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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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우주까지 … 톡톡 튀는 유럽 디자인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09-24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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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서 우주까지 … 톡톡 튀는 유럽 디자인
    ‘유럽’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가. 아마도 고전, 셰익스피어, 예술 등이 유럽이라는 단어와 겹치는 인상일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강렬한 유럽의 이미지는 ‘오래됨’이다.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우뚝 서 있는 바로크 또는 로코코 양식의 건축, 유행을 타지 않는 버버리 코트를 입은 사람들, 음울한 날씨. 유럽은 그처럼 회색과 잿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유럽인들도 이 같은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 이제 그들은 ‘고색창연한 유럽’의 틀을 벗어버리고 싶어한다. 사실 요즘의 유럽은 화폐통합까지 이루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지 않은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몸에서 우주까지-유럽인의 새로운 선택’은 변화된 유럽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전이다. 전시에 소개된 50가지의 프로젝트들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유럽 11개국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신예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품들. 젊은 디자이너들은 그릇·의자·전자제품·의상·미래의 교실과 부엌 등은 물론, 우주까지 겁 없이 그들의 디자인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몸에서 우주까지’다.



    유럽 각국 다양한 매력에 흠뻑




    몸에서 우주까지 … 톡톡 튀는 유럽 디자인
    ‘유럽인의 새로운 선택’전은 유럽의 예술 및 디자인 교육자 협의회(Cumulus)와 프랑스 문화부가 2년 반에 걸쳐 기획했다. 전 유럽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 유럽인의 생활방식에 관한 디자인을 공모한 후, 400개의 프로젝트를 선발해 지난 5월 루브르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몸, 집, 네트워크, 미래의 교육환경, 음식문화 공간, 유럽식으로 꾸민 미래의 바비인형 등 전시의 주제는 다양했다. 이때 소개된 작품 400개 프로젝트가 50개로 추려져 한국 전시에 소개된다.

    전시장의 공기에는 젊음의 풋풋함과 약간의 어색함, 그리고 발랄함이 한꺼번에 녹아들어 있다. 파스칼 비에덴만 등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교 재학생 세 명이 출품한 ‘시소 벤치’는 공원에 흔히 널려 있는 벤치들을 시소로 만들었다. 이 의자에는 한 명은 앉을 수 없고 두 명이 균형을 잡아야만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핀란드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 학생들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이름 하에 다양한 그릇 시리즈를 선보였다. 흰 세라믹 그릇들에는 실용적이고도 검박한 북유럽 특유의 개성이 살아 있다. 이탈리아 학생인 리포노 이노센초가 디자인한 포크와 나이프는 미끈한 유선형의 물고기 같다. 디에고 바스케즈의 그릇 디자인 ‘느끼면서 먹기’는 오므린 손바닥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는 유로통화 단일화를 기념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럽인들은 ‘유럽’이라는 문화공동체의 합의를 모색하는 화두로 순수예술이 아닌 디자인을 택했을까요? 유럽 문화에서 디자인은 삶을 발전시키는 환경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전시 기획위원인 김난령씨의 말이다. 김씨는 유럽 공동체를 통합하는 정체성과 각국의 다양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데 이번 전시의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몸에서 우주까지 … 톡톡 튀는 유럽 디자인
    전시 준비위원인 로빈 베이커 학장(영국 레이번스본 대학교)의 말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디자인 산업에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디자인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디자인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힘을 가지고 있죠. 특히 좋은 디자인은 바로 제품으로 연결되어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유럽 각국은 디자인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창조성 산업’의 규모가 국내경제의 4%를 차지하지요.”

    베이커 학장은 유럽 각국 중 디자인 선진국으로는 영국을, 그리고 참신한 디자인을 많이 창조해내는 나라로는 핀란드를 꼽았다.

    몸에서 우주까지 … 톡톡 튀는 유럽 디자인
    사실 이번 전시에는 아직 ‘세계화되지 않은’ 유럽인들만의 독특한 정취 같은 것이 분명 느껴졌다. 음식문화에 대한 유난한 집착, 환경에 대한 특별한 관심 등. 아기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차례로 실려 나오는 ‘미래의 아기공장’에서 일하는 바비인형의 모습에서는 바비로 대표되는 미국 문화에 대한 은근한 조롱도 엿보인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것은 유럽의 젊은이들 역시 어느 대륙 못지않게 과감하고 창조적인 미래를 꿈꾼다는 것. 이들의 상상 속에서 미래의 유럽인들은 컴퓨터가 장착된 옷을 입고 젤리 형태나 튜브에 담긴 음식물을 먹으며 수륙양용차를 타고 가상의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즐긴다. 누가 유럽을 오래된 대륙이라고 했는가. 이들의 상상 속에서 이미 유럽은 젊고 새로운 대륙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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