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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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반이 출마 원한다”

정몽준 의원 인터뷰 “연막 칠 생각 없다 … 9월 남북축구대회에 김정일 참석 희망”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15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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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 반이 출마 원한다”
    ”정치 과잉의 현장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중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 지금은 차분히 시간을 가질 때다.”

    7월8일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회장 집무실.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에 대해 술술 풀어나가던 정몽준 의원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였다.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룩한 주역이지만 ‘대선후보 정몽준’에 대한 입장표명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듯했다. 정치 질문에는 가급적 드라이한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고 답변도 단문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거듭된 질문에 때로는 암시적으로, 때로는 구체적으로 자기 생각과 대선에 대한 구상의 일단을 선보였다.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월드컵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지역과 계층, 세대를 뛰어넘어 국민을 하나로 단합시킨 것, 그것이 가장 큰 성과 아닐까.”



    -축구 전용구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월드컵 경기장의 사후 활용 문제는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온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해당 도시의 프로축구팀 홈 구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프로구단이 없는 도시가 문제인데, 자치단체나 기업이 나서서 프로축구팀을 만들것을 기대한다. 발상을 전환하면 축구경기장은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전용할 수도 있다.”

    -9월 개최 예정인 남북축구대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계획이 있는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느꼈겠지만 축구는 민족주의를 반영하는 스포츠다. 축구를 통해 김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통일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아벨란제 FIFA 회장 명의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에게 초청장을 보낸 적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김위원장에게 초청장을 보내려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잘 안 됐다. 북측이 FIFA가 정한 A매치 데이까지 고려해 경기 날짜를 9월8일로 잡은 것으로 볼 때 경기 추진에 상당히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남북축구 문제와 관련 북측이 보낸 자료에 따르면 남북축구는 김위원장이 승인한 사업이다.”

    -왜 대선에 출마하려 하는가.

    “왜 출마하려 하느냐고? ‘출마할 것이냐’가 아니고? 정치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나도 우리 정치를 관찰하는 입장인데, 우리는 현재 정치 ‘과잉’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 정치 과잉의 현장에서 내가 뭘 할 것인지, 뭘 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중이다. 우선 급한 것은 월드컵 뒷마무리다. 정치적 동기로 월드컵을 유치했다는 얘기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나와 나한테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이 차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위 ‘정풍’(鄭風)이 연말 대선구도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예측 가능한 정치를 위해서라도 출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연막을 치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 나도 성격이 급한 사람이다. 월드컵 끝나고 바로 뭘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정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나도 얼마 전 신문을 보고 알았는데… 형님(정몽구)은 객관적 입장에서 코멘트한 것 같다. 아우 정몽준이 아니라 축구협회장 정몽준으로….”

    -정회장 발언에 동의하나. (대선에 대한) 가족들 의견은?

    “아버지(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가 돌아가신 후 가족이 모여 얘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최근 지지도가 올라가니 가족 중 ‘반’은 출마를 원하더라.”

    -대통령의 자질·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겸손해야 한다. 대통령은 정쟁에 휘말리지 말고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을 화합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철학도 필요하고….

    -정의원은 이 기준에 어느 정도 충족된다고 보는가.

    “월드컵 잘됐다고 큰소리치면 어리석은 짓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관한 소설을 보면 ‘인생이라는 것은 무거운 돌을 짊어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고 했는데, 참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지난 연초부터 환경신당 등 새로운 정당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는데….

    “언론들이 앞서나간 것 같다.”

    -요즘 모든 언론매체가 정의원의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특정 정치인이 특정 선거를 앞두고 당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출마하니 신당을 만든다? 글쎄, 그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정치를 혼자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정치는 세력이 필요하다. 인정한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지금 뭐라 얘기하겠는가.”

    -기존 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부정적이라는 뜻인가?

    “현실과 이상, 모두 중요한 것 아닌가.”

    -이인제ㆍ박근혜 의원 등이 4자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들과 만날 계획인가.

    “국회가 열리니 당연히 만나지 않겠는가. 학연이나 지연이 아니라 뜻과 이상을 같이하는 분들과는 언제 어디서나 만나겠다. 그렇지만 아직 그분들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들은 것이 없다.”

    -대한축구협회장, 2002 한·일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등 여러 직책 중 유독 국회의원직에 집착하지만 정작 정치적 활동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하는 데 굳이 ‘자리’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너는 이것만 해라’는 방식은 너무 폐쇄적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했다. 모든 것은 국민들이 평가하지 않겠나.”

    -FIFA 활동은 계속 할 계획인가.

    “내가 지지하던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이 지난 5월 말 총회선거에서 낙선했다. 선거결과에 승복했지만 그 승복이 제프 블래터 회장이 저지른 실정과 과오까지 덮어두겠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도 FIFA의 투명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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