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아닌 홀아비들의 장보기
드디어 퇴근시간. 옆 부서에 있는 정부장이 퇴근준비를 하는것이 눈에 들어왔다.“오늘은 빈대나 되어볼까? 특별한 약속도 없는데….” 오늘도 별 볼일 없었던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버스요금도 아낄 겸 정부장 차에 무임승차(?) 하…
199912162007년 05월 11일할머니와 Mr. 가위손
“젊은 총각 있수?” “들어오세요, 할머니.”“아니, 매번 미안해서 그러지….”우리 어머니는 동네에서 15년 동안 ‘헤어 숍’을 운영하셨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이곳의 지킴이가 되었다.군대 들어가기 전 남들이 꺼리는, 아니 남자라는…
199912092007년 04월 26일고마운 사람, 서러운 사람
“IMF 한파’가 여지없이 우리 가게에도 불어닥쳤다. 2년째 운영중인 가게는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 날 줄을 몰랐다.급기야 며칠 전에 가게를 매물로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때가 있나보다. 통 임자가 나타나질 않는다. 가뜩이나 요즘…
199912022007년 03월 15일희망의 ‘화수분’
“아,잘 먹었다.” 열시 반. 아침식사를 끝냈다. 아점이라고 해야 맞나? 아무튼 자고 일어나 처음으로 뭔가를 섭취했다. 이제 다음 할 일을 해 볼까.“여보, 음식쓰레기 나왔지?… 소금기는 잘 뺐어?” “예.” “그래, 그럼 슬슬 일…
199911252007년 03월 12일통신이 맺어준 ‘특별한 인연’
3월초였던가? 연수를 간 아내 때문에 주말을 꼬박 아이들과 놀다 잠이 오지 않아 오랜만에 컴퓨터를 켰다.‘컴퓨터 바둑’에 접속하고 상대를 찾았다. 맞수(?)가 되어 준 친구가 “그렇게 빨리 두면 실수하지 않느냐”며 슬슬 말을 걸어오…
199911182007년 03월 09일사랑을 키우는 콩나물 시루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거실 한쪽에 앙증맞은 콩나물 시루 하나가 놓여 있었다.부모님이 백화점에 물건 사러 가셨다가 경품으로 타왔다는 그 콩나물 시루는 옹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받이는 물론이고 표주박까지 달린 데다가 …
199911112007년 02월 22일선생님이 건네주신 ‘쪽지’
나에게는 참 예쁘고 소중해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말하지 않는 나만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바로 고교 시절의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다. 그리고 지혜로우셨다. 고1 여학생의 풋내나는 감정 표현을 예쁘고 소중하게 포장…
200002242006년 07월 24일눈 내리는 날이면…
“엄마, 눈이 내렸어요.” “그래, 창문 오래 열어 놓지 마라. 감기 걸릴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자 어릴 적 내게 하시던 그 말씀을 되풀이하셨다. 1급 소아마비 장애인인 내가 어린시절 눈이 펑펑 쏟아져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하루종…
200002102006년 07월 12일무능한 자식을 용서하십시오
어머니! 오늘밤도 편히 주무셨는지요. 겨울이 더욱 모질게 다가왔습니다. 온몸을 몸서리치게 망가뜨렸던 산고를 치르시고 세상에 내놓은 저희 5남매.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지 못해 항상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어머니, 저는 무능합니다…
200002032006년 07월 06일나의 사랑, 나의 방송
“저… 새벽마다 승용차 200대씩 세차하는 사람인데요, 내일 새벽날씨가 어떨까요?”“큰맘 먹고 이번에 노모를 여행 보내드리려 하는데 날씨가 너무 춥지나 않을까요?”라디오 청취자들의 쏟아지는 문의전화. 마치 기상청이 점집인 양 모 회…
200001272006년 06월 30일사랑이 우러나는 장독
2000년 1월 결혼한지 만 삼년째인 나는 가끔 앞 베란다에 놓인 장독들을 정성스레 걸레질하곤 한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담근 장이 그 독들 중 하나에 숙성되어 담겨 있기 때문이다.삼년 전 결혼으 며칠 앞둔 어느 날 시어머니 되…
200001202006년 06월 21일TC는 괴로워!
사례 하나, 23시50분 방콕에 도착한 일행의 짐 체크를 하고 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분이 자기 짐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공항에서부터 역추적, 수색작전은 벌어졌고 혹시 짐이 바뀌지는 않았나 다른 손님방까지 뒤졌지만 …
200001132006년 06월 12일“선생님 장낙도가 떨어졌대요”
“선생님 자꾸 타이거 생각이 나요.” 겨우 여섯살인 우리 반 혜진이가 놀이를 하다말고 시무룩한 얼굴로 대뜸 한 마디 한다.“타이거? 백터맨 타이거 말이니?”“네.”“너, 타이거 좋아하는구나.”“네, 크면 타이거랑 결혼할 거예요.”유…
200001062006년 06월 06일가로등, 1분간의 의식
창밖을 본다. 짙은 어둠이 도시 위에 깔려 있다. 모든 사물들이 마비된 것 같다. 바로 이때, 여기저기서 연주홍색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너무 작아서 반딧불 같기도 하다. 그것들이 점점 커지면서 형체를 드러낸다. 바로 가로등이 …
200004272006년 05월 22일할아버지와 손자
남편,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설 때는 괜찮더니 소백산을 넘어서면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봄을 재촉하는 비였다. 봄비 속을 달려 시댁에 도착했다. 찾아 뵙는다고 미리 전화를 해놓은 탓인지 아버님은 마루 끝에 앉…
200004202006년 05월 16일나무처럼 살고 싶다
관악산 무넘이의 새벽 산길을 걷는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없어 좋다. 희뿌연 시야 속에 헐벗은 나무들이 고즈넉이 서 있다. 봄바람이 제법 부드러운데도 숲속의 나무들은 아직 겨울나무 그대로다. 눈맞춰 들여다보고 만져보아…
200004132006년 05월 10일맹장요? 오 마이 갓!
1995년 겨울, 한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다. 기대감으로 설레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갑자기 하복부쪽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하는 가운데 병원 이곳 저곳을 다녔지만…
200004062006년 04월 28일헬로 Mr.화이트
우리 집에서는 밤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후식으로 사과를 먹을 때가 많고, 대충 과일도 생략하고 TV나 보다가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잠들 때도 있다. 우리 부부는 바둑 한 수 두고, 아이는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잘 때도 많…
200003302006년 04월 13일촌지와 호떡 사이
오후 수업이 끝나고 나와보니, 교사용 탁자 위에 호떡 4개가 놓여 있었다.“또 연주가 다녀갔구나….”4년전에 졸업했으니 벌써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건만 지나갈 때마다 이렇게 먹을 것을 사들고 다녀간다.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200003232006년 04월 04일담쟁이 덩굴과 신혼집
작은 촌락을 돌아 흐르는 시냇물처럼 잔잔한 일상이지만, 때로는 바윗돌에 부딪혀 가벼운 포말이 인다. 우산과 교과서까지 잃어버리고 들어오는 수선스런 딸아이를 볼 때, 가계부를 펼칠 때마다 초라한 아내가 될 때, 고여 있는 물처럼 흐르…
200003162006년 0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