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축구경기장. ‘통~일조국, 세~계최강’을 외치는 6만4000여 관중의 함성에 ‘6월의 감동’이 실린 ‘필승 코리아’와 ‘아리랑’은 ‘통일노래’가 됐다. ‘대~한민국’ 구호는 ‘남~북통일’로 옷을 갈아입고 경기장에 메아리쳤고, 한반도기가 일으킨 백색 물결은 함성을 머금고 겨레의 염원을 상징하며 높이 일었다.
경기장 곳곳엔 통일축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격문이 나붙었다. ‘하나 되자! 하나 되어 세계를 흔들어놓자’ ‘잘 왔다 친구여! 우리 친구 아~이가’ ‘이산의 아픔을 화합의 축구로’ ‘남이 이겨도 북이 이겨도 우리는 하나!’ 격문의 글귀처럼 이념도 정치도 세월도 핏줄의 힘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통~일 조국'을 외치는 관중들. 남북 선수들이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남측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리정만 감독. 한반도기를 든 한 어린이가 경기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위부터).
그러나 선수들의 가슴엔 민족애와 통일의 염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서로를 겨냥한 발끝에 부딪치고 넘어지면서도 따뜻한 손을 내밀어 부여잡고 하나임을 확인했다. 남북으로 갈린 창과 방패는 조이고 밀리고 맞물리면서 통일의 염원과 민족애로 결국 하나가 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박항서 리정만 양 감독은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며 손을 맞잡았고, 남과 북의 선수들은 어깨를 겯고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경기 결과는 ‘아름다운 무승부’.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남북 선수들은 대형 한반도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행진하면서 ‘우리의 소원’을 목놓아 불렀다. 관중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한반도기를 흔들며 ‘통일축제’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