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탭덕스’ ‘스텀프’ ‘도깨비스톰’….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인기리에 공연된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정답은 이들 모두가 ‘비언어(넌버벌) 퍼포먼스’라는 것. 또는 ‘비언어 신체극’이라고도 한다. 이런 작품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우선 틀에 짜인 형식에서 탈출한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고, 의미 전달의 중요한 수단인 언어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진정한 예술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넌버벌 퍼포먼스’는 이미 21세기 공연예술을 이끌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사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작품만 좋으면 해외 무대 진출에도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다양한 작품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눈길 끄는 두 작품이 있다. 지난 3월20일부터 1년간 정동 A&C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간 ‘쇼 태권’과 4월29일 대대적인 시연회를 개최하고 현재 미국 공연을 앞둔 ‘태권 금강’은 모두 우리의 전통무예인 태권도를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극이라는 점에서 관심거리.
먼저 공연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쇼 태권’은 별다른 사전 홍보작업이 없었는데도 입소문이 퍼져 연일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관객 중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유독 많은 게 특징. 공연기획사 라이브엔터테인먼트가 3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무대에 올린 이 공연은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맞아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을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쇼 태권’은 태권도를 마치 버라이어티 쇼처럼 꾸몄다. 태권도의 대표 동작인 품세, 격파, 겨루기를 기본으로 사물놀이 등 국악 연주에 감각적인 댄스를 접목해 ‘태권도의 다국화’를 시도했고, 화려한 무대장치 등 볼거리도 다양한 편. 선과 악의 대결, 스승의 죽음과 수제자의 복수라는 다소 단순하고 유치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1시간20여분간 이어지는 화려한 액션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신선하다’ ‘재미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태권도와 쇼의 결합이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딱딱하거나 엄숙하지 않고 신나는 무대였다”(정성우·회사원) “현대음악과 태권도의 조화가 멋졌다”(신미화·학생) “일본인 친구와 함께 관람했는데,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친구도 극을 완전히 이해하고 즐거워했다”(김지은·학생)는 소감을 들려줬다. 단체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여행객들은 중간중간 감탄사를 연발하며 “원더풀!”을 외치기도.
공연을 기획한 라이브엔터테인먼트 이종현 대표는 ‘쇼 태권’을 ‘난타’ 같은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프랑스의 물랭루주 쇼,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쇼, 일본의 가부키, 태국의 발리 쇼처럼 세계인이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한국적 문화공연으로 육성해 가겠다”는 것.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김치, 불고기 같은 음식과 함께 태권도를 떠올리지만 시범단 공연 외에는 제대로 된 공연물이 없었다. ‘전통문화’ 하면 느껴지는 딱딱함과 고루함을 탈피해 전통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런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최근 호텔신라에서 대대적인 시연회를 개최한 ‘태권 금강’ 역시 사물놀이와 록음악을 배경으로 태권도와 댄스를 결합시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문화상품. 사단법인 ‘코리아예술단’의 창립 작품인 ‘태권 금강’은 5월중 미국 공연길에 올라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 공연을 갖고 올 연말쯤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미국 공연의 경우 50만 달러의 사전 계약까지 한 상태. 신용원 단장은 “우리가 종주국인데도 태권도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높다. 세계적으로 태권도 인구가 5000만명에 이르는 만큼, 태권도가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한다.
태권도를 모티프로 한 국내 공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간 ‘태권 금강’은 ‘스포츠와 예술의 결합’을 지향한다. 우수한 전통예술에서 추출한 소재를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로 완성시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겠다는 것이 이들의 각오다.
“언제까지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이미지 안에서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이들의 노력과 발상의 탁월함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면서도 섣부른 무대화로 인한 역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런 작품들이 작은 무대에서 우리 것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주 테마인 태권의 참모습과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동극장 공연팀장 김영욱씨는 “전통 스포츠와 공연예술의 접목 차원에서 벗어나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태권도를 단지 소재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완성도 면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태권 금강’ 시연회에 참석했던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윤영호씨는 “태권도의 정신이야말로 몸과 마음의 단련을 통해 정의와 평화를 이룩하는 것인데, 공연물로 제작할 때도 태권도의 이런 정신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의 태권도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답은 이들 모두가 ‘비언어(넌버벌) 퍼포먼스’라는 것. 또는 ‘비언어 신체극’이라고도 한다. 이런 작품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우선 틀에 짜인 형식에서 탈출한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고, 의미 전달의 중요한 수단인 언어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진정한 예술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넌버벌 퍼포먼스’는 이미 21세기 공연예술을 이끌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사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작품만 좋으면 해외 무대 진출에도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다양한 작품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눈길 끄는 두 작품이 있다. 지난 3월20일부터 1년간 정동 A&C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간 ‘쇼 태권’과 4월29일 대대적인 시연회를 개최하고 현재 미국 공연을 앞둔 ‘태권 금강’은 모두 우리의 전통무예인 태권도를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극이라는 점에서 관심거리.
먼저 공연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쇼 태권’은 별다른 사전 홍보작업이 없었는데도 입소문이 퍼져 연일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관객 중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유독 많은 게 특징. 공연기획사 라이브엔터테인먼트가 3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무대에 올린 이 공연은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맞아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을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쇼 태권’은 태권도를 마치 버라이어티 쇼처럼 꾸몄다. 태권도의 대표 동작인 품세, 격파, 겨루기를 기본으로 사물놀이 등 국악 연주에 감각적인 댄스를 접목해 ‘태권도의 다국화’를 시도했고, 화려한 무대장치 등 볼거리도 다양한 편. 선과 악의 대결, 스승의 죽음과 수제자의 복수라는 다소 단순하고 유치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1시간20여분간 이어지는 화려한 액션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신선하다’ ‘재미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태권도와 쇼의 결합이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딱딱하거나 엄숙하지 않고 신나는 무대였다”(정성우·회사원) “현대음악과 태권도의 조화가 멋졌다”(신미화·학생) “일본인 친구와 함께 관람했는데,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친구도 극을 완전히 이해하고 즐거워했다”(김지은·학생)는 소감을 들려줬다. 단체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여행객들은 중간중간 감탄사를 연발하며 “원더풀!”을 외치기도.
공연을 기획한 라이브엔터테인먼트 이종현 대표는 ‘쇼 태권’을 ‘난타’ 같은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프랑스의 물랭루주 쇼,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쇼, 일본의 가부키, 태국의 발리 쇼처럼 세계인이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한국적 문화공연으로 육성해 가겠다”는 것.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김치, 불고기 같은 음식과 함께 태권도를 떠올리지만 시범단 공연 외에는 제대로 된 공연물이 없었다. ‘전통문화’ 하면 느껴지는 딱딱함과 고루함을 탈피해 전통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런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최근 호텔신라에서 대대적인 시연회를 개최한 ‘태권 금강’ 역시 사물놀이와 록음악을 배경으로 태권도와 댄스를 결합시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문화상품. 사단법인 ‘코리아예술단’의 창립 작품인 ‘태권 금강’은 5월중 미국 공연길에 올라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 공연을 갖고 올 연말쯤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미국 공연의 경우 50만 달러의 사전 계약까지 한 상태. 신용원 단장은 “우리가 종주국인데도 태권도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높다. 세계적으로 태권도 인구가 5000만명에 이르는 만큼, 태권도가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한다.
태권도를 모티프로 한 국내 공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간 ‘태권 금강’은 ‘스포츠와 예술의 결합’을 지향한다. 우수한 전통예술에서 추출한 소재를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로 완성시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겠다는 것이 이들의 각오다.
“언제까지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이미지 안에서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이들의 노력과 발상의 탁월함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면서도 섣부른 무대화로 인한 역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런 작품들이 작은 무대에서 우리 것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주 테마인 태권의 참모습과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동극장 공연팀장 김영욱씨는 “전통 스포츠와 공연예술의 접목 차원에서 벗어나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태권도를 단지 소재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완성도 면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태권 금강’ 시연회에 참석했던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윤영호씨는 “태권도의 정신이야말로 몸과 마음의 단련을 통해 정의와 평화를 이룩하는 것인데, 공연물로 제작할 때도 태권도의 이런 정신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의 태권도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