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자연
쪽빛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잔지바르 능위 해변. [GETTYIMAGES]
반면 이 나라가 걸어온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탄자니아는 ‘탕가니카’와 ‘잔지바르’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탕가니카는 1961년부터 1964년까지 현 탄자니아 본토에 위치하던 국가였고, 잔지바르는 아랍 무역업자들의 무역 기지로 사용되다가 포르투갈, 오만, 영국, 독일 등의 손을 거쳐 1963년 독립한 인도양 섬나라였다. 이후 1964년 두 나라가 합병해 탄자니아가 탄생했다. 탄자니아 국기를 살펴보면 검은색 띠 사선은 자원과 사람을 뜻하고 상단 녹색은 초원을, 하단 청색은 바다를 상징하는데, 이는 초원과 바다를 가졌던 두 나라가 하나로 통합됐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해안에서 약 30㎞ 떨어진 인도양 위쪽에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섬이다. 크기는 제주의 1.3배 정도. 세계 10대 해변으로 알려진 옥빛, 청록빛, 에메랄드빛 화려한 바다와 하얀 물결의 산호 백사장이 있어 일찍이 유럽 사람들이 휴양지로 자주 찾았다. 사람 흔적이 거의 없는 작은 무인도부터 스노클링과 열대 물고기들 사이를 헤엄치는 짜릿한 경험까지, 오직 나만의 완벽한 휴양을 즐길 수 있기에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이곳을 찾는다. 해 질 무렵 포로다니 공원에서 바라보는 노을이나, 야시장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열대과일과 로컬푸드 등 인도양의 숨겨진 보석 잔지바르는 분명 색다른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페르시아어로 ‘검은 해안’, 즉 ‘흑인의 땅’을 뜻하는 잔지바르는 1498년 첫발을 들인 포르투갈이 200여 년간 점령했다. 그 후 중동의 술탄 국가 오만 왕국이 지배했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영국 식민지가 됐다. 1963년에야 독립해 잔지바르인민공화국을 수립했으며, 이듬해인 1964년 4월 26일 내륙 탕가니카와 연합해 탄자니아공화국이 됐다.
노예시장으로 번영한 아픈 역사도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대자연과 천년 이상 무역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된 다양한 문화 뒤에는 숨기고픈 역사의 상흔들도 존재한다. 잔지바르가 동아프리카 흑인 노예무역의 전초기지였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노예무역이 한창이던 때 노예 장사꾼들에게 붙잡혀온 흑인들은 이 섬에 갇혀 노예로 팔려 갈 날을 기다려야 했다. 생존력이 강한 건강한 노예를 찾는다며 가로 50m, 세로 30m가 채 안 되는 공간에 노예 수십 명을 가두고 최소한의 식량과 물만 공급했다. 최대 노예시장이던 자리에는 지금 잔지바르의 ‘흑역사’를 속죄하듯 웅장한 성공회 교회가 들어섰다. 교회 마당 귀퉁이에는 쇠사슬로 목줄이 채워진 형상의 ‘잔지바르 노예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오만 제국, 페르시아, 유럽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스톤타운. [GettyImages]
걷다 보면 사람들이 몰려 있는 낡은 3층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세계적인 록밴드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 생가다. 머큐리는 이 섬에서 태어나 여덟 살에 인도 뭄바이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스톤타운에서 살았다. 기념할 만한 그의 흔적들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를 추억하는 전 세계 팬의 행렬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미로같이 이어지는 좁은 골목부터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개성 만점의 상점과 식당까지 보물찾기하듯 거닐다 보면 어느덧 이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잔지바르 요새. [GettyImages]
향신료 투어도 인기
이제 인도양 바닷바람이 가리키는 대로 옥빛 투명함을 가진 따뜻한 바다로 향할 차례다. 잔지바르 어느 해변에 가든 쪽빛 바다를 즐길 수 있지만, 스톤타운에서 차로 2시간여를 달리면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푸른 하늘색의 해변을 만나게 된다. 진심으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색감이다. 이곳은 ‘능위(Neungwi)’로 표기되지만 현지에서는 ‘능귀’라고 부르는 해변가다. 세계 10대 해변으로 손꼽히는 능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보고 또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바다 풍경이 한가득이다. 느긋하고 평화롭게 해안가를 거닐기만 해도 절로 충만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느새 머리는 맑아지고 귀는 정화된다. 얼마나 맑은지 물속 모든 생명체가 그대로 보일 정도여서 스노클링, 서핑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해변에는 호젓한 분위기의 멋진 레스토랑도 곳곳에 자리해 로컬 음식부터 고급 해산물 요리까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잔지바르에서는 능위 해변이 가장 유명하지만 ‘파제(Paje)’ 해변과 ‘나쿠펜다(Nakupenda)’ 해변도 인기가 높으니 잊지 말고 방문해보자.잔지바르에서는 향신료 농장을 방문하는 ‘스파이스 투어’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 포인트다. 스파이시 섬(Spicy Island)으로 불릴 만큼 향신료가 유명한 잔지바르의 향신료 농장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향신료를 구경하고 맛보고,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열대 과일들도 함께 즐겨보자.
남들 다 가는 흔한 여행지가 아닌 자신만의 특별한 행복이 기다리는 곳을 찾고 있다면 낯선 문화와 아픈 역사의 흔적, 그리고 광활한 자연이 기다리는 탄자니아 잔지바르로 도착지를 정해보면 어떨까.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