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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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가 예비 배우자를 싫어해요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고양이는 새로운 것에 두려움 느끼는 기질… 놀이로 유대감 높여야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4-05-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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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앞둔 반려묘 보호자 가운데 반려묘가 예비 배우자를 싫어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예비 배우자가 집에 놀러왔을 때 반려묘가 캣타워에서 계속 노려보거나 쓰다듬으려 하면 신경질적으로 도망가버리는 행동을 하는 거죠. 보호자 입장에선 반려묘, 예비 배우자와 행복한 신혼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 후 익숙한 물건·루틴 유지해야

    예비 배우자를 싫어하는 반려묘 때문에 신혼 생활을 걱정하는 반려묘 보호자가 적잖다. [GETTYIMAGES]

    예비 배우자를 싫어하는 반려묘 때문에 신혼 생활을 걱정하는 반려묘 보호자가 적잖다. [GETTYIMAGES]

    이럴 때일수록 보호자는 반려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반려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네오포비아(neophobia)’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집에 예고 없이 낯선 사람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반려묘에겐 매우 위협적일 수 있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반려묘에게 익숙하고 의지할 만하다고 느껴지는 존재는 보호자뿐이라서 보호자에게 더 집착하고 예비 보호자에겐 질투하듯 행동할 수 있습니다.

    예비 배우자에 대한 반려묘의 반감은 결혼 후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예비 배우자와 함께 살게 되고 가구 위치, 하루 일과 등 여러 면에서 변화가 생기면 반려묘는 “낯선 사람이 내 영역을 침범해 온통 뒤죽박죽으로 만든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존에 살던 집이 아닌 새로운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거나 예비 배우자가 다른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경우라면 반려묘의 불안과 긴장이 훨씬 커지게 됩니다.

    이때 반려묘에게 필요한 것은 익숙한 물건과 루틴입니다. 이전에 쓰던 화장실, 모래, 식기, 사료 등을 동일하게 갖추면 반려묘가 새로운 환경에 좀 더 편하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보호자 혼자 살 때 반려묘에게 해주던 것들을 결혼 후에도 가급적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이전에 침대에서 함께 잤는데 새로 이사했다고 갑자기 침대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큼이나 반려묘와 예비 배우자가 친해지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반려묘는 처음엔 예비 배우자가 내는 말소리, 발걸음소리, 숨소리 등 여러 소리를 낯설게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며칠간은 예비 배우자가 보호자의 평소 목소리 톤과 비슷하게 말하면서 반려묘에게 익숙해질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몸 움직임도 최대한 천천히 작게 함으로써 반려묘가 놀라지 않게 해야 합니다.



    놀이·사료 지급으로 유대감 형성 가능

    반려묘와 예비 배우자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 [ETTYIMAGES]

    반려묘와 예비 배우자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 [ETTYIMAGES]

    반려묘가 예비 배우자에게 약간 적응한 듯하면 유대감 형성을 위해 다양한 놀이를 시도해보길 권합니다. 놀이만큼 반려동물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반려묘가 예비 배우자와 놀려고 하지 않는다면 처음엔 보호자가 놀이를 시작하고 나중에 예비 배우자가 슬쩍 같이하면 됩니다. 이렇게 놀이를 즐기다 보면 반려묘가 서서히 긴장을 풀면서 예비 배우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할 겁니다. 그 밖에 식사시간에 사료와 물을 예비 배우자가 지급하는 등 함께하는 영역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게 좋습니다.

    신혼 때는 집들이 등으로 외부 손님이 방문하는 일도 많은데요. 이때 반려묘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면 손님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도록 합니다. 경계심이 많은 반려묘 특성을 미리 설명하고 갑자기 만지거나 다가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손님이 반려묘와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천천히 냄새로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반려묘가 알아서 호기심을 갖고 다가갈 가능성이 큽니다. 반려묘는 코를 맞대는 것으로 사람의 악수와도 같은 인사를 하는데요. 손님의 방문에 어느 정도 적응한 반려묘는 손님이 검지 하나를 펴 보이면 자기 코를 비비면서 화답할 겁니다. 다만 이때도 손님이 반려묘의 코를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거나 귀엽다면서 몸을 와락 안지는 말아야 합니다. 반려묘와 친해질 때 시간을 갖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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