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항모 전단 등장
미국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위키피디아]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링컨 항모 조기 출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항모 집결’ 신호탄이라는 데 맞춰졌다. 올봄에는 한국 총선과 대만 총통 취임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 이 시기 중국 또는 북한의 고강도 무력 도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미국이 항모 전단을 최대 규모로 동원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때 동원되는 항모는 칼 빈슨·로널드 레이건·시어도어 루스벨트·조지 워싱턴·에이브러햄 링컨 등 정규 항모 5척, 아메리카·복서 등 경항모 2척, 프랑스 샤를 드골과 이탈리아 카보르 등 총 9척에 달한다. F-35B 함재기 운용 능력을 갖춘 일본 경항모 2척까지 가세할 경우 11척이라는 전대미문의 항모 전력이 태평양에 집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항모 전력의 집결 자체보다 주목해야 할 ‘디테일’이 있다. 바로 링컨 항모의 함재기 구성이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아직 링컨 항모 전단의 구성은 공식 발표된 바 없지만, 최근 실시된 SWATT에서 그 전력이 일부 공개됐다. 호위함으로는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마이클 머피·스프루언스가 배속됐고, 항공 전력으로는 제9항모항공단(CVW-9)이 확정됐다. 이번 SWATT에서는 제14전투공격비행대(VFA-14, F/A-18E), 제41전투공격비행대(VFA-41, F/A-18F), 제151전투공격비행대(VFA-151, F/A-18E), 제314해병전투공격비행대(VMFA-314, F-35C), 제133전자전공격비행대(VAQ-133, EA-18G) 등 CVW-9를 구성하는 비행대가 대부분 참가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VMFA-314와 VAQ-133이다.
2019년 F-35C 스텔스 전투기로 기종 전환을 시작한 VMFA-314는 이름 그대로 해병대 소속 비행대로, 미 해군 항모 전단에 파견 형태로 배속되는 전력이다. 미 해군·해병대에서 가장 빨리 F-35C 전투기 완전작전운용능력(FOC)을 갖춘 부대이며 F-35C 전투기 12대가 편제돼 있다. 2022년 링컨 항모 전단에 배속돼 최초로 해외 전개 경력을 쌓은 바 있다.
현존 최강 함재 전투기 F-35C
미국 F-35C 전투기. [미 해군 제공]
F-35의 최대 강점은 역시 5세대 전투기라는 점이다. 5세대 전투기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춰 적이 원거리에서 탐지하기 어렵다. F/A-18E/F도 같은 체급 전투기 중에선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작은 편이지만, 중국 항모 전단 전투기나 방공구축함 레이더로 수백㎞ 밖에서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중국 J-15 전투기 대비 작전 반경이 절반에 불과하고, 탑재 공대공 무장의 사거리도 짧다. 미국 항모 전단이 F/A-18E/F 함재기만 운용해서는 중국 항모 전단에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반면 F-35C는 전투기·방공구축함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채 중국 항모에 지근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췄다. 특히 F-35C에 탑재된 고성능 AN/APG-81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최첨단 저피탐(LPI) 설계가 적용됐다. 이 레이더로 중국 전투기·군함을 조준해도 상대방이 알아채기 매우 어렵다. 중국 항모 전단이 인지하기도 전에 몰래 접근해 치명타를 날리고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F-35C는 넓은 내부 무장창(IWB)을 갖춰 공격력도 우수하다. F-35B가 수직이착륙용 추가 엔진 탓에 내부 공간이 협소했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VMFA-314 소속 F-35C는 블록 3F 사양이라서 IWB에 AIM-120C 중거리공대공미사일 4발 혹은 AIM-120C 2발, AGM-154 JSOW 2발을 탑재할 수 있다. JSOW는 사거리 120㎞인 활공유도폭탄으로 해상 이동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내부에 고관통폭탄 BLU-111이 들어 있어 항모 갑판에 명중하면 여러 층을 뚫고 선저(船底)에서 폭발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링컨 항모 전단은 배속된 F-35C 전투기 12대만 동원해도 중국 항모 전단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치명타를 날리는 것이 가능하다.
제133전자전공격비행대(VAQ-133) 소속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공격기도 기존 모델과 다른 무장을 갖추고 등장했다. 그간 EA-18G는 이전 세대 전자전기 EA-6B 프라울러부터 적용된 ALQ-99 전자전 재머(jammer)를 사용해왔다. 반면 이번에 링컨 항모 전단에 배속된 VAQ-133의 그라울러는 모두 차세대 전자전 장비 ALQ-249, 일명 NGJ-MB를 장착했다. 현용 ALQ-99는 등장한 지 오래됐지만 지속적인 개량 덕에 지금도 세계 최강 전자전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 장비는 적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들어 아군으로 하여금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게 해준다. 그 덕에 2007년 모의 공중전에서 그라울러가 세계 최강 전투기 F-22A 랩터를 상대로 승리했을 정도다.
F-22 잡는 전자전 장비 NGJ-MB
ALQ-99보다 업그레이드된 NGJ-MB는 미국 전자전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장비다. 다양한 주파수를 사용하는 여러 레이더를 동시에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 재밍 거리도 기존 장비의 3배인 400㎞ 수준으로 알려졌다. 링컨 항모 전단은 함재기를 모두 띄울 필요 없이 VAQ-133의 그라울러 4대, VMFA-314의 F-35C 12대만 보내도 중국 항모 전단의 눈과 귀를 멀게 한 뒤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것이다.중국 항공모함 ‘랴오닝’. [뉴시스]
J-15는 중국이 만든 일종의 돌연변이 함재기다. 원형인 러시아제 Su-33을 확보하지 못하자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던 시제기 T-10K-3을 밀수해 역설계하고 J-11(Su-27 중국 생산형)의 비행제어시스템을 결합한 것이다. 이 같은 ‘출생의 비밀’ 탓에 J-15 배치 초기부터 비행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여러 차례 드러났다. 결국 중국은 최근까지도 이 전투기의 결함을 수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들어 J-15의 레이더와 전자장비가 신형으로 교체됐고, 미국 그라울러와 비슷한 전자전기 파생형도 등장했다. 하지만 J-15가 아무리 개량된다 해도 전투행동반경을 빼놓고 보면 전체 성능에서 미국 F/A-18E/F보다 우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배경에서 J-15를 운용하는 중국의 STOBAR(단거리 이함 및 강제 착함) 방식 항모 랴오닝·산둥은 미국 정규 항모보다 절대적 열세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중국 신형 함재기가 등장한 것이다.
중국 FC-31 전투기. [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