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험하지 않냐고 물으면, 그들은 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아니 길을 걷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들 한다. 레포츠가 뭔가? 운동이되, 즐기는 운동이다. 안전을 무시하는 순간, 더 이상 레포츠가 아니다. 고로 위험해 보이는 모든 레포츠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유치원생들이 암벽등반을 한다기에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응봉산 인공암벽장에 가보았다. 15m 인공암벽 아래에 무리지어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안전벨트와 안전모가 주어졌다. 두세 명의 사내아이들이 앞장섰다. 전문 스포츠클라이머들이 자일을 아이들의 안전벨트에 연결시켜주었다. 아이들은 두레박처럼 자일에 연결된 채 6m 높이의 목표물을 향해 암벽의 홀드(손잡이)를 붙들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를 쓰고 올라가는 녀석도 있었고, 발을 어디에 디뎌야 할지, 손은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몰라 울상을 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암벽을 오르는 것을 보고, 뒤에 남은 아이들도 용기를 내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적어도 두려워서 울거나 무섭다고 꽁무니를 빼는 아이는 없어 보였다.
이번엔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암벽에 붙었다. 팔을 쭉 펴고 다리를 최대한 벌리면서 옆걸음을 내디뎠다. 굳이 높이 오르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홀드를 잡고 즐기는 듯했다. 요사이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하려고 인공암벽을 탄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암벽을 타면 살이 빠집니까?”
“그럼요. 쏙쏙 빠져요.”
‘쏙쏙’에 힘주어 말한다. 땀이 금방 옷에 배는 만큼, 지방연소율이 좋아 비만관리에 효과적이란다. 그녀는 암벽장 바로 앞에 살고 있었다. 암벽장이 있는 곳은 야트막한 응봉산 절벽 아래인데, 원래 막다른 곳이어서 간혹 본드 같은 것도 발견되던 우범지역이었다. 그곳을 성동구청에서 암벽공원으로 만들면서 동네 분위기가 바뀌었다. 암벽장으로 들어서는 골목 주변의 상가가 활성화되고, ‘저게 뭐 하는 걸까’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주민들도 하나 둘 암벽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암벽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조명등이 들어올 때쯤에는 암벽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가 되었다.
곁에 있던 스포츠클라이밍 전문가 조규복씨에게 물었다.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은 한 손가락으로만 푸시업을 하거나 철봉에 매달릴 수 있을 정도로 손 힘이 좋아야 한다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암벽등반은 손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어깨 근육과 발목, 복근과 허벅지 근육 등 모든 근육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저 손만 쓰려 들면, 다른 부위는 짐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암벽을 타는데, 물 흐르듯 주저없이 쭉쭉 팔을 뻗어올린다. 분명 팔씨름을 하면 나를 이기지는 못할 텐데 거침없이 암벽을 오른다.
나는 15m의 인공암장 끝까지 올라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아무런 장비도 없고 평상복에 샌들 차림이다. 전문가 조규복씨에게 부탁했다.
암벽등반에 필요한 장비는 암벽화, 안전벨트, 초크통, 자일, 퀵도르 세트, 8자 하강기를 포함한 확보장비, 그리고 안전모다. 이 기본 장비를 갖추는 데 50만원 가량 든다. 통상적으로 높이가 3m 이내인 실내암벽등반을 할 때는 암벽화, 안전벨트, 초크통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쉬운 대로 최소한의 장비인 안전벨트와 초크통만 차고서 암벽 앞에 섰다. 초보자이기 때문에 톱 로프(Top Rope) 방식을 택했다. 이미 앞선 등반자가 암벽의 고리에 끼워놓은 자일을 몸에 걸고서 두레박처럼 올라가는 방식이다.
나는 인공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를 쭉쭉 뻗어 멋지게 올라가고 싶었으나, 팔과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다. 세 길 높이쯤 올라갔을까, 발 디딜 곳을 찾기 위해 밑을 바라보니 아찔했다. 밋밋해 보이던 벽면도 구불텅구불텅 굴곡져 있었다. 위만 보면 갈 만한데, 발 밑을 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릎을 올려 발을 딛고 손을 뻗어 몸을 끌어당기는데 손에만 힘이 잔뜩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한번 오르기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끝까지 가고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2m를 남겨놓고 도저히 손을 뻗어 새 홀드를 움켜쥘 수가 없었다. 움켜쥘 힘도 없는데 홀드를 잡고 몸을 끌어올리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해 보였다. 자일이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지만, 내가 13m 높이의 벽에 달라붙어 있다는 것이 실감 나질 않았다.
잠깐 숨을 돌려보지만 팔은 여전히 무감각하다. 더 버텨본들 새 힘이 솟을 것 같지 않았다. 이제 포기다, 그러자 밑에서 손을 놓으라는 지시가 올라왔다.
손을 놓으면 내 몸이 추락하지는 않을까,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손을 놓을 수밖에. 손을 놓자 내 몸이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렸다. 자일이 서서히 풀리자 두레박처럼 몸이 내려가는데, 쾌감이 일었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마음도 몸도 원상복귀다. 처음 한 것 치고는 잘했다는 격려를 들으며, 바닥에 있는 생수를 따라마시는데 종이컵을 들기조차 어려웠다.
요사이 실내암벽장이 생기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전국에 크고 작은 실내외 인공암벽장이 300개 가량 있다. 암벽을 타던 사람들이 몸을 만들고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서 인공암벽 시설을 이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포츠클라이밍이라는 독립된 생활 스포츠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몸을 접고, 뒤틀고, 펴고, 던져서 하는 진땀 나는 운동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유치원생, 아줌마, 하루 일을 마친 직장인 등 나이에 제한 없이 자기 수준에 맞춰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더욱이 목표를 산에 두게 되면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된다. 그렇게 매달리는 이들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은 억척 같은 일상이고, 자연암벽 등반은 후련한 일탈이 된다.
유치원생들이 암벽등반을 한다기에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응봉산 인공암벽장에 가보았다. 15m 인공암벽 아래에 무리지어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안전벨트와 안전모가 주어졌다. 두세 명의 사내아이들이 앞장섰다. 전문 스포츠클라이머들이 자일을 아이들의 안전벨트에 연결시켜주었다. 아이들은 두레박처럼 자일에 연결된 채 6m 높이의 목표물을 향해 암벽의 홀드(손잡이)를 붙들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를 쓰고 올라가는 녀석도 있었고, 발을 어디에 디뎌야 할지, 손은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몰라 울상을 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암벽을 오르는 것을 보고, 뒤에 남은 아이들도 용기를 내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적어도 두려워서 울거나 무섭다고 꽁무니를 빼는 아이는 없어 보였다.
이번엔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암벽에 붙었다. 팔을 쭉 펴고 다리를 최대한 벌리면서 옆걸음을 내디뎠다. 굳이 높이 오르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홀드를 잡고 즐기는 듯했다. 요사이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하려고 인공암벽을 탄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암벽을 타면 살이 빠집니까?”
“그럼요. 쏙쏙 빠져요.”
‘쏙쏙’에 힘주어 말한다. 땀이 금방 옷에 배는 만큼, 지방연소율이 좋아 비만관리에 효과적이란다. 그녀는 암벽장 바로 앞에 살고 있었다. 암벽장이 있는 곳은 야트막한 응봉산 절벽 아래인데, 원래 막다른 곳이어서 간혹 본드 같은 것도 발견되던 우범지역이었다. 그곳을 성동구청에서 암벽공원으로 만들면서 동네 분위기가 바뀌었다. 암벽장으로 들어서는 골목 주변의 상가가 활성화되고, ‘저게 뭐 하는 걸까’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주민들도 하나 둘 암벽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암벽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조명등이 들어올 때쯤에는 암벽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가 되었다.
곁에 있던 스포츠클라이밍 전문가 조규복씨에게 물었다.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은 한 손가락으로만 푸시업을 하거나 철봉에 매달릴 수 있을 정도로 손 힘이 좋아야 한다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암벽등반은 손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어깨 근육과 발목, 복근과 허벅지 근육 등 모든 근육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저 손만 쓰려 들면, 다른 부위는 짐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암벽을 타는데, 물 흐르듯 주저없이 쭉쭉 팔을 뻗어올린다. 분명 팔씨름을 하면 나를 이기지는 못할 텐데 거침없이 암벽을 오른다.
나는 15m의 인공암장 끝까지 올라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아무런 장비도 없고 평상복에 샌들 차림이다. 전문가 조규복씨에게 부탁했다.
암벽등반에 필요한 장비는 암벽화, 안전벨트, 초크통, 자일, 퀵도르 세트, 8자 하강기를 포함한 확보장비, 그리고 안전모다. 이 기본 장비를 갖추는 데 50만원 가량 든다. 통상적으로 높이가 3m 이내인 실내암벽등반을 할 때는 암벽화, 안전벨트, 초크통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쉬운 대로 최소한의 장비인 안전벨트와 초크통만 차고서 암벽 앞에 섰다. 초보자이기 때문에 톱 로프(Top Rope) 방식을 택했다. 이미 앞선 등반자가 암벽의 고리에 끼워놓은 자일을 몸에 걸고서 두레박처럼 올라가는 방식이다.
나는 인공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를 쭉쭉 뻗어 멋지게 올라가고 싶었으나, 팔과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다. 세 길 높이쯤 올라갔을까, 발 디딜 곳을 찾기 위해 밑을 바라보니 아찔했다. 밋밋해 보이던 벽면도 구불텅구불텅 굴곡져 있었다. 위만 보면 갈 만한데, 발 밑을 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릎을 올려 발을 딛고 손을 뻗어 몸을 끌어당기는데 손에만 힘이 잔뜩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한번 오르기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끝까지 가고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2m를 남겨놓고 도저히 손을 뻗어 새 홀드를 움켜쥘 수가 없었다. 움켜쥘 힘도 없는데 홀드를 잡고 몸을 끌어올리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해 보였다. 자일이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지만, 내가 13m 높이의 벽에 달라붙어 있다는 것이 실감 나질 않았다.
잠깐 숨을 돌려보지만 팔은 여전히 무감각하다. 더 버텨본들 새 힘이 솟을 것 같지 않았다. 이제 포기다, 그러자 밑에서 손을 놓으라는 지시가 올라왔다.
손을 놓으면 내 몸이 추락하지는 않을까,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손을 놓을 수밖에. 손을 놓자 내 몸이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렸다. 자일이 서서히 풀리자 두레박처럼 몸이 내려가는데, 쾌감이 일었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마음도 몸도 원상복귀다. 처음 한 것 치고는 잘했다는 격려를 들으며, 바닥에 있는 생수를 따라마시는데 종이컵을 들기조차 어려웠다.
요사이 실내암벽장이 생기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전국에 크고 작은 실내외 인공암벽장이 300개 가량 있다. 암벽을 타던 사람들이 몸을 만들고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서 인공암벽 시설을 이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포츠클라이밍이라는 독립된 생활 스포츠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몸을 접고, 뒤틀고, 펴고, 던져서 하는 진땀 나는 운동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유치원생, 아줌마, 하루 일을 마친 직장인 등 나이에 제한 없이 자기 수준에 맞춰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더욱이 목표를 산에 두게 되면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된다. 그렇게 매달리는 이들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은 억척 같은 일상이고, 자연암벽 등반은 후련한 일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