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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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히틀러 드라마 주인공 되다

美 CBS 미니시리즈로 제작 추진… 역사학자들은 비판적 반응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3-06-17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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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재자 히틀러 드라마 주인공 되다
    역사학자인 론 로젠바움은 1998년에 쓴 책 ‘히틀러에 대한 설명’에서 히틀러를 ‘과거의 괴로운 기억을 잊기 위해 발버둥치던 복잡한 인물’로 묘사한 바 있다. 그만큼 히틀러는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다. 최근 미국 CBS 방송이 히틀러의 어린 시절부터 독재자로 권력을 잡기까지의 과정을 줄거리로 한 4시간짜리 미니시리즈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미니시리즈가 히틀러의 불우한 유년 시절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그를 동정의 여지가 있는 인물로 착각하게끔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히틀러가 유년 시절에 겪은 불행을 강조함으로써 게슈타포, 아우슈비츠, 그리고 무엇보다 5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악행을 덮어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가 지적한 문제점이다.

    “드라마는 인물 내면세계 표현에 한계”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어린 시절의 히틀러는 아버지에게 늘 매를 맞던 아이였다. CBS의 미니시리즈는 이 외롭고 불쌍한 아이가 대중과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능력을 발휘하며 희대의 독재자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주목할 계획이다. CBS 예능국장인 낸시 텔러는 히틀러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강인했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이 같은 CBS의 의욕에 대해 비판적이다. 콜럼비아대 석좌교수인 역사학자 프리츠 스턴은 ‘히틀러는 정말로 특별하고 복잡한 연구과제’라고 말한다. “그를 대강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또는 설명이 가능한 주제로 집약시킬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겁니다.”



    CBS는 스턴을 비롯한 여러 역사학자들의 조언대로 이언 커쇼가 쓴 평전 ‘히틀러, 1889~1936: 오만한 사람’을 토대로 할 계획이다. 이 책은 히틀러의 젊은 시절을 가장 객관적으로 저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좋은 책을 대본으로 삼았다고 해서 미니시리즈가 좋은 작품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정의와 역사적 사실이 균형 있게 보여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요. 대부분의 감독과 연기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그저 배경으로만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만들어버립니다. 결국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픽션이 되어버리죠.” 역사학자 리처드 로드의 지적이다.

    비단 CBS의 미니시리즈 제작 해프닝이 아니더라도 히틀러는 대부분의 학자들에게 참으로 난감하게 다가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의 생애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선한 행위라는 확신 하에 악행을 행할 때, 그의 행위는 악인가 아니면 비극적인 실수인가’ 하는 철학적·도덕적인 의문을 해결해야 한다. 히틀러는 유태인을 비롯한 각종 ‘열등 인종’을 제거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임을 굳게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TV 드라마가 이 같은 인물의 내면세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로젠바움은 이렇게 묻는다. “홀로코스트를 연구한 학자 예후다 바우어는 히틀러에 관한 모든 기록과 증언, 역사적 사실을 연구했지만 그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권위 있는 학자도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을 과연 미니시리즈의 대본 작가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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