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배경은 ‘살벌하게도’ 헝가리의 어느 도축장이다(이것이 현대 사회에 대한 비유란 점을 강조하는 건 사족일 터). 기계화된 시스템하에서 소들이 차례차례 도축되고, 고기는 품질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 엔드레(게저 모르처니 분)는 이곳의 재무담당 간부다. 마비된 왼팔이 암시하듯, 그는 큰 상처를 갖고 있고 지금은 혼자 산다. 에네디 감독은 마비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그것을 현대 사회 50대 남성의 한 특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도축장에 품질검사원 마리어(얼렉선드러 보르베이 분)가 새로 왔는데, 그는 남과 몸이 살짝 닿기만 해도 싫은 반응을 보이는 예민한 여성이다. 마리어는 거의 말이 없고, 혼자 식사하는 걸 좋아한다. 역시 현대 사회 여성의 한 특성일 테다. 엔드레는 남과 잘 섞이지 못하는 결벽증 환자 같은 마리어에게 알 수 없는 호감을 느낀다. 팔이 마비된 중년 남자와 결벽증 환자 같은 젊은 여자, 곧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는데, 세상에 대한 이런 알레고리의 미덕이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몸 일부가 마비된 남자, 자폐증을 가진 여자(마리어는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폭력이 일상화되고 기계화된 세상(도축장), 성적 호기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드러내는 일터 구성원들의 모습 등은 모두 현대 세계를 묘사하는 특징이다. 낮의 세상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우울한 곳인 반면, 밤은 신화의 세상, 동화의 세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도피주의로 읽힐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사슴이 되는 꿈을 함께 꾸자는 희망이 더 큰 지지를 끌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