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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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끼워준 결혼반지

  • 입력2006-02-15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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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으로 끼워준 결혼반지
    한 백화점 문 앞을 지나는데 광고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세계보석박람회 홍보전단이었다.

    영롱한 빛깔의 보석들이 휘황한 조명등 아래서 저마다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아하게 세팅된 반지, 목걸이나 귀고리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보석을 싫어하는 여자들이 있을까. 엄청난 가격에 놀라워하면서도, 나 역시 형편이 된다면 예쁜 보석들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반지가 있었다.

    작년 초여름. 나의 젊은 친구 중 한 사람인 정이가 결혼식을 했다. 정이는 축구선수로 활약하던 고교시절의 다이빙 사고로 인한 경추마비로 온몸의 한 부분도 쓰지 못하며,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다.

    정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수없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도피처를 갈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애절한 눈빛과 신앙을 통해 그 기막힌 고통을 겸허하게 받아들였고, 그림을 통해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세상을 진지하게 보려는 마음이 있어 늘 아름다웠던 청년이다.



    결혼식날 정이는 주례 선생님에게 건네받은 반지를 신부에게 입으로 끼워 주었다. 값비싼 금강석 반지도 아닌 둘이 똑같이 만든 작은 금가락지에 불과했지만,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그 반지의 의미가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신랑에게 입으로 반지를 끼워받은 신부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였다.

    우린 한동안, 부모 형제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과의 결혼을 선택해 준 신부에게 건넨 정이의 반지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세상의 가치 판단으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가장 귀한 반지가 아니었을까. 또한 신부는 아마도 그가 건네준 반지의 의미를 값지게 받아들일 수 있는 퍽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을 거라고….

    나는 진정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보석이란 정말 한 개의 돌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주 작은 것에라도 진실하고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마음이 있다면 그는 값비싼 보석을 지닌 자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라며, 서둘러 빛나는 보석들로부터 발길을 돌렸다.

    아! 거리엔 축복 같은 겨울 햇살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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