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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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마쓰리’를 아십니까

해마다 3월3일 열리는 ‘딸들의 축제’… 주한 日문화원, 인형 등 전시 푸짐한 행사

  • 입력2006-02-15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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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나마쓰리’를 아십니까
    불과 수십년 전, 공식적으로는 2차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어린이날은 ‘딸의 날’과 ‘아들의 날’로 나뉘어 있었다. 딸의 날은 해마다 3월3일이면 벌어지는 히나마쓰리(ひな祭り)의 날. 일본의 대표적인 연중행사 중 하나로, 딸의 아름다운 성장과 행복을 축하하는 ‘딸들의 축제’다.

    반면 아들의 날은 단오절인 5월5일로, 아들의 건강한 성장과 입신출세를 기원하는 각종 행사를 가졌다. 일본에서는 히나마쓰리 날 이전인 2월말부터 딸을 가진 가정마다 3단이나 5단, 7단짜리 히나인형단을 장식하고 3월3일 당일에는 여자 어린이의 첫 명절을 친구나 친척들을 불러 축하한다. 이 행사를 앞둔 2월부터 일본의 백화점과 제과점은 깜찍하고 화려한 히나인형 상품들로 넘쳐나기도 한다.

    2월23일부터 일본문화원 실크갤러리에서는 이 히나인형들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일본 문화를 알리기 위한 주한 일본문화원의 다채로운 행사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주한일본문화원 쓰보타 가오루 이사관은 “히나마쓰리는 본래 중국에서 전해진 명절의 하나지만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계승됐다”며 “‘히나’의 고어인 ‘히이나’는 앙증스럽고 귀엽다는 뜻”이라 소개한다.

    이 히나인형들은 값이 무척 비싸다. 우리 돈으로 한 개에 수십만원에서부터 수천만원짜리까지 있다. 한 여자아이가 어릴 때부터 평생 지니는 것인 만큼 한껏 호화로운 인형을 장만하는 풍습 탓이다. 성장한 딸이 시집갈 때도 이 히나인형을 가져가 딸을 낳으면 물려주기도 한다. 명문가에서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 등 몇대의 히나인형을 함께 장식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일본의 히나인형은 할머니로부터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모계의 사랑과 정이 전달되는 통로인 셈.



    히나인형들은 머리모양이나 의상은 헤이안시대(794~1192년)의 궁정 풍속을 따랐지만 히나마쓰리가 활성화된 시기는 에도시대(1603~1867). 에도시대 중엽 히나장식이 호화롭고 정교해지며 유행이 과열되자 에도막부에서 여러 차례 인형의 크기를 규제하거나 금은박의 사용금지령을 내리며 단속할 정도였다. 그에 대한 반발로 3cm짜리 초소형 히나인형이 나오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히나단 가장 상단에 놓인 한쌍의 남녀 인형은 헤이안 시대 천왕과 왕후를 뜻한다. 그 하단에 시중을 드는 3명의 궁녀, 그 아랫단에 악기를 연주하는 5명의 악사와 좌우대신, 시종이나 축제에 흥겨워하는 서민 등의 인형을 장식해 많은 경우 7단, 8단의 히나단을 꾸미기도 한다. 한때 히나인형 풍습은 일본 주택사정이 열악해지면서 비싼 가격과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단점 때문에 그 기세가 수그러들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좁은 아파트 사정을 감안한 변형 히나인형이 등장하고 약식 히나단이 이용된다.

    주한일본문화원에서는 이 히나마쓰리를 기념, 2월23일부터 3월25일까지 여성 중심의 푸짐한 행사를 마련한다. 히나인형 전시회를 비롯해 여성 연극 소네자키신주(曾根崎心中) 공연이 2월28일과 29일 정동극장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소네자키신주’와 ‘사랑하는 여자들’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2월22일부터 일본문화원 뉴센추리홀에서, 일본요리 강연회가 3월17일 일본문화원 뉴센추리홀에서, 콜 세실리아 도쿄코러스 극장의 합창 및 뮤지컬 ‘메리 포핀스’ 공연이 3월25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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