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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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4~5년 숙성 거친 부드러움이 일품

프랑스 샴페인 ‘브루노 파이야르’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12-12 10: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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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노 파이야르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한 브루노 파이야르와 퀴베, 블랑 드 블랑, 로제(왼쪽부터).[사진제공·(주)나루글로벌]

    브루노 파이야르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한 브루노 파이야르와 퀴베, 블랑 드 블랑, 로제(왼쪽부터).[사진제공·(주)나루글로벌]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샴페인을 꼽으라면 브루노 파이야르(Bruno Paillard)가 아닐까. 레이블이 멋있다거나 병 모양이 예뻐서가 아니다. 브루노 파이야르는 장인의 세심함과 정성이 탄생시킨 명품이다. 특히 브루노 파이야르 2008 빈티지 샴페인은 레이블에 재불 화가 방혜자의 그림을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파이야르의 집안은 1700년대부터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와인 중개상을 해왔다. 브루노 파이야르가 성공적이던 가업을 뒤로 하고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한 건 1981년, 그가 28세 되던 해였다. 샴페인 만드는 일을 숙명으로 느낀 그는 아끼던 앤티크 재규어 승용차를 팔아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했다. 

    파이야르에게는 좋은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지키는 일이 한 가지 있다. 포도에서 즙을 딱 한 번만 짜는 것이다. 포도즙 양은 생산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샴페인을 대량생산하는 업체는 포도를 여러 번 짜서 최대한 많은 즙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파이야르는 포도즙이 순수해야 우아한 샴페인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순수한 즙은 산도가 높아 긴 숙성을 요한다. 샴페인 기포는 와인, 이스트, 당분을 병 속에 넣고 밀봉해 만든다. 기포 발생이 끝나면 이스트 앙금이 병 속에 가라앉는데, 이 앙금과 함께 샴페인이 숙성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맛이 부드러워진다. 법이 정한 숙성기간은 15개월이지만 브루노 파이야르의 숙성기간은 최소 4~5년이다. 이렇게 긴 숙성을 거치면서 샴페인은 부드러운 맛과 함께 복합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재불 화가 방혜자의 그림이 들어간 브루노 파이야르 2008 빈티지 샴페인 레이블.[사진제공·(주)나루글로벌]

    재불 화가 방혜자의 그림이 들어간 브루노 파이야르 2008 빈티지 샴페인 레이블.[사진제공·(주)나루글로벌]

    브루노 파이야르 퀴베(Cuve′e)는 25년간 생산된 화이트 와인을 블렌드해 만드는 멀티 빈티지 샴페인이다. 달콤한 사과, 향긋한 들꽃, 은은한 미네랄 등 갖가지 향의 어울림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샤르도네(Chardonnay)로만 만든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은 레몬, 자몽 등 시트러스 과일과 신선한 아몬드향이 섬세한 기포와 만나 상큼한 매력을 준다. 피노 누아르(Pinot Noir)에 샤르도네를 살짝 섞어 만든 로제는 잘 익은 베리향과 미네랄향의 조화가 탄탄하면서도 우아하다. 육회나 비프 타르타르와 즐기면 음식과 와인의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빈티지 샴페인은 작황이 탁월한 해에만 생산하는 특별한 와인이다. 브루노 파이야르는 빈티지 샴페인을 생산할 때마다 그 해의 특징을 키워드로 부여하는데, 2008년 키워드는 ‘에너지’였다. 파이야르는 방혜자 화백에게 레이블에 들어갈 그림을 요청했고, 방 화백은 동서양을 결합한 특유의 화법으로 2008년의 에너지를 멋지게 그려냈다. 

    브루노 파이야르 2008 빈티지 샴페인은 이스트 앙금과 7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고 앙금이 제거된 뒤 1년간 셀러에서 안정을 취하고 출시됐으니 숙성기간이 8년에 이른다. 한 모금 머금으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질감에 눈이 스르르 감긴다. 상큼한 과일향, 갓 구운 쿠키의 고소함, 은은한 덤불숲향 등 끊임없이 피어나는 복합적인 향미는 방 화백이 여러 색깔로 표현한 에너지 파장이 마치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무는 한 해를 돌아보며 소중한 사람들과 브루노 파이야르로 축배를 들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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