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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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개를 살려주세요

길잃은 동물 돌보는 ‘애신의 집’ 화재로 보금자리 잃어…네티즌들 모금 등 새집짓기 ‘클릭

  • 입력2006-02-09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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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S! 개를 살려주세요
    “애신의 집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군요, 이애신이라는 나이 많으신 분께서 길 잃은 개나 고양이 등 동물들을 보살펴 주는 곳이죠… 이곳에 화재가 났다고 합니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였대요.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많이 죽었고 막사의 피해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는 듯싶습니다.”(인터넷 경매사이트 ‘와와’, ID 양치기 거미)

    “착하기만 한 강아지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ID 수영)

    “오늘 친구랑 스테이크 먹기로 했는데 취소하고 작지만 이 아가들을 위해 쓸랍니다.”(ID DAY)

    최근 통신공간에서 길 잃은 개와 고양이의 보금자리 ‘애신의 집’ 복구 운동이 한창이다. 처음 나우누리와 천리안의 동물사랑모임 등에서 비롯된 ‘애신의 집’ 구호 요청은 네티즌의 ‘마우스에서 마우스로’ 이어지면서 애완동물과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이트들까지 급속히 확산됐다. 그리고 통신 공간의 사랑은 현실에서 따뜻한 결실을 보고 있다.

    통신공간서 구호운동 급속히 퍼져



    지난 2월25일 경기도 포천의 야산 중턱에 자리잡은 ‘애신의 집’을 찾았을 때는 마침 인터넷 방송국 펫TV(http://www.petv.co.kr) 주최로 서울 삼성농아원 학생 9명이 찾아와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피부병에 걸리고 다리가 잘린 강아지들을 껴안았다. 김인숙양(삼성특수중학교 1)은 “똥도 더럽지 않아요. 사람이랑 똑같으니까요”라고 말했다. 펫TV의 박현숙PD는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의 가치가 현실로 확산되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이런 기획을 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올린 SOS대로 ‘애신의 집’에는 지난 설을 전후해 두 차례나 일어난 화재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불이 난 막사 자리에는 통신을 통해 화재 소식을 접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당장 겨울바람과 눈을 피할 비닐 막사가 지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불에 그을은 살림살이 더미가 화마의 냄새를 풍기며 치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93년부터 이곳에 홀로 정착해 고양이 50마리와 개 450마리를 거두어 살던 ‘개 엄마’ 이애신씨(64)는 사고 당일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픈 아이들(개)이 있어서 전기 히터를 켜놓았는데 그게 누전이 됐던가 봅니다. 산이라 소방차가 들어오지도 못하고… 개 스물 세마리와 고양이 일곱마리가 죽었습니다.”

    이씨는 “털이 다 타버린 채 눈만 뜨고 나를 쳐다보는 개 한 마리를 병원에서 안락사시켰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화재 이후 이씨는 “마음이 아프지만 개와 고양이가 자는 막사의 난방 장치를 모두 없앴다” 고 했다. “춥더라도 봄 될 때까지 좀 참자”고 동물들에게 말하는 게 그녀의 밤 인사가 됐다.

    이씨가 이 산골짜기로 들어온 것은 개와 고양이 때문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불쌍한 개나 고양이를 그냥 봐 넘기지 못하던 이씨는 처음엔 ‘입양’을 주선했다. 길 잃은 개나 보신탕 집에 팔려가는 개를 데려와 입양을 원하는 집에 넘겨주곤 했던 것. 그러나 개를 데려간 집에서 또다시 팔아먹거나 심지어 잡아먹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한동안은 외국인들에게만 개를 넘겨줬지만 그들도 한국을 떠날 때는 개를 버렸다.

    “내가 넘겨준 개가 열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것을 보고 열세 번째에 개를 되찾아왔어요. 그리고 아예 내가 이 개들을 끼고 살기로 했죠.”

    간암에 걸린 남편과 사별한 지 두 해가 되던 82년의 일이었다. 처음 북한산에 개와 고양이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매일 150마리의 밥을 산으로 지어 나르다 류머티스에 걸려 지금도 무릎이 성하지 않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청소부, 바텐더, 카페 마담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이곳으로 온 지도 어느덧 7년이 됐지만 덫을 놓아 ‘애신의 집’ 개들을 잡아먹으려는 동네 사람들이 아직도 무섭다고 했다. 실제로 덫에 걸려 다리가 세 개뿐인 개들이 뛰어 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내 얘기가 통신으로 알려져 젊은이들 중에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내가 축사에서 먹고 자는 것을 보고 작년엔 친구들이 컨테이너를 사다줬어요.”

    이씨의 새 집은 푸른색 컨테이너다. 한 보름 ‘사람답게’ 살았다고 했다. 그러나 ‘엄마’를 기다리며 컨테이너 앞에서 비바람 맞고 있는 개와 고양이들을 그냥 볼 수 없어 문을 열어주었고 지금 이씨의 방에선 50여 마리의 개들이 함께 잔다. 그들은 ‘애신의 집’에서도 힘이 약해 왕따당한 개들이다. 이씨는 서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지만 “병에 걸렸던 동물들이 다시 살아나 명랑하게 노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 이씨의 가장 큰 고민은 1400평을 연간 100만원씩에 임차해 온 땅 계약이 올 봄에 끝난다는 것이다. 화재가 두 번이나 난 데다 더럽다는 이유로 땅 주인이 나가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 곧 다른 곳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저도 나이가 들어 초조합니다. 동물들을 위해 할 일은 많은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동물들에게 영원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내 마지막 꿈입니다. 제대로 된 후원자나 내 일을 이어서 할 만한 사람이 하루빨리 나타났으면 합니다.”

    인터넷이 그녀의 꿈을 이뤄줄 수는 없을까.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미 통신상에서는 ‘애신의 집’ 후원 운동이 모금, 자선바자, 자원봉사자 모집 등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경매사이트 ‘와와’의 애완동물동호회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의 ‘바텐터’ 윤경재씨는 “신문이나 방송이 다루기엔 개와 고양이 이야기는 너무 작은 이야기인가 봐요. 이럴 때 인터넷이 있어서 다행입니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 유용석씨(31)도 통신에 뜬 ‘애신의 집’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달려온 사람 중 한 명이다. 3일 전부터 이곳에 눌러앉아 막사를 고치고 있는 그는 “적어도 1, 2년은 있어야 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씩 웃었다. 인터넷 시대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역시 ‘오프 라인’의 사람들과 동물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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