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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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강한 미국 경제 이끌었다

우호적인 유동성 여건 만들어 고금리 충격 완화… 하반기 한국 수출에도 청신호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4-05-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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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 연착륙을 이끌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 연착륙을 이끌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최근 해외 주요 경제기관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그래프1 참조). 4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3.1%에서 3.2%로 0.1%p 상향했고, 5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에서 3.1%로 0.2%p 높였다.

    이처럼 세계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배경에는 예상보다 양호한 미국 경제가 있다. 지난해 주요 경제기관은 올해 미국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양호한 흐름이 지속되자 IMF와 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2.7%, 2.6%로 높이는 등 종전 전망치(2.1%)보다 큰 폭으로 조정했다.

    한국 역시 성장 전망치 상향 조정이 뒤따르고 있다. 4월 발표된 한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3%를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0% 중반)를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다. 가계소비와 건설투자가 우려보다 양호했고, 특히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간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이에 따라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OECD도 5월 보고서에서 종전보다 0.4%p 높은 2.6%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끌어올리는 미국 경제

    세계 및 한국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경기 낙관론과 함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와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면서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노동시장에서 균열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4월 소매판매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한국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계획 발표에 건설투자와 관련된 수요 부진이 우려되고 있으며,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 등 내수 업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세계경제는 어떤 그림일까. 먼저 미국은 소비가 완만하게 둔화되면서 경기 연착륙이 가능해 보인다. 유로존과 중국은 바닥을 다지며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내수 부진으로 갈수록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겠지만, 양호한 수출 흐름 덕에 2% 이상 성장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위축돼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다만, 수요 회복이 고르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일부 산업과 업종, 그리고 일부 국가로의 자금 또는 수요 차별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세계 경제성장률과 글로벌 교역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발표된 IMF 전망치도 세계 경제성장률은 상향 조정하면서 교역량은 소폭 하향 조정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독일에 대해서도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의 성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한 반면, 독일은 하향 조정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글로벌 교역량 개선세가 더뎌지면서 독일의 수출이나 제조 생산활동 회복은 예상보다 부진했던 반면,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은 미국 성장세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수출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양호한 성장 배경에는 견조한 노동시장과 소비 흐름이라는 요인 외에도 정부 재정지출 확대 기조가 지속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로 시중 유동성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어주면서 고금리 충격이 완화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세계화 둔화, 자국 우선주의 강화 등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공급망 재편성 등이 인플레이션을 수시로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과거처럼 통화정책으로 금리인하 폭을 크게 확대하는 레버리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어려워졌고, 정부 재정정책이 얼마나 확장적인지 여부가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 투자가 유럽보다 매력적인 이유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미국 재정적자가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약 5%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래프2 참조). 2024년 GDP 재정적자 규모는 5.6%, 2025년은 6.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년 평균 3.5%보다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정부 재정지출 전망치 역시 1974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수준인 21%를 지속해서 상회하고, 올해와 내년에도 GDP 대비 23%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이 구조적인 재정적자 시대에 진입했으며,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우려에도 미국이 재정적자를 통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를 가졌음을 엿볼 수 있다.

    이제 과거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어렵다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가가 투자 측면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보더라도 산업 보조금 지급 등 산업정책이 적극적으로 이어지는 미국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반면 유로존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가 6월부터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실질 구매력 개선 등을 통한 경제지표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은 에너지 가격으로 물가 변동성이 큰 만큼 ECB의 기준금리 인하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어 레버리지를 통한 성장을 지속해서 이끌기 어렵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 회복 기대는 조성될 수 있지만 성장 지속성은 미국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부채를 일으켜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또는 지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이들 국가나 지역의 성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한국 수출과 연관해서 본다면 모든 산업과 업종의 수요가 회복되기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정책적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부문의 상대적 우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한국의 수출은 양호하겠지만 그 안에서 품목별 차별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설비투자나 국내 생산활동도 유사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이 질적 측면에서는 헤드라인 수치 개선에 비해 미흡할 수 있으며, 양호한 경제지표에도 체감 경기가 취약하다고 느끼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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