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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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우파 대학생들 ‘광란의 5월’

30여개 대학 결사조직 집회 열어 … 시민·좌파 학생과 충돌 ‘전쟁터 방불’

  • < 안윤기/ 슈투트가르트 통신원 > friedensstifter@hanmail.net

    입력2004-09-30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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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30일 자정 무렵 독일의 대학도시 튀빙겐. 수천명의 학생이 연합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구시가지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집회 이름은 ‘5월의 노래’. ‘노르마니아’ ‘라이티티아’ ‘게르마니아’ 등 튀빙겐에서 활동하는 30여개 대학생 결사조직(Verbindungen)이 주관하는 행사다. 각 단체의 학생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제복을 갖춰 입고 어깨에 삼색 띠를 두른 채 횃불을 들고 시내 중심가까지 노래를 부르며 행진한다

    이런 극우파 학생들의 집회가 조용히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행사를 마땅찮게 생각하는 시민과 좌파 학생들이 광장 한쪽을 차지하고 반대시위에 나서기 때문. 극우파 학생들이 부르는 ‘5월이 돌아왔네’ ‘사상은 자유롭다’와 좌파 학생들이 부르는, 좌파 노래의 고전 ‘인터내셔널’이 도심 곳곳에서 동시에 울려 퍼진다.

    목청을 높이고 경쟁적으로 노래하던 양 진영은 상대를 향해 야유와 달걀 세례를 퍼붓는다. 돌과 술병이 날아다니는 집단 충돌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올해는 주민들이 우파 학생들에게 물 세례를 퍼붓는 것으로 끝났지만 보통은 상점 유리창이 깨지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 도심이 ‘전쟁터’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5월은 이처럼 불상사를 막기 위해 동원된 경찰과 호기심 많은 구경꾼, 학생들이 뒤엉킨 ‘광란의 밤’으로 시작된다.

    등록된 결사조직만 3천개 넘어

    200여년 전, 나폴레옹이 전한 자유주의와 민족주의의 물결이 전 유럽을 휩쓴 이후, 독일 전역에는 새로운 사상에 눈뜬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사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결사조직들은 특히 전통적인 대학 도시들에 많이 생겼는데, 현재도 3000여개가 넘는 결사조직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 조직의 목적은 다양하다. 가톨릭, 개신교 등을 중심으로 모인 종교단체부터 카누, 승마 등을 함께 하는 스포츠 동아리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정치적 결사. 정치적 결사의 대부분은 우파적 성격을 띤다.



    몇몇 단체는 그 정도가 지나쳐 극우로 분류된다. 150년 역사를 가진 바이에른주의 ‘다누비아’ 같은 단체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반(反)국가 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다누비아 회원들은 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공직에 진출할 수 없다. 이러한 조치가 취해진 이유는 다누비아 회원들이 2년 전 발생한 외국인 테러의 주모자로 의심받던 신나치주의 청년의 은신과 도주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에 있는 ‘게르마니아’의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나치 시절 국가(國歌)로 불리던 ‘독일, 독일, 세상 모든 것 위에’가 올려져 있고, ‘다누비아’의 사무실에서는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이나 나치의 상징인 철십자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조직은 다른 조직과 펜싱으로 결투를 벌이기도 한다. 결투는 종종 집단 패싸움으로 이어진다. 2000년 뷔르츠부르크에서는 결사조직의 제복을 입은 학생이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사건은 단순 실족사로 처리되었지만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결사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학생단체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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