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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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음주 대사체’는 알고 있다, 그날 밤 김호중이 한 일을!

술 마시고 8시간 지나면 검출 안 되는 알코올과 달리 3일까지 부산물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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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5-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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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대사체(代謝體·metabolite) 검사로 술을 마셨는지 여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데, 김호중 씨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안을 더 키웠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도 곧장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초범임을 고려해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데 말이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음주 뺑소니’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5월 22일 김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 소속사 대표와 본부장에게도 각각 범인도피교사와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김 씨는 5월 21일 경찰에 비공개로 출석해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 2곳에서 술을 마셨다” “양주는 거의 손도 안 대고 소주 위주로 10잔 이내로 마셨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사고가 난 경위에 대해선 “음주 영향이 아니라 휴대전화와 블루투스 페어링 조작을 하던 중 일어난 실수”라고 밝혔다고 한다.

    5월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왼쪽)와 5월 9일 김 씨의 자동차가 서울 강남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장면. [뉴스1, 채널A 보도 화면 캡처]

    5월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왼쪽)와 5월 9일 김 씨의 자동차가 서울 강남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장면. [뉴스1, 채널A 보도 화면 캡처]

    김호중 “소주 10잔 이내로 마셨다”

    당초 음주운전 자체를 부인하던 김 씨가 입장을 바꾼 데는 과학수사 기법인 ‘음주 대사체 검사’ 결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치(0.03%) 이상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가 술을 마신 채 운전한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다른 범죄 혐의 적용이 가능해졌다. 가령 위험운전치상죄는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사람을 상해”한 경우에 적용 가능하다. 수사당국이 차선을 넘나드는 등 비정상적인 운전 행태를 입증하면 되는 것이다. 경찰이 김 씨에게 음주운전이 아닌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5월 9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왕복 2차로에서 반대편 도로에 서 있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택시운전사는 전치 2주 부상을 입었다. 김 씨가 경찰에 출석한 것은 이튿날인 5월 10일 오후 4시쯤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이렇다 할 조치 없이 현장에서 이탈한 김 씨는 경기 구리시 한 호텔로 이동했고 인근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과자 등을 구입했다. 김 씨가 경찰에 출석한 것은 사고 발생 후 약 17시간이 경과한 시점으로, 당시 호흡 검사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기준치(0.03%) 미만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 동의하에 채취한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음주 대사체 검사를 의뢰했다.

    호흡검사로는 확인할 수 없던 김 씨의 음주 여부는 음주 대사체 검사로 드러났다. 5월 19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경찰 출석 후 채취한 김 씨의 소변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 L당 6.41㎎ 농도의 에틸 황산염(EtS)과 6.83㎎의 에틸 글루쿠로나이드(EtG)가 검출됐다. 모두 음주 판단 기준치 농도(EtS 0.10㎎, EtG 0.50㎎) 이상이다. 음주 대사체 검사는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기존 8시간에서 최대 72시간으로 확대한 과학수사의 성과다(Tip 참조). 술을 마시면 체내에선 알코올이 분해되며 EtS, EtG 같은 대사체, 즉 부산물이 생겨난다. 음주 8시간이 지나면 거의 검출되지 않는 알코올과 달리, 72시간이 지나도 체내에 남는 EtS, EtG 등 대사체의 특성을 이용해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도입 후 한 해 평균 2000건 넘는 음주 대사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중석 전 국과수 원장은 “음주 대사체 검사의 이론적 기반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실험과 검증을 통해 수사에 적용한 것은 국과수가 세계 최초”라면서 “점점 교묘해지는 범죄에 맞서 과학수사도 진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의 음주 검사 기술력이 뛰어난 것은 그만큼 ‘지능형 음주범죄’가 잦고 수법도 교묘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현장에서 음주운전이 적발돼도 “방금 전 구강청결제를 써서 그렇다” “음주 검사 채혈을 할 때 쓴 알코올 솜 때문”이라는 식으로 버티는 이가 많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후 현장을 이탈해 추가로 술을 마시고는 “교통사고는 음주운전 탓이 아니고 술은 사고 후 마셨다”고 잡아떼는 ‘사고 후 추가 음주’ 같은 꼼수도 적잖다. 국과수가 밝힌 음주 대사체 검사 개발 배경도 “악성 지능형 음주범죄가 최근 증가하는 데다, 법원에서 변호사 개입으로 빈번히 패소하고 있다. 이에 검경 등에서 지능형 음주범죄 해결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는 것이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경찰관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추가 음주 같은 수법으로 대사체 검사 결과를 무력화하는 경우도 적잖다”면서 “이 같은 사법 방해에 맞서려면 수사기관이 음주운전자가 술을 사거나 마신 영수증, CC(폐쇄회로)TV 영상, 주변인 증언 등을 폭넓게 확보해 혐의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적·계획적 은폐 의심”

    김 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혐의 입증에 자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기종 전 경찰대 수사직무과정 외래교수는 교통사고 후 김 씨 측 행보에 대해 “조직적·계획적 은폐와 증거 인멸 시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고가 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 구리시 호텔로 이동하고, 다시 CCTV가 있을 게 뻔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산 것은 여러모로 부자연스러운 정황이다. 과거 수사 일선에 있을 때도 비슷한 사례가 적잖았다. 가령 교통사고를 낸 음주운전 용의자가 일단 현장을 빠져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추가로 음주한 후 재판에 동석자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술 구매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해 무죄를 받는 경우가 있다. 김 씨가 주변 조언에 따라 이같이 행동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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