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한 시민이 평창동계패럴림픽 G-100 페스티벌에 맞춰 ‘희망의 리본 달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동아일보]
‘진정한 올림픽의 완성은 패럴림픽의 성공이다’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평창동계올림픽 못지않게 평창동계패럴림픽을 향한 전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패럴림픽의 성공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우리나라는 88 서울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평을 얻었다. 패럴림픽을 통해 세계 각국 장애인 선수들이 역동적으로 경기하고 감동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인의 시선도 급격히 달라졌다. ‘장애자’란 호칭도 ‘장애인’으로 고쳐 부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 이듬해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됐다. 또한 장애인 수를 정확히 파악해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펼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장애인 등록제’도 이때 처음 생겨났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7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평창동계올림픽과 대미를 장식할 패럴림픽의 성공을 위해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12회째를 맞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전 세계 약 50개국 1500여 명의 선수와 임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패밀리, 보도진 등 2만5000여 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이번 동계올림픽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림픽 이후 한 세대(30년)가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는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와 경제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세계 최초로 최첨단(ICT) 동계올림픽을 선보일 태세를 갖췄다. 또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 이어 2020 도쿄패럴림픽,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등 세 번의 패럴림픽이 연달아 동북아시아에서 개최되는 만큼 우리나라가 그 첫 테이프를 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역대 최다 경기, 접근성도 최고
지난여름 대구시청 광장에서 장애체육인의 꿈과 도전을 싣고 달리는 장애인체육특장버스 시승식이 열렸다.[뉴시스]
경기에 참가하는 국내 선수의 수도 대폭 늘어났다.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은 25명, 2014 소치동계패럴림픽은 27명이었지만 이번에는 총 39명이 출전한다. 우리나라는 2002년 제8회 솔트레이크동계패럴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남자 알파인 스키 한상민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밴쿠버동계패럴림픽에서는 휠체어컬링에서 은메달을 따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최초 스키 종목 메달, 단체 종목 메달이라는 의미 있는 발자취를 만들어왔다. 이번에 우리 선수들은 금1, 은1, 동2개를 획득해 종합 10위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평창조직위)는 ‘하나의 인력이 두 개의 대회를 준비한다’는 이른바 ‘Same Worker, Two Games’ 원칙에 따라 올림픽과 패럴림픽 두 대회를 동시에 준비 중이다. 베뉴(경기장)와 인프라는 패럴림픽을 위한 별도의 시설 건립 없이 올림픽과 동일한 시설(4경기 베뉴, 평창선수촌, 국제방송센터(IBC), 메인프레스센터(MPC), 고속철도 및 도로 등 교통망)을 사용할 예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은 역사상 가장 콤팩트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몸이 불편한 패럴림픽 선수들도 짧은 시간 안에 경기장과 숙소 등을 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평창 알펜시아 스포츠파크를 중심으로 모든 경기장이 30분 안에 위치해 최고 수준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이를 위해 평창조직위는 일찌감치 ‘접근성 전담팀’을 구성하고, 2015년 국내법령과 IPC 기준, 평창의 지리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평창대회 접근성 매뉴얼’을 발간했다. 또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IPC 기준에 100% 부합하는 다양한 휠체어 리프트 버스를 운영하는 등 최적의 교통편의 증진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평창조직위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의 스노보드와 알파인 스키 경기를 모두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20억 원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홍재 평창조직위 경기국장은 “처음에는 패럴림픽 종목 가운데 알파인 스키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스노보드는 용평 알파인 스키장에서 각각 하기로 했는데 두 경기를 모두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기로 결정하고 IPC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경기장 통합에 따라 경기 운영 인력을 효율적으로 쓰고 서비스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종 임시 시설물도 많이 지을 필요가 없어 ‘경제올림픽’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과 아이스하키는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열린다.
패럴림픽선수촌은 평창선수촌을 단독 사용할 예정이다. 총 8개 동, 11층, 440세대, 2332베드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40%인 182세대, 436베드를 휠체어 객실로 확보했다. 또한 인근에 선수단 가족과 클라이언트 그룹의 숙박을 돕고자 총 2160개 객실을 배정할 예정이다. 경기장과 숙소를 오가기 편하도록 차량 1609대를 운영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장애인 및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44대, 휠체어 리프트 차량 185대가 포함돼 있다.
인천공항에서 휠체어 리프트 버스로 직행
11월 29일 경기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G-100 페스티벌’에서 참가자 약 300명이 숫자 ‘100’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평창동계패럴림픽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단은 10월 26일 경기 이천에 위치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그동안 전지훈련, 국제대회 참가, 국내 훈련 등에 매진해오던 선수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배동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이 선수단장으로 임명됐다. 배 단장은 민간기업 최초로 장애인 실업팀(노르딕 스키)을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창성건설에 창단한 인물이다.
발대식에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아이스하키 정승환(31·강원도청), 평창대회 테스트 이벤트였던 2017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에서 금1, 은1, 동1개를 획득한 신의현(37·창성건설), 2014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쳤던 알파인 스키 양재림(28·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선수단 전원이 참석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올해 평균 210일 이상 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해외 우수 지도자를 통해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멘탈코치, 경기·영상분석 담당, 장비매니저, 아이스메이커 등 종목별 전문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또한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스포츠과학 프로그램과 장애 특성에 맞는 맞춤장비 개발 등의 성과를 이뤘다.
현재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는 대부분 동계훈련 및 대회 참가차 해외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그중 휠체어컬링팀은 12월 6일 입국해 경기 이천훈련원에서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은메달을 땄던 8년 전 밴쿠버동계패럴림픽 때만 해도 수영장을 얼려 훈련했으나 이제는 이천훈련원 전용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향후에는 중국과 핀란드,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평창동계패럴림픽 개최까지 90여 일이 남은 시점에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다. 하지만 패럴림픽은 올림픽에 비해 국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평창조직위는 처음부터 모든 홍보활동 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동일하게 추진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 기간에는 통합 홍보관을 설치했고, 강릉 홍보 체험관과 인천·김포국제공항 및 국내 주요 도심의 거점 광고를 통합해 운영 중이다.
이와 별개로 패럴림픽만의 홍보활동을 위해 2013년 패럴림픽 엠블럼을 론칭했으며, 2015년에는 패럴림픽 G-1000 행사를, 올해 11월 29일부터 사흘 동안은 패럴림픽 G-100일을 맞아 역대 대회 최초로 단독 행사를 개최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과 KBS 신관 공개홀, 강릉시청 등에서 ‘G-100 페스티벌’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패럴림픽 입장권 판매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창조직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평창동계패럴림픽 입장권 판매율은 22만 장 중 1만2000장이 팔려나가 5.5%에 불과하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달리 사회공헌 성격이 크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우려가 늘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전 대회에서 역대 판매 기록을 계속 경신해왔기에 평창동계패럴림픽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크다. 2014 소치동계패럴림픽의 경우 개막 전 IPC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흥행 우려를 표명했지만 결국 총 31만6200장이 팔려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 입장권은 약 23만 장이 판매됐다.
티켓 판매 저조, 러시아 불참 복병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은 6월 입장권 판매를 시작한 이후 판매율이 30% 내외에 그쳐 걱정을 샀지만 11월 1일 성화봉송 시작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증해 최근 50%를 돌파했다. 이에 연말까지 80%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평창조직위는 패럴림픽 입장권 판매를 위해 지역사회와 관공서, 학교 등을 통한 단체 구매를 적극적으로 장려할 계획이지만 ‘강제 구매’라는 비판도 존재한다.‘러시아 선수단 불참’이란 예상치 못한 복병도 나타났다. 12월 5일 IOC는 국가 주도의 도핑 파문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국가 차원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이로써 평창동계올림픽 흑자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창조직위는 IOC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북미 아이스하키리그의 불참에 이어 겨울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까지 참가하지 않을 경우 동구권 국가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올림픽 방송중계권 판매 저조 등 여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러시아 선수들의 개별 출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2월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 선수들 중 누구나 중립국 선수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한다면 이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