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MB 경호처’ 내곡동 부지 배임 처벌받아… 좀스러워도 文 양산 땅 살펴봐야

너도나도 “농지→대지 전환해달라” 요구하면 어쩌나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MB 경호처’ 내곡동 부지 배임 처벌받아… 좀스러워도 文 양산 땅 살펴봐야

문재인 대통령이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사저 부지 앞 철문. [정재락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사저 부지 앞 철문. [정재락 동아일보 기자]

3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남 양산시 사저 부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로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퇴임 후 기거할 사저를 경호시설과 함께 짓는데 ‘조그만 문제’가 있다고 따지는 것은 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상왕(上王)이 될 군주가 아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선출돼 대통령으로 봉직했다. 임기가 끝나면 다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사저 단가↓·경호부지 단가↑…MB의 재테크?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 부지로 매입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토지.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 부지로 매입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토지.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2011년 5월 대통령경호처(경호처)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사저와 경호시설 부지를 매입했다. 훗날 검찰·특검 수사와 재판에서 김인종 당시 경호처장이 부지 매입건을 이 전 대통령에게 3번 이상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아들 이시형 씨 이름으로 부지를 매입케 했다. 매매 가격은 실거주자인 이 대통령이나 명의자 이시형 씨가 아닌, 사저 주변 경호용 토지를 사야 하는 경호처가 땅주인과 합의해 결정했다. 

그런데 사저 구입 단가는 경호 부지 단가보다 훨씬 쌌다. 경호처가 땅주인과 합의해 전체 부지 가격은 유지하되, 사저 부지 단가는 낮추고 경호용 부지 단가는 높여 계약한 것이다. 그 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사저 부지를 원래보다 9억7200만 원 싼 11억2000만 원에 구입했다. 경호처는 국민 세금으로 9억7200만 원을 더 지출했다. 이로 인해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은 배임으로 기소돼 2013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시형 씨는 3년 차 직장인이었다. 매형이 부사장으로 있던 회사를 거쳐 외삼촌과 큰아버지가 설립한 다스로 옮긴 후 차장까지 빠르게 진급했다. 그가 합법적으로 증여받은 돈을 일찌감치 불렸어도 11억2000만 원을 만들기란 어렵다. 이씨 측은 “6억 원은 어머니(김윤옥 여사) 명의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대출받고, 5억2000만 원은 친척들에게 빌렸다”고 주장했다. 재산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쏟아지자 독립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거부했다. 

이 대통령의 사저 부지는 2006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돼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로 불리는 곳에 위치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작고하면 경호가 해제되는데, 그때 경호용 부지를 매각한다. 이 땅을 누가 살 것인가. 불하 1순위는 전직 대통령 자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전직 대통령 일가의 ‘사저 재태크’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 영농 경력 11년?

서울과 양산의 땅값은 천양지차다. 다만 부동산 재태크의 관건은 땅값 자체의 고하보다 상승률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기거하기 위해 농지를 구입했다. 현행법상 농지 보존을 위해 구입한 농지는 원용도로만 쓰도록 돼 있다. 예외를 허용했으나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사는 것이 원칙이다(농지법 제6조 농지 소유 제한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업인은 △1000㎡ 이상 농지 경작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 연간 판매액 120만 원 이상 △연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농지를 매입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농지취득자격증명·농업경영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 11년’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서울대 교수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같은 학교 김연수 체육교육과 교수가 육아휴직 후 국회의원으로 출마하자 비판하고 나섰다. 김 교수의 휴직계를 찾아내 “국회의원 출마가 육아냐”며 폴리페서라고 맹비난했다. 공인에게는 이처럼 명분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사저를 짓고자 농지를 구입한다고 왜 밝히지 못했을까.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선 왜 말이 없을까. 대지(垈地: 집을 지을 수 있는 땅)가 된 문 대통령 사저는 상속으로, 경호 부지는 불하로 문 대통령 자녀에게 소유권이 넘어갈 가능성은 없을까. 대지는 농지보다 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태크가 되는 건 아닐까. 

“내 농지도 대지로 전환해달라”는 소송·헌법소원이 쏟아지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동시에 철저히 검증하는 ‘어항 속 금붕어’ 같은 자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스러워도 모든 것을 살펴봐야 한다.





주간동아 1281호 (p8~9)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1293

제 1293호

2021.06.11

홈술로 늘어난 와인병, 재활용 골칫덩이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