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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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전자, 차세대 HBM4 선점 놓고 총력전

SK하이닉스 TSMC와 동맹…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장 전격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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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5-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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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왼쪽)와 TSMC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6세대 HBM) 공동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뉴스1, 뉴시스]

    SK하이닉스(왼쪽)와 TSMC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6세대 HBM) 공동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뉴스1, 뉴시스]

    “HBM3E까진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Tip 참조)를 만들었으나 HBM4부터는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TSMC와 협력한다. 지금까지 협력한 기술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5월 2일 대만 TSMC와 진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협력에 관해 한 말이다. 최근 양사는 차세대 HBM인 HBM4(6세대 HBM)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TSMC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를 기반으로 고성능 HBM4를 개발한다는 게 골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고도화로 HBM 개발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HBM업계 1위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최강자 TSMC가 동맹을 맺고 경쟁사의 추격을 방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HBM서 TSMC 존재감 커지나

    양사는 TSMC가 베이스 다이를 생산해 넘기면 SK하이닉스가 그 위에 D램을 쌓는 방식으로 HBM4를 공동개발할 전망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자체적으로 베이스 다이를 생산해왔는데, HBM4부터는 TSMC에 맡긴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HBM4를 기점으로 베이스 다이가 HBM 연산 일부를 처리하도록 패키징 기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힘을 빌려 베이스 다이 공정을 5㎚급 이하로 바꿔야만 이 같은 성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현재 5㎚ 이하 초미세 공정을 할 수 있는 파운드리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SK하이닉스로선 HBM 시장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베이스 다이를 개발할 수 없기에 애초에 TSMC가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했다.

    TSMC는 5월 19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TSMC 유럽 기술 심포지엄’에서 “HBM4 베이스 다이에 12㎚급 공정과 5㎚급 공정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며 협력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양사는 이 같은 동맹 구도를 바탕으로 HBM4 시장에서 승기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26년으로 예정된 HBM4 12단 양산을 내년으로 앞당겼다. 최근 외신 인터뷰에선 “HBM3E 수율이 목표치인 80%에 근접했다”고 밝혀 HBM 공정 기술력의 안정성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협력이 장기적으론 SK하이닉스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진 SK하이닉스가 베이스 다이와 D램을 생산해 TSMC에 넘기면 TSMC가 이를 다른 부품과 패키징해 고객사에 납품해왔으나, HBM4부터는 TSMC가 HBM 생산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AI 반도체 시장의 분업 체제가 깨지면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D램 기업이 주도해온 HBM 시장에서 TSMC의 입김이 세질 수 있는 것이다. 자체 파운드리를 보유하지 않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HBM4 베이스 다이까지 TSMC가 차지하면 D램 3사 중 2곳이 TSMC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다.



    “삼성전자 턴키 빛 발할 것”

    이때 시장의 눈은 HBM 2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에 쏠린다. 삼성전자는 D램부터 파운드리까지 포괄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라는 강점을 내세워 HBM ‘턴키(일괄 시행) 전략’을 강조해왔다. 아직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최근엔 HBM 부진을 타개하고자 칼을 빼들었다. 5월 21일 반도체(DS) 부문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DS 부문 적자가 15조 원에 육박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12단 납품이 계속 지연되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DS 부문에 ‘HBM 전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5월 22일 전화 통화에서 “HBM3까지 SK하이닉스에 뒤처졌던 삼성전자가 HBM3E 12단을 SK하이닉스보다 먼저 발표하며 자신감을 충전했다”면서 “자신들의 강점이 두드러질 수 있는 HBM4에서 확실히 1위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턴키로 HBM4를 생산하면 각 공정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어 고객사 일정에 맞춘 원활한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며 “TSMC는 지금도 캐파(생산능력)가 빠듯한 상황이라 향후 SK하이닉스가 필요로 하는 베이스 다이를 전부 조달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땐 턴키 전략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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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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