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진 바둑이었다. 16강전에서 유창혁 9단을, 8강전에서는 차(車)격인 이창호 9단을 극적인 반집 승으로 제압하고 4강에 올라온 중국랭킹 2위 콩지에(孔杰) 7단을 이세돌 9단이 총력 저지에 나섰으나 파죽지세였다. 콩지에 7단이 승리를 눈앞에 둔 국면으로 정상적인 끝내기로는 도저히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옆에서 나란히 벌어진 다른 4강 한 판에서는 최철한 8단이 일찌감치 창하오(常昊) 9단에게 돌을 던진 상태. 중국이 우승을 확정짓기 일보 직전이었다.
백이 노려볼 만한 곳이라고는 기껏해야 우변에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흑대마. 그러나 이 흑대마는 눈을 감고 두지 않는 이상 도저히 죽을 말이 아니라서 모두들 ‘중국 기사들 간의 결승 다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믿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초읽기에 몰린 흑이 한 수 헛수를 두었고,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 불같이 흑대마의 숨통을 조이고 나선 것이 .

재차 1선에 늘어선 백3이 피니시블로. A의 끊음과 C의 연결을 마주 보고 있다. 결승은 내년 1월 3번기에서 치러진다. 184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