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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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도 화장발 잘 받네”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3-08-01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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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버스도 화장발 잘 받네”
    얼굴을 캔버스 삼아 색조의 마술을 부리던 화장품들이 전시장 벽에 걸린다. 9월25일부터 10월1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컬러풀, 파워풀’ 전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코스메틱 아트 기획전이다. 화장을 여성들이 자신의 개성을 가장 손쉽게, 가장 잘, 그리고 매일 표현하는 ‘일상의 예술’로서 설정하고, 화장품이 갖는 다양한 색조를 미술작품에 반영했다.

    전시기획자 전혜정씨는 “화장 재료를 미술작품에 사용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화장품의 특성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전시는 처음”이라면서 “재료를 안료처럼 쓴 회화적 작품부터 조각, 판화, 사진, 영상설치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한다. 작가 선정 기준은 컬러감각, 새로운 미술 매체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이다. 11명의 젊은 작가들은 끌리오사의 후원(기업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재료와 전시비용 일체 제공)을 받아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가지고 한껏 시각적 유희를 즐겼다.

    “캔버스도 화장발 잘 받네”
    화장품을 안료처럼 활용한 작품들-권영지씨의 ‘무제’, 신연진씨의 ‘우먼 이미지, 핑크’, 이서미씨의 ‘일주일’-의 특징은 기존 안료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컬러감각에 있다. ‘무제’는 실제 나선형 무지개를 그린 것으로 옵아트의 환상성을 잘 드러내며, ‘우먼 이미지’는 패션잡지 속에서 오린 이미지들을 콜라주기법으로 붙이고 화장품의 핑크톤 안료들이 겹쳐지고 배어나오는 효과를 노렸다. ‘일주일’은 7점의 연작 판화다. 작가의 분신 이미지를 판화로 찍어내고 반짝이는 화장품 재료를 덧칠했다. 특히 연작 중 ‘월요일’은 우울한 블루톤에 바쁘게 거리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화장품을 가장 직설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송씨의 ‘컬러 죽인다’. 그는 동그란 색색의 아이섀도 케이크를 가지고 비명을 지르는 얼굴을 모자이크한 뒤 권총에서 총알이 튀어나오는 순간을 묘사했다. ‘컬러 죽인다’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은 폭력사회에 대한 패러디다.

    “캔버스도 화장발 잘 받네”
    김상희씨의 ‘色體-몸에 빛을 더한다’, 김태중씨의 ‘메이크업 솔’, 주영신의 ‘아주 사소한’, 전혜정의 ‘일요일’은 유희성이 강한 작품들이다. ‘색체’는 손바닥만한 캔버스에 눈, 코, 입의 이미지를 그려넣고 옷장 속에 전시한 설치작품으로 눈, 코, 입을 형상화한 옷걸이도 등장한다. ‘메이크업 솔’은 투명한 병 속에 만들어진 화장대, ‘아주 사소한’은 무심히 잘라버리는 손톱 위에 신체기관을 드로잉한 작품이다. 비디오아트인 ‘일요일’은 나른한 오후 화장하는 가족의 유쾌한 모습을 담았다. 평소 아이들에게 금기였던 화장품을 마음껏 주무르게 했더니 그것은 장난감이거나 얼굴에 바르는 물감으로 변했다. 아내의 화장을 무심히 지켜보기만 하던 남편도 기꺼이 화장 유희에 참여한다.



    “캔버스도 화장발 잘 받네”
    이 전시의 마지막 코스는 관객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조성희씨는 메이크업 도구인 스펀지를 가지고 두상을 만들어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넣었다. 관객들은 투명상자의 구멍을 통해 손을 넣고 두상을 마음껏 화장시킨다. 일주일의 전시기간 동안 스펀지 얼굴이 어떻게 변해갈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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