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남녘으로부터의 화신(花信)과 함께 찾아온다. 봄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때이지만, 모지락스럽던 소한 대한 추위도 한풀 꺾이고 입춘과 우수를 지나서면 남도의 항구 여수에는 봄이 머지 않음을 알리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바다 건너 불어오는 바람에는 따뜻한 봄기운이 묻어나고 오동도와 돌산도의 울창한 숲에서는 붉고 탐스럽게 피어난 동백꽃이 화사한 봄을 예고한다.
동백꽃은 봄소식을 전하는 여러 꽃 중에서도 가장 꽃빛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샛노란 꽃술을 품은 선홍빛의 꽃잎과 윤기나는 푸른 이파리가 서로 뚜렷이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줍은 새색시마냥 반쯤만 꽃부리를 펼치는 동백은 꽃빛이 절정에 이를 즈음에 목이 부러지듯 통째로 땅에 떨어진다. 낙화한 뒤에도 동백의 꽃송이는 여전히 곱고 탐스럽다. 그래서 동백숲은 반쯤 꽃이 질 무렵에 가장 볼 만하다.
모질고 차가운 삭풍이 이따금 불어대는 이맘때쯤에도 오동도와 돌산도의 동백숲에서는 땅바닥에 뒹구는 동백의 요염하고도 탐스런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오동도는 동백꽃뿐만 아니라 ‘해장죽’ (시누대)이라는 대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등 160여종이나 되는 난대성 상록수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말 그대로 ‘숲의 낙원’을 이룬다. 또한 상록수림에 둘러싸인 숲길을 지나 섬 끝의 등대에 올라서면 여수항과 한려수도의 맑고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오동도의 동백숲을 찾아 여수항까지 간 김에 중앙로터리 부근의 언덕빼기에 있는 진남관(鎭南館·보물 제324호)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길이 75m에 높이가 14m에 이르는 이 건물은 둘레가 2.4m나 되는 기둥만도 68개나 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 목조건물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본디 이곳은 임진왜란 직전까지 충무공 이순신 휘하의 전라좌수영이 자리잡았던 곳이다. 그러나 좌수영의 중심건물인 진해루가 정유재란 때에 소실되자 전쟁 직후인 1599년에 삼도수군통제사 이시언이 그 자리에다 새로 진남관을 지었고, 그 이후 수차례의 중수와 보수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여수반도의 남쪽에 떠있는 돌산도는 이제 육지와 다름없는 섬이 되었다. 지난 84년에 길이 450m의 돌산대교가 완공됨으로써 배를 타지 않고서도 섬을 자유로이 드나들게 된 덕택이다. 이 다리는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자태와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서 지금은 여수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돌산대교 건너편의 돌산공원에서 바라보는 여수항과 돌산대교 주변의 야경은 이국적인 정취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돌산대교에서 영구암(靈龜庵) 아래 임포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남도의 갯마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해안도로다. 게다가 줄곧 남해안 특유의 아기자기하고도 평화로운 풍광을 바라보며 달리기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 길에서는 또한 모롱이와 언덕길을 몇 번씩이나 돌고 오르내리는 도중에도 호수처럼 잔잔한 쪽빛 바다와 그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내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길의 적당한 율동감과 느긋한 풍정이 먼길 떠난 길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도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무술목과 방죽포이다. 무술목은 임진왜란 당시 이충무공이 왜선 60여척을 격파했다는 전승지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무렵이면 수십마리의 고니떼가 날아드는 고니 도래지로도 이름나 있다. 그리고 무술목 남쪽의 방죽포는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 아담한 포구가 조화롭게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평온한 정경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돌산도의 맨 남쪽 마을인 임포에 이른다. 금오산 기슭의 양지바른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마을 주변에는 키 크고 잎도 무성한 동백나무의 노거목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마을 초입의 길가 언덕에는 수령이 자그마치 500년 이상이나 되었다는 것도 있다. 한눈에 봐도 퍽 탐스럽게 잘생긴 이 동백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이기도 하다.
임포마을을 아늑하게 둘러싼 금오산 중턱의 벼랑 위에는 영구암이 올라앉아 있다. 마을에서 영구암까지는 제법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15분 가량 올라야 하지만, 산비탈 곳곳에 울창한 동백숲이 등산의 수고로움을 잊게 한다.
64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영구암은 ‘향일암’(向日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향일암은 일제 때에 ‘일본을 바라보는 암자’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고, ‘해돋이를 맞는 암자’라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있다. 아무려나, 이 작은 암자의 공식적인 이름은 영구암이며, 오늘날에는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남해안에서는 손꼽히는 관음도량(觀音道場)이기도 하다. 더욱이 어느 전각 앞에서든지 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유난히 장엄하고도 환상적인 해돋이를 지켜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가파른 암자 주변의 해안절벽 곳곳에 우거진 동백숲도 일품이다.
영구암 뒤편의 산길을 따라 다시 20분쯤 오르면 더 넓고 활달한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금오산 정상(323m)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이곳에 서면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한려수도 바다의 그림 같은 풍광이 상쾌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낙조도 해돋이에 못지 않은 장관이며, 정상 일대의 커다란 바위마다 모두 거북의 등껍질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다는 점도 매우 특이하다. 실제로 영구암 주변의 형세는 마치 커다란 거북이 불경을 지고 팔을 휘저으며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아래쪽의 임포마을은 거북의 머리이고, 바다쪽으로 돌출된 땅은 다리이며, 금오산은 거북의 등에 해당되는 셈이다. 금오산 정상에 올라 향일암 주변의 형세를 세세히 살펴보는 것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동백꽃은 봄소식을 전하는 여러 꽃 중에서도 가장 꽃빛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샛노란 꽃술을 품은 선홍빛의 꽃잎과 윤기나는 푸른 이파리가 서로 뚜렷이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줍은 새색시마냥 반쯤만 꽃부리를 펼치는 동백은 꽃빛이 절정에 이를 즈음에 목이 부러지듯 통째로 땅에 떨어진다. 낙화한 뒤에도 동백의 꽃송이는 여전히 곱고 탐스럽다. 그래서 동백숲은 반쯤 꽃이 질 무렵에 가장 볼 만하다.
모질고 차가운 삭풍이 이따금 불어대는 이맘때쯤에도 오동도와 돌산도의 동백숲에서는 땅바닥에 뒹구는 동백의 요염하고도 탐스런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오동도는 동백꽃뿐만 아니라 ‘해장죽’ (시누대)이라는 대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등 160여종이나 되는 난대성 상록수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말 그대로 ‘숲의 낙원’을 이룬다. 또한 상록수림에 둘러싸인 숲길을 지나 섬 끝의 등대에 올라서면 여수항과 한려수도의 맑고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오동도의 동백숲을 찾아 여수항까지 간 김에 중앙로터리 부근의 언덕빼기에 있는 진남관(鎭南館·보물 제324호)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길이 75m에 높이가 14m에 이르는 이 건물은 둘레가 2.4m나 되는 기둥만도 68개나 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 목조건물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본디 이곳은 임진왜란 직전까지 충무공 이순신 휘하의 전라좌수영이 자리잡았던 곳이다. 그러나 좌수영의 중심건물인 진해루가 정유재란 때에 소실되자 전쟁 직후인 1599년에 삼도수군통제사 이시언이 그 자리에다 새로 진남관을 지었고, 그 이후 수차례의 중수와 보수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여수반도의 남쪽에 떠있는 돌산도는 이제 육지와 다름없는 섬이 되었다. 지난 84년에 길이 450m의 돌산대교가 완공됨으로써 배를 타지 않고서도 섬을 자유로이 드나들게 된 덕택이다. 이 다리는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자태와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서 지금은 여수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돌산대교 건너편의 돌산공원에서 바라보는 여수항과 돌산대교 주변의 야경은 이국적인 정취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돌산대교에서 영구암(靈龜庵) 아래 임포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남도의 갯마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해안도로다. 게다가 줄곧 남해안 특유의 아기자기하고도 평화로운 풍광을 바라보며 달리기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 길에서는 또한 모롱이와 언덕길을 몇 번씩이나 돌고 오르내리는 도중에도 호수처럼 잔잔한 쪽빛 바다와 그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내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길의 적당한 율동감과 느긋한 풍정이 먼길 떠난 길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도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무술목과 방죽포이다. 무술목은 임진왜란 당시 이충무공이 왜선 60여척을 격파했다는 전승지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무렵이면 수십마리의 고니떼가 날아드는 고니 도래지로도 이름나 있다. 그리고 무술목 남쪽의 방죽포는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 아담한 포구가 조화롭게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평온한 정경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돌산도의 맨 남쪽 마을인 임포에 이른다. 금오산 기슭의 양지바른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마을 주변에는 키 크고 잎도 무성한 동백나무의 노거목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마을 초입의 길가 언덕에는 수령이 자그마치 500년 이상이나 되었다는 것도 있다. 한눈에 봐도 퍽 탐스럽게 잘생긴 이 동백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이기도 하다.
임포마을을 아늑하게 둘러싼 금오산 중턱의 벼랑 위에는 영구암이 올라앉아 있다. 마을에서 영구암까지는 제법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15분 가량 올라야 하지만, 산비탈 곳곳에 울창한 동백숲이 등산의 수고로움을 잊게 한다.
64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영구암은 ‘향일암’(向日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향일암은 일제 때에 ‘일본을 바라보는 암자’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고, ‘해돋이를 맞는 암자’라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있다. 아무려나, 이 작은 암자의 공식적인 이름은 영구암이며, 오늘날에는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남해안에서는 손꼽히는 관음도량(觀音道場)이기도 하다. 더욱이 어느 전각 앞에서든지 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유난히 장엄하고도 환상적인 해돋이를 지켜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가파른 암자 주변의 해안절벽 곳곳에 우거진 동백숲도 일품이다.
영구암 뒤편의 산길을 따라 다시 20분쯤 오르면 더 넓고 활달한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금오산 정상(323m)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이곳에 서면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한려수도 바다의 그림 같은 풍광이 상쾌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낙조도 해돋이에 못지 않은 장관이며, 정상 일대의 커다란 바위마다 모두 거북의 등껍질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다는 점도 매우 특이하다. 실제로 영구암 주변의 형세는 마치 커다란 거북이 불경을 지고 팔을 휘저으며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아래쪽의 임포마을은 거북의 머리이고, 바다쪽으로 돌출된 땅은 다리이며, 금오산은 거북의 등에 해당되는 셈이다. 금오산 정상에 올라 향일암 주변의 형세를 세세히 살펴보는 것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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