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최근 10년 동안 실적 전망치를 못 맞춘 적이 거의 없는 기업이다. 미스는 절대 안 할 거라고 본다. 지난해 H100 칩 가격이 3만~4만 달러였는데, 지금은 7만 달러(약 9300만 원)까지 올랐다. 없어서 못 파는 수준으로 주문량이 늘고 있다. 시장의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긴 했지만 못 맞추진 않을 것이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이 2월 21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예상하며 한 말이다. 이튿날 장 부사장의 전망은 현실이 됐다. 21일(현지 시간) 발표된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 221억 달러(약 29조3000억 원)로 당초 예상됐던 204억 달러(약 27조1000억 원)를 크게 웃돈 것이다. 장 부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5’ 종목(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AMD·브로드컴·TSMC)이 1분기에도 계속 호실적을 쓸 것”이라며 “5개 종목으로 상장지수펀드(ETF) 하나를 만들어도 될 정도(웃음)”라고 강조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지호영 기자]
AI가 금리 영향 상쇄하는 중
간밤에 S&P500 지수가 5000 선을 반납했다.“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커진 탓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실적이 저조할 확률은 희박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만 해도 H100 칩 35만 개를 예약해놓았다고 하지 않았나. H100 칩을 찍어내는 TSMC가 물량을 못 맞췄을 개연성이 있긴 한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TSMC 상황을 봐가면서 주문을 넣는다. 새벽(현지 시간 21일)에 엔비디아 실적만 잘 나오면 S&P500은 다시 5000대에 안착할 것이다.”
지난주 예상보다 높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면서 증시가 한 차례 출렁였다.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어떻게 나올까.
“말한 대로 아직 물가가 높아서 금리인하 신중론이 담길 듯하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지난해 처음 금리인하 얘기가 나왔을 때 시장에서 올해 금리를 7번 내릴 거라고 예상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4번이다. 그마저도 간당간당한 4번이라서 3번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 얘기인즉슨 시장도 당장은 금리가 내려가지 않을 거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 같고, 영향이 있더라도 최근 들어선 인공지능(AI)이 이를 모두 상쇄하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앞으론 매그니피센트 7이 아닌 AI 5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동의한다. AI 관련 사업으로 5개 기업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 같다. MS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쪽에서, 엔비디아와 AMD, TSMC는 AI 칩을 만드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쪽에서 성과를 내는 구조다. 참 재밌는 게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쉽게 말해 스마트폰 와이파이 칩을 만드는 기업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코너에 몰렸는데, AI 분야에서 같은 통신 칩을 필요로 하면서 구사일생했다. AI 챗봇한테 뭘 물어봤는데 네트워크 문제로 답이 너무 늦게 나오면 안 되지 않나. 복받은 기업이다(웃음).”
실적과 주가는 또 별개 같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과열권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엔비디아의 장기(5~10년)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 32배쯤 된다. 현재 12개월 선행 PER이 35~36배 수준이라 해도 평균치에 가깝다. 테슬라 PER이 한때 1000배까지 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는 지금도 충분히 살 만한 종목이다.”
오픈AI 칩 개발? 최소 5년
최근 오픈AI가 독자 AI 칩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엔비디아엔 악재 아닌가.“AI 칩 개발은 의욕만 갖곤 안 되는 일이다. 첫 번째 자금, 두 번째 인력, 세 번째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5년이다. 돈이야 쉽다. 오일 머니로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말하는 9200조 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엄청난 스톡옵션을 주면서 데리고 있는, 연봉 10억 원에 달하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빼오겠나. 또 ASML 같은 장비사로부터 장비를 사와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려 해도, 주문한 장비를 받는 데만 3년이 걸린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과연 5년 안에 개발할 수 있을까’ 싶다. 최근 테슬라가 ‘도조’(AI 슈퍼컴퓨터) 얘기를 안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향후 4~5년간은 엔비디아 독점 구도가 유지되리라 본다.”
‘제2 엔비디아’로 꼽히는 AMD, 브로드컴은 투자 가치가 어떤가.
“일단 AMD는 PER이 50배 정도 된다. 엔비디아에 비해선 좀 고평가된 상태다. 지난해 말 AMD가 내놓은 MI300 칩 성능이 과연 엔비디아의 H100 칩에 필적할 만한 수준인지도 봐야 한다. H100 칩 성능이 이미 뛰어난데 고객사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MI300 칩을 쓰려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브로드컴도 경영 상황이 극단까지 몰렸다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 주가매출비율(PSR)이 지난해 한 자릿수였는데, 지금은 16배다. 이런 지표들을 봤을 때 AMD와 브로드컴은 현 시점 기준으론 주가가 꽉 차 있다. 다만 AI 시장 확대에 따라 이들의 최종 목표 주가는 계속 달라질 것이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4분기 매출 221억 달러 (약 29조3000억 원)를 기록했다. [컨센서스구루 X(옛 트위터) 캡처]
테슬라, 반등 어려울 듯
MS와 TSMC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MS는 덩치가 커서 주가가 좀 더디게 움직이지만 AI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계속 좋아지리라 본다. 이미 잘하고 있는 사업이 있고, 거기에 AI까지 더해진 거라 미국 주식 초보자도 편하게 담을 만한 종목이다. TSMC는 더 말할 게 없다. AI 칩 기업들이 TSMC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이전까진 TSMC를 평가할 때 중국 침공 리스크가 항상 거론됐는데, 이젠 ‘침공한들 상관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정도로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캐파(생산능력)도 계속 늘리고 있으니 더 좋을 일만 남았다.”
매그니피센트 7 중에선 애플과 테슬라의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애플과 테슬라 모두 AI에 대한 드라이브를 적게 걸고 있다. 스마트폰 기업, 전기차 기업 수준의 실적을 내고, 사업 초기 때 같은 혁신적인 느낌도 사라지다 보니 주가가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애플이 비전 프로를 흥행시키려 하고 있지만 500만 원짜리 혼합현실(MR) 기기를 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테슬라도 자율주행 분야, 옵티머스 휴먼 로봇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그마저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기한테 의결권을 안 주면 안 한다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테슬라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선호는 높다. 저가매수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이건 테슬라 투자자뿐 아니라 모든 서학개미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 주식 하나 샀다고 그 주식과 결혼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웃음). 아직도 TMF(미국 장기국채 ETF)를 사는 사람이 있다. 계속 금리인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마진율이 계속 하락하는 게 사실이고, 현재로선 반등이 어려워 보인다. 더 좋은 AI 관련 주식이 많으니 눈을 돌려보길 권한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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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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