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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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기술’ 양자컴퓨터, 실적 없다 보니 여차하면 주가 급락

빅테크 CEO 한마디에 롤러코스터… “신규 투자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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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1-2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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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컴퓨터 초기 버전이 나오는 시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많은 사람이 2031년 20% 확률, 2035년 50% 확률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가 전문 영역에서 쓰이려면 15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대해 밝힌 전망이다. 염 교수는 “현 시점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은 연구개발에 힘쓰는 상태로, 실제 상품을 대량 팔아 실적으로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 만에 32배, 그리고 다시 반토막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빅테크 거물들이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자 주가가 요동쳤다. [AP뉴시스, 조 로건 유튜브 채널 캡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빅테크 거물들이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자 주가가 요동쳤다. [AP뉴시스, 조 로건 유튜브 채널 캡처]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관해 부정적인 언급을 이어가자 관련 주가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이하 현지 시간) 구글이 양자 칩 윌로가 거둔 성과를 공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1월 7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년 상용화” 발언을 하자 급락한 것이다.

    황 CEO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온큐 등 양자컴퓨터 관련주로 묶인 주식들이 급락했다. 아이온큐는 1월 7일 장중 고점(54.74)을 찍은 이후 3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리게티컴퓨팅, 퀀텀컴퓨팅도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아이온큐를 3배로 추종하는 영국 런던거래소 아이온큐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은 수익률이 -100%에 수렴하며 청산되기도 했다. 10일 팟캐스트에 출연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상용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도 하락세를 더했다.

    15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를 “양자 기술 준비의 해”로 선언하자 아이온큐는 반등해 15일 종가 기준 39.39달러(33.48% 상승)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25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 참가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관계자가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25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 참가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관계자가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양자컴퓨팅은 지난해 하반기 큰 관심을 받았다. 아이온큐는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이 493%에 달했다. 리게티컴퓨팅(1325%), 퀀텀컴퓨팅(3209%) 역시 급등했다. 서학개미의 관심도 쏠려 지난달 아이온큐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한국인이 보유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가 주목받은 이유는 계산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구글이 공개한 양자 칩 윌로는 기존 컴퓨터가 10셉틸리언(septillion: 1셉틸리언은 10의 24제곱)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어냈다. 상용화되면 우주, 의료, 기상, 군사 등 추론과 예측이 필요한 전방위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작동하는 환경을 제어하는 게 난관인데, 큐비트가 초미세 환경에서 작동하는 만큼 외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구글, IBM 등은 자사에서 개발하는 양자컴퓨터를 절대온도(-273°C)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작동시킨다.

    상용화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아이온큐 공동 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는 1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한인창업자연합 UKF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30년 뒤 시가총액 3조 달러(약 4383조9000억 원)의 양자컴퓨팅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황 CEO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는 “실제로 유용한 문제를 푸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건 5년이면 된다”면서도 “일반 기업에서 사용할 만큼 보편화되는 걸 상용화라고 한다면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황 CEO가 20년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컴퓨터 관련 주가가 급등락한 것은 엄청난 기대감에 비해 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자컴퓨터 대표주로 불리는 아이온큐는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뒤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 매출이 양자컴퓨터 관련주 가운데 가장 높지만 순손실은 2022년 4850만 달러(약 708억4880만 원)에서 2023년 1억5780만 달러(약 2305억1400만 원)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주식매출비율(PSR)이 160배로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 블룸버그는 아이온큐의 올해 매출이 8300만 달러(약 1212억4640만 원)를 기록하겠지만 손실이 1억89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상용화 시기 빨라도 10년 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는 빨라도 10년 뒤”라며 “지난해 주가에 이미 선반영된 상황이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결국 주가에서 중요한 건 기업이 돈을 벌고 있느냐”라며 “한국인 투자자가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소유한 상황 자체가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염 이사는 “고금리-고환율 상황에서는 관련주 투자 자체에 신중해야 하고, 이익을 봤다면 현금화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센트럴금융센터 부장은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자도 양자컴퓨터의 정확한 구현 시점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실적 없이 주가가 먼저 오른 상황이라 물린 투자자가 1~2년 안에 이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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