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2009.11.10

“시련과 고통에 시달린다면 神話를 펼쳐 보세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11-04 1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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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과 고통에 시달린다면 神話를 펼쳐 보세요”
    “세계 거의 모든 작가가 왜 말년에 신화로 관심을 돌렸는지 조금은 이해가 돼요.”

    신화연구가로 잘 알려진 김원익(48) 박사가 신화를 다룬 8번째 책 ‘신화, 세상에 답하다’(바다출판사)를 냈다. 이 책은 신화에 뿌리를 둔 19개의 모티프를 소개하면서, 동서고금을 초월해 등장하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화는 물론, 알파걸과 간통 위헌 결정, 기형도 시인 등 최신 뉴스와 현대문학을 아우르는 그의 해박함은 책장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

    부여에서 자란 유리는 아버지 동명왕을 찾고, 그리스신화의 파에톤도 아버지 헬리오스를 찾아나선다. 김 박사에 따르면 ‘아버지 찾기’는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원초적 욕망 때문이다.

    부자간 갈등이 가족관계에서 원초적 현상이듯, 아들이 존경하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도 원형적 행동양식이라고 풀이한다. 이 원형적 행동양식은 영화 ‘스타워즈’나 드라마 ‘에덴의 동쪽’ 등 대중문화에까지 투사됐다는 게 그의 설명.



    “신화엔 인생의 모든 이야기가 집약돼 있어요. 근본 문제에 대한 해답이 숨어 있죠.”

    김 박사는 연세대 독문과를 나와 독일에서 공부했고, 귀국 후 10여 년은 고시학원 ‘스타 강사’로, 대학에선 독문학과 신화를 강의했다. 그가 낸 독일어 책만 십수 권이다. 신화로 눈을 돌리게 만든 것도 독문학이다.

    그리스신화의 최고 미녀 헬레네가 등장하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난생 처음 그리스신화를 일독했고, 대학원에서 괴테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독일 고전주의가 그리스신화와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괴테, 실러, 토마스 만, 릴케 등 독일 작가들이 인생 끝자락에서 약속이나 한 듯 신화로 눈을 돌렸다는 사실에 그는 무릎을 쳤다.

    “노(老)작가들이 인간과 세상에 대해 던져온 질문을 푸는 열쇠가 신화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가 이번 책을 통해 세상에 답하고 싶었던 것은 뭘까.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그리스신화의 영웅들은 모두 지하세계에 다녀와요. 역사 속 위인들을 보세요. 우리 인간도 뭔가를 이루려면 지하세계에 다녀오죠. 당장 시련과 고통으로 힘들다면 그 과정을 이긴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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