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야생동물은 비만하거나 허약한 경우가 별로 없어 보이고 의학의 도움이 전혀 없는데도 대부분 건강하다. 그에 비해 인간은 각종 첨단의학과 운동, 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대부분 질병에 시달리다 병원 침대에서 죽음을 맞는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류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의학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영국 런던의 개방대학(Open University)에서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신디 앵겔은 여기에 대해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야생동물은 스스로를 치료하는 방법을 안다. 그 치료 방법은 숯부터 나뭇잎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동물의 건강 유지법을 사람에게도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앵겔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야생동물의 건강’(Wild Health)이라는 저서를 내놓았다.
“90년 즈음부터 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병원에 가보았지만 뾰족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허브 요법, 다이어트 등 대체의학으로 불리는 각종 방법을 사용해 보았고 스트레스를 줄이려 애쓰기도 했죠. 그러다가 제 연구 분야인 동물의 식습관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앵겔은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물의 건강법에 눈 돌리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앵겔의 주장에 따르면 동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건강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특히 야생동물에게 건강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건강을 잃는 순간, 동물은 무리에서 뒤떨어지거나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등 자연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동물은 인간 이상으로 건강을 지키는 데 필사적일지도 모른다.
“외딴 섬에서 서식하는 양은 죽은 갈매기 뼈를 먹는 이상행동을 합니다. 초식동물인 양이 동물의 뼈를 먹는 것은 섬에서 달리 찾을 길이 없는 무기질을 섭취하기 위해서죠. 야생동물에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이처럼 절박한 문제입니다.”
야생동물이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그 수준도 ‘동물 따위가 뭘 알겠어’ 하고 치부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높다. 예를 들면 동물은 기운을 북돋기 위해 흥분제 성분이 들어 있는 과일이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버섯, 아편 성분이 들어 있는 양귀비 등 향정신성 먹을거리를 즐겨 섭취한다. 개중에는 흥분제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동물도 있다. 더욱 놀랄 만한 사실은 교미시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자연에 널려 있는 ‘최음제’를 먹는 경우마저 있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 사막에 사는 거북은 칼슘을 찾아 사막을 몇십 km씩 여행한다. 칼슘은 거북의 껍질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성분이다.
△ 원숭이와 곰 등은 신맛이 나는 기름과 고약한 냄새의 송진을 온몸에 즐겨 바른다. 이러한 냄새들은 벌레에 물리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세균 감염도 예방해 준다.
△ 침팬지는 털이 난 나뭇잎을 독특한 방법으로 뭉쳐서 삼킨다. 잎에 난 털이 식도로 넘어가며 식도 주위의 기생충들을 ‘청소’해 준다. 개와 고양이가 가끔 풀을 뜯어먹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풀들은 기생충과 함께 소화되지 않고 몸 바깥으로 배설된다.
△ 새들은 특정한 향이 나는 허브잎을 모아 둥지를 둘러싼다. 잎의 향 때문에 진드기와 벼룩이 둥지로 접근하지 못한다.
△ 코끼리는 나트륨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 소금을 먹는다. 만약 소금이 모자라면 새로운 소금 동굴을 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집단 이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 붉은 원숭이는 주식인 나뭇잎이 함유하는 독성 성분을 없애기 위해 숯을 먹는다.
보통 동물들은 모체로부터 이 같은 식습관을 배운다. 하지만 동물들이 먹을거리의 의학적 효능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와 원숭이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먹는 나뭇잎의 종류는 30가지가 넘는다. 만약 침팬지가 나뭇잎을 먹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털이 가장 부숭부숭한 나뭇잎을 골라 먹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야생동물의 건강법을 배울 수 있을까? 동물이 사용하는 건강법은 원시 상태의 인류가 썼던 초보적 의학 지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 동물이 먹는 건강 먹을거리는 대부분 떫거나 쓴 맛이 난다. 인간은 문명을 개발한 이후 먹을거리에서 나쁜 맛을 빼내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정작 떫거나 쓴 맛이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필요한 단백질의 60% 이상을 고기에서 섭취한다. 역시 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있는 서구인들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마사이족이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비결은 마사이족이 고기와 함께 먹는 각종 야생 채소들에 있다. 쓴맛 나는 이 채소들에는 산화방지제가 다량 포함되어 있어 고기의 지방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덕분에 마사이족은 심장질환에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비만한 사람도 없다.
마사이족의 식습관은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지켜온 고유한 다이어트법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쓴맛 대신 단맛 나는 채소를 개발했고 각종 향신료와 방부제를 넣어 음식 고유의 의약성분을 모두 제거해 버리고 만 것이다. 현재 인류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인 각종 암과 심장질환은 알고 보면 이처럼 잘못된 먹을거리가 낳은 결과라는 것이 앵겔의 주장이다. 야생동물은 야생 그대로의 음식들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하는 반면 인간은 각종 유제품, 정제된 곡식, 가공식품들을 지나치게 먹어 스스로 건강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야생동물에 비해 인간이 길러온 가축이나 애완동물이 훨씬 더 약한 체질을 타고난다는 점이다. 소가 진흙을 먹는 것처럼 일부 가축이 야생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가끔 발견된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인간에게 길들여지면서 가축은 야생에서 생활할 당시의 강인한 유전인자들을 잃고 약한 부분만 보유하게 되었다. 가축들이 약해져 가는 과정은 야성의 인간이 문명화되면서 점점 약해지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최근 각종 대체의학 열풍이 불고 있으며 좋은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유기농법이 개발되는 등 야생동물의 자연스러운 식습관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 조금씩이나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아직 인류는 자연에게서 배울 점이 더 많은 듯싶다.
영국 런던의 개방대학(Open University)에서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신디 앵겔은 여기에 대해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야생동물은 스스로를 치료하는 방법을 안다. 그 치료 방법은 숯부터 나뭇잎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동물의 건강 유지법을 사람에게도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앵겔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야생동물의 건강’(Wild Health)이라는 저서를 내놓았다.
“90년 즈음부터 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병원에 가보았지만 뾰족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허브 요법, 다이어트 등 대체의학으로 불리는 각종 방법을 사용해 보았고 스트레스를 줄이려 애쓰기도 했죠. 그러다가 제 연구 분야인 동물의 식습관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앵겔은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물의 건강법에 눈 돌리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앵겔의 주장에 따르면 동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건강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특히 야생동물에게 건강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건강을 잃는 순간, 동물은 무리에서 뒤떨어지거나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등 자연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동물은 인간 이상으로 건강을 지키는 데 필사적일지도 모른다.
“외딴 섬에서 서식하는 양은 죽은 갈매기 뼈를 먹는 이상행동을 합니다. 초식동물인 양이 동물의 뼈를 먹는 것은 섬에서 달리 찾을 길이 없는 무기질을 섭취하기 위해서죠. 야생동물에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이처럼 절박한 문제입니다.”
야생동물이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그 수준도 ‘동물 따위가 뭘 알겠어’ 하고 치부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높다. 예를 들면 동물은 기운을 북돋기 위해 흥분제 성분이 들어 있는 과일이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버섯, 아편 성분이 들어 있는 양귀비 등 향정신성 먹을거리를 즐겨 섭취한다. 개중에는 흥분제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동물도 있다. 더욱 놀랄 만한 사실은 교미시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자연에 널려 있는 ‘최음제’를 먹는 경우마저 있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 사막에 사는 거북은 칼슘을 찾아 사막을 몇십 km씩 여행한다. 칼슘은 거북의 껍질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성분이다.
△ 원숭이와 곰 등은 신맛이 나는 기름과 고약한 냄새의 송진을 온몸에 즐겨 바른다. 이러한 냄새들은 벌레에 물리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세균 감염도 예방해 준다.
△ 침팬지는 털이 난 나뭇잎을 독특한 방법으로 뭉쳐서 삼킨다. 잎에 난 털이 식도로 넘어가며 식도 주위의 기생충들을 ‘청소’해 준다. 개와 고양이가 가끔 풀을 뜯어먹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풀들은 기생충과 함께 소화되지 않고 몸 바깥으로 배설된다.
△ 새들은 특정한 향이 나는 허브잎을 모아 둥지를 둘러싼다. 잎의 향 때문에 진드기와 벼룩이 둥지로 접근하지 못한다.
△ 코끼리는 나트륨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 소금을 먹는다. 만약 소금이 모자라면 새로운 소금 동굴을 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집단 이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 붉은 원숭이는 주식인 나뭇잎이 함유하는 독성 성분을 없애기 위해 숯을 먹는다.
보통 동물들은 모체로부터 이 같은 식습관을 배운다. 하지만 동물들이 먹을거리의 의학적 효능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와 원숭이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먹는 나뭇잎의 종류는 30가지가 넘는다. 만약 침팬지가 나뭇잎을 먹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털이 가장 부숭부숭한 나뭇잎을 골라 먹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야생동물의 건강법을 배울 수 있을까? 동물이 사용하는 건강법은 원시 상태의 인류가 썼던 초보적 의학 지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 동물이 먹는 건강 먹을거리는 대부분 떫거나 쓴 맛이 난다. 인간은 문명을 개발한 이후 먹을거리에서 나쁜 맛을 빼내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정작 떫거나 쓴 맛이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필요한 단백질의 60% 이상을 고기에서 섭취한다. 역시 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있는 서구인들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마사이족이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비결은 마사이족이 고기와 함께 먹는 각종 야생 채소들에 있다. 쓴맛 나는 이 채소들에는 산화방지제가 다량 포함되어 있어 고기의 지방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덕분에 마사이족은 심장질환에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비만한 사람도 없다.
마사이족의 식습관은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지켜온 고유한 다이어트법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쓴맛 대신 단맛 나는 채소를 개발했고 각종 향신료와 방부제를 넣어 음식 고유의 의약성분을 모두 제거해 버리고 만 것이다. 현재 인류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인 각종 암과 심장질환은 알고 보면 이처럼 잘못된 먹을거리가 낳은 결과라는 것이 앵겔의 주장이다. 야생동물은 야생 그대로의 음식들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하는 반면 인간은 각종 유제품, 정제된 곡식, 가공식품들을 지나치게 먹어 스스로 건강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야생동물에 비해 인간이 길러온 가축이나 애완동물이 훨씬 더 약한 체질을 타고난다는 점이다. 소가 진흙을 먹는 것처럼 일부 가축이 야생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가끔 발견된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인간에게 길들여지면서 가축은 야생에서 생활할 당시의 강인한 유전인자들을 잃고 약한 부분만 보유하게 되었다. 가축들이 약해져 가는 과정은 야성의 인간이 문명화되면서 점점 약해지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최근 각종 대체의학 열풍이 불고 있으며 좋은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유기농법이 개발되는 등 야생동물의 자연스러운 식습관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 조금씩이나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아직 인류는 자연에게서 배울 점이 더 많은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