 생각도 했으며, 전문 투자자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남편에게는 맞지 않았다.
‘나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이 없기에 이렇게 힘이 빠져 있는가?’
많은 사색과 성찰 끝에 마침내 그의 남편은 그 답을 찾았다.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발굴해 키우는 일이 자신에게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자신의 새 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익숙했던 것들과 고별하고, 셰익스피어가 말했듯 ‘자신을 보호하는 별에게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남편은 길고 어두운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이들 부부는 전보다 더 적은 수입으로 살아야 했지만 만족해하며 새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걱정을 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두려움을 느낀다’는 말이 있듯 대개의 중년 남성들은 항해지도 없이 망망대해를 헤매는 듯한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가 예전처럼 일정하지 않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 은퇴하는 일 모두 ‘적령기’가 있는 게 아니고 주변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
심지어 ‘남성 폐경’으로 간주되는 성적 능력의 저하도 이런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제약회사들은 이런 이들에게 ‘비아그라’ 같은 회춘약을 제시하며 더 많은 약을 먹으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육체적인 회춘만큼이나 중요한 건 정신적 회춘이다. 문화인류학적 방식을 이용해 100명의 남성에게서 그들의 솔직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정신적 회춘의 길을 보여주려는 것.
흥미로운 사실은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40대에 삶의 절정기를 맞지만 젊었을 때 누리던 자유로움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처럼, 또는 청년처럼 동물적인 남성다움을 뽐내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변 환경은 변해가는데 자신은 ‘청춘의 샘’을 마시며 젊음의 상태에 머물려는 욕구가 여전히 강렬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욕구를 잠재우지 못한 이들이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에서 쓰러져 숨진 ‘쇼타임 네트워크’의 사장 윈스턴 콕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쉬히는 이제 이전의 남성상을 바꿀 때가 됐다고 얘기한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폭력적인 특성의 남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계발하고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는 남성상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 그런 사례가 있다. 전 세계를 돌며 모험이 가득한 생활을 했던 신문기자 리 메이는 전쟁터에 가서 “몇 사람이 죽었죠?”라고 묻곤 했다. 그것이 ‘남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쉰이 되자 그는 그런 남성상에서 벗어나 ‘전쟁이나 정치와 전혀 상관 없는’ 정원 가꾸기와 요리, 이웃사람 사귀기로 새로운 중년의 삶을 보내고 있다.
은행에서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아이들의 등록금도 내야 하는 등 돈 들어갈 데가 너무나 많은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그는 한때 관계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삶의 전기를 맞았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만나 마음을 열었고, 그것을 계기로 주변을 사랑의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정원에서 화초를 가꾸는 일 같은 부드러운 것들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의 삶에서 물러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전해 받은 것이다. 그리고 ‘질식당하며 정신적으로 죽지 않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메이는 당장 살기가 힘들어졌지만 1년 동안 회고록을 썼고, 그동안의 역할을 바꿔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중년기의 역할 바꾸기를 성공적으로 해냈으며, 결혼생활은 한층 더 탄탄하고 성숙한 경지로 승화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통해 중년 이후의 남성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는 여자들이 불확실한 미래에서 삶의 새 길을 찾는 ‘자기 발견’의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중년 남성들이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거울이라는 느낌이 든다.
게일 쉬히 지음/ 형선호 옮김/ 황금가지 펴냄/ 424쪽/ 1만3000원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 ‘힐러리의 선택’을 집필했던 언론인 게일 쉬히는 어느 날 남편이 삶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한계에 봉착한 중년 남성의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편은 뉴욕에 있는 잡지사의 편집인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고, 2년 가까이 고심을 거듭하며 새 길을 찾으려고 애썼다. 한때 전문 컨설턴트가 되려고도 했고, 책을 낼 생각도 했으며, 전문 투자자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남편에게는 맞지 않았다.
‘나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이 없기에 이렇게 힘이 빠져 있는가?’
많은 사색과 성찰 끝에 마침내 그의 남편은 그 답을 찾았다.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발굴해 키우는 일이 자신에게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자신의 새 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익숙했던 것들과 고별하고, 셰익스피어가 말했듯 ‘자신을 보호하는 별에게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남편은 길고 어두운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이들 부부는 전보다 더 적은 수입으로 살아야 했지만 만족해하며 새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걱정을 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두려움을 느낀다’는 말이 있듯 대개의 중년 남성들은 항해지도 없이 망망대해를 헤매는 듯한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가 예전처럼 일정하지 않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 은퇴하는 일 모두 ‘적령기’가 있는 게 아니고 주변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
심지어 ‘남성 폐경’으로 간주되는 성적 능력의 저하도 이런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제약회사들은 이런 이들에게 ‘비아그라’ 같은 회춘약을 제시하며 더 많은 약을 먹으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육체적인 회춘만큼이나 중요한 건 정신적 회춘이다. 문화인류학적 방식을 이용해 100명의 남성에게서 그들의 솔직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정신적 회춘의 길을 보여주려는 것.
흥미로운 사실은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40대에 삶의 절정기를 맞지만 젊었을 때 누리던 자유로움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처럼, 또는 청년처럼 동물적인 남성다움을 뽐내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변 환경은 변해가는데 자신은 ‘청춘의 샘’을 마시며 젊음의 상태에 머물려는 욕구가 여전히 강렬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욕구를 잠재우지 못한 이들이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에서 쓰러져 숨진 ‘쇼타임 네트워크’의 사장 윈스턴 콕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쉬히는 이제 이전의 남성상을 바꿀 때가 됐다고 얘기한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폭력적인 특성의 남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계발하고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는 남성상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 그런 사례가 있다. 전 세계를 돌며 모험이 가득한 생활을 했던 신문기자 리 메이는 전쟁터에 가서 “몇 사람이 죽었죠?”라고 묻곤 했다. 그것이 ‘남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쉰이 되자 그는 그런 남성상에서 벗어나 ‘전쟁이나 정치와 전혀 상관 없는’ 정원 가꾸기와 요리, 이웃사람 사귀기로 새로운 중년의 삶을 보내고 있다.
은행에서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아이들의 등록금도 내야 하는 등 돈 들어갈 데가 너무나 많은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그는 한때 관계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삶의 전기를 맞았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만나 마음을 열었고, 그것을 계기로 주변을 사랑의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정원에서 화초를 가꾸는 일 같은 부드러운 것들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의 삶에서 물러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전해 받은 것이다. 그리고 ‘질식당하며 정신적으로 죽지 않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메이는 당장 살기가 힘들어졌지만 1년 동안 회고록을 썼고, 그동안의 역할을 바꿔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중년기의 역할 바꾸기를 성공적으로 해냈으며, 결혼생활은 한층 더 탄탄하고 성숙한 경지로 승화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통해 중년 이후의 남성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는 여자들이 불확실한 미래에서 삶의 새 길을 찾는 ‘자기 발견’의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중년 남성들이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거울이라는 느낌이 든다.
게일 쉬히 지음/ 형선호 옮김/ 황금가지 펴냄/ 424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