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이 유권자의 투표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조사결과가 있다. 1995년 서울 시장선거 직후 ㈜리서치앤리서치(R&R)에서 서울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투표할 후보를 결정할 때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했는가?”하고 물어보았더니 응답자의 62%가 고려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반면 35%는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유권자가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언더도그(Underdog) 효과와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언더도그 효과란 개싸움에서 유래된 말로, 진 편을 동정하는 것처럼 선거에서 지는 후보를 동정하는 심리를 나타낸다. 밴드왜건 효과란 옛날 악대가 마을을 돌아다니면 그 뒤에 많은 사람이 뒤따라가는 데에서 나온 것으로 마음을 못정한 유권자들이나 약세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선두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효과가 더 우세할까. 1996년 방송위원회가 조사했더니 텔레비전의 후보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가 “지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유리하게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4%, ‘낮은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 4%,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 25%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밴드왜건 효과에 더 무게를 두었다. 실제로 1995년 R&R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당선가능성이 없다면’하고 물어보았더니 87.1%의 응답자는 ‘상관하지 않고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지만 9.2%의 응답자는 ‘당선가능성이 있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3.7%는 모르겠다였음). 지난 15대 총선결과 총 253개 선거구 중 95개 선거구의 당락이 8% 내외에서 결정된 것을 생각한다면 9.2%의 유권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