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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일상 경영

“반바지가 뭣이 중헌디”

기업문화 혁신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반바지가 뭣이 중헌디”

“반바지가 뭣이 중헌디”

2015년 서울시와 환경재단, 롯데백화점이 여름철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시원차림 캠페인’의 일환으로 개최한 패션쇼 모습. 넥타이를 매지 않은 간편하고 시원한 옷차림으로 근무하자는 캠페인이다. [동아일보]

2015년 상반기, 폴크스바겐은 500만 대 넘는 자동차를 팔아 도요타를 누르고 세계 1위에 등극했습니다. 그랬던 폴크스바겐의 추락은 한순간이었습니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에 이은 휘발유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조작 스캔들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성과주의’란 말로 거친 설명이 가능할 듯합니다. 1등 지상주의와 독재적 권위주의가 빚어낸 폐해라는 시각입니다. ‘도요타를 넘어 1등’이란 목표를 달성하려고 폴크스바겐이 꺼내 든 카드는 기술 개발을 통한 친환경 엔진이 아니라, 계기판 조작이었습니다. 제왕적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려다 빠져버린 유혹의 늪이었지요. 상명하달의 독재적 권위주의 문화에서 어느 누구도 CEO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우리 대기업에서도 기업문화 혁신 작업이 한창입니다. 얼마 전 한화에서는 기업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유연근무제’와 ‘승진휴가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루 4시간, 주당 40시간만 지키면 출퇴근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과장, 차장, 부장 등 승진 때마다 한 달간 안식월을 받아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요. 한화만이 아닙니다. 엄숙한 장례식장 같은 임원실을 없애는 등 많은 기업이 기업문화 바꾸기에 속속 동참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의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효율’이 경쟁력이던 산업화 시대를 ‘표준’과 ‘속도’를 앞세워 헤쳐나온 삼성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현 체제로는 창의가 중심인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에 삼성은 새로운 제도를 연이어 도입했습니다.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호칭도 ‘◯◯◯ 님’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여름철엔 반바지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실리콘밸리식 기업’으로의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금까지 노력이 ‘갤럭시노트7 사태’로 빛이 바랬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삼성의 무조건 1등주의가 빚은 참사”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문화’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하나의 문화가 단시간에 형성될 수 없는 이유가 이 설명에 녹아 있습니다. 규정은 금세 바꿀 수 있지만 문화는 다릅니다. 창의문화라서 반바지를 입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지, 반바지를 입는다고 창의문화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문화적 숙성 없이 설익은 규정부터 만들어놓으니 ‘반바지 열사’라는 신조어가 생겨납니다. ‘누가 감히 가장 먼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것이냐’는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기업문화 혁신의 관건은 그래서 리더십입니다.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팔로어가 보고 배웁니다. 그 과정의 반복과 순환 속에서 문화가 서서히 뿌리를 내립니다. 반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핵심은 창의와 개성, 자율과 책임의 기업문화입니다. 영화 ‘곡성’의 명대사가 그래서 생각납니다. “뭣이 중헌디.” 반바지는 창의문화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일 수는 없습니다. 아무쪼록 국내 많은 기업의 기업문화 혁신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두 손 모아 빕니다. 문화가 경쟁력입니다.








주간동아 2016.11.02 1061호 (p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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