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의 잭 그릴리시가 12월 11일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루턴 타운과 경기에서 역전 골로 이어진 슈팅을 날리고 있다. [GettyImages]
리버풀, ‘교체술’ 이상의 경기력 필요
리버풀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GettyImages]
최근 리그 27경기에서 18승 8무 1패를 기록 중인 리버풀은 올 시즌 가장 기세가 좋은 팀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썩 좋지 않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후반전 전술 및 선수 변화를 통해 역전승을 거둔 경우가 많은데, 막상 경기 내용은 전반 내내 답답할 때가 많다. 클롭 감독의 3241전술이 상대에 읽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모하메드 살라, 도미니크 소보슬라이를 중심으로 한 오른쪽 연계가 점점 막히고 있다. 게다가 볼 운반과 패스로 오른쪽 공격에 힘을 보태준 센터백 요엘 마티프의 시즌 아웃도 아쉽다. 오른쪽이 풀리지 않으면 왼쪽과 중앙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왼쪽 윙 루이스 디아스와 최전방 다르윈 누녜스의 폼이 살아나질 않는다. 게다가 클롭 감독의 중앙 공격 전술은 오른쪽 공격 전술과 비교해 아쉬운 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리버풀이 경기를 이기는 비결은 ‘교체’에 있다. 이르면 하프타임, 늦어도 후반 50~60분대 시작되는 클롭 감독의 교체는 대부분 공격진,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풀백 알렉산더아놀드가 아예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로 들어오고 커티스 존스, 라이언 흐라벤버르흐, 하비 엘리엇 같은 선수들이 나머지 미드필더 두 자리에 들어서면서 경기 막판 에너지 레벨을 한껏 끌어올린다. 알렉산더아놀드 대신 오른쪽 풀백을 뛰는 조지프 고메즈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알렉산더아놀드와 또 다른 공격 옵션을 제공한다. 적절한 교체를 통한 에너지 레벨 상승으로 리버풀이 경기 막판 시간대를 지배하며 역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언제까지 클롭 감독의 ‘교체술’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만큼 전반 경기력, 선발진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향후 과제다.
# 2위로 떨어진 아스날, 아쉬운 공격력?
아스날은 16라운드 원정에서 애스턴 빌라에 0-1로 패했다. 그 결과 순위도 2위로 떨어졌다. 아스날의 고민은 공격에 있다. 아스날을 상대하는 팀 대부분이 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는 탓에 공격진이 고립되는 경기가 수두룩하다. 특히 오른쪽 부카요 사카, 왼쪽 가브리에우(영어식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에게 상대 수비가 1명 이상 달라붙을 때가 많다. 그래서 측면 공격수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그 견제를 분산해줘야 할 마르틴 외데가르드, 카이 하베르츠의 폼이 시즌 초반 올라오지 않으면서 아스날의 경기력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반면 아스날은 확실한 ‘위닝 멘털리티’를 보유하고 있다. 데클런 라이스의 영입으로 중원 피지컬과 수비력이 올라오면서 지난 시즌보다 리드를 지키는 힘이 강해졌다. 게다가 라이스, 하베르츠 같은 선수들이 경기 추가 시간에 중요한 골을 터뜨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렌트포드, 루턴 타운과 대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아스날이 후반 추가 시간에 넣은 골이 5골이다. 어떻게든 ‘이기는 법’을 아는 팀이다. 하베르츠, 외데가르드의 폼도 다시 살아나고 있고, 시즌 초반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공격수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돌아오면서 아스날의 공격력은 점차 회복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16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 높은 기대 득점(1.58)과 좋은 경기력에도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쳐 다시 공격진의 파괴력 저하를 지적받고 있다.
애스턴 빌라 ‘비대칭 전술’ 주효
# ‘돌풍의 팀’ 빌라, 그들이 잘나가는 이유는?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애스턴 빌라도 선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5라운드에서 맨시티, 16라운드에서 아스날을 잡으며 3위까지 올라왔다. 1위 리버풀과 승점 차는 2점이다. 에메리 감독은 애스턴 빌라의 축구 스타일을 능동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상대가 누구든 수비 라인을 높이 끌어올려 오프사이드 트랩을 형성하는데, 이 전술을 통해 상대 공격수를 고립시키는 좋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 시 에메리 감독은 비대칭 전술을 활용한다. 센터백 파우 토레스가 후방에서 패스를 뿌려줄 때 왼쪽은 풀백 뤼카 디뉴가 넓게 전진하고, 오른쪽은 윙포워드 레온 베일리가 넓게 전진하며 측면 폭을 제공한다. 이때 상대 수비가 두 사람을 따라 좌우로 벌어지면 틈새 공간을 존 맥긴, 무사 디아비, 올리 왓킨스, 유리 틸레만스 같은 선수들이 빠른 침투로 공략한다.
애스턴 빌라는 도글라스 루이스, 맥긴, 부바카르 카마라 등 선수들의 좌우 전환 패스가 매우 좋고, 선수들의 활동량이 많아 빠른 공수 전환 속도를 자랑한다. 이에 따라 애스턴 빌라의 홈 경기장 ‘빌라 파크’는 최근 원정 팀의 무덤이 되고 있다. 애스턴 빌라는 16라운드 아스날전 승리를 통해 구단 최초 홈 리그 15연승에 성공했다. 단, 원정 성적이 홈 성적과 비교했을 때 기복이 있고, 선수단 뎁스(depth)가 깊지 않아 주전 의존도가 높은 게 약점이다. 현재 얕은 선수단 뎁스로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를 병행하고 있기에 후반기 체력 문제가 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관건이다.
#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 올 시즌 부진 배경은?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의 이번 시즌 흐름은 낯설다. 4경기 무승 끝에 12월 10일 루턴 타운과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우려스러운 면이 많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 공격에 3241전술과 235전술을 섞어 쓰며 지난 시즌보다 유연하게 경기를 이끌고 있긴 하다. 하지만 얕은 선수층과 적은 선수 수가 맨시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필 주축 자원의 이탈이 많은 올 시즌이기에 선수 수가 적은 맨시티의 약점은 그대로 위기관리 능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핵심 자원인 케빈 더브라위너는 전반기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시즌 공격 시 하프 스페이스 활용과 공략이 매끄럽지 않은 맨시티다. 이는 최전방 공격수 엘링 홀란의 기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후방 빌드업의 핵심인 센터백 존 스톤스가 부상으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다. 지난 시즌 스톤스는 센터백과 미드필더를 오가며 맨시티의 후반기 상승세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올 시즌은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의 징계가 유독 많았던 것도 뼈아팠다. 맨시티가 올 시즌 리그에서 패한 울버햄튼 원더러스전, 아스날전, 애스턴 빌라전 모두 로드리가 나오지 못했다. 로드리가 없을 때 맨시티는 후방 빌드업과 수비 시 상대에 대한 압박, 간격 유지, 백포 보호에서 큰 공백을 느끼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GettyImages]
토트넘 홋스퍼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징계에 미키 판 더 펜과 제임스 매디슨의 장기 부상이 겹치면서 첼시전부터 5경기 무승 늪에 빠졌다. 그러나 12월 11일 16라운드 뉴캐슬전을 4-1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뉴캐슬전의 핵심 포인트는 손흥민의 윙 기용이었다. 그동안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온 손흥민은 뉴캐슬전에서 왼쪽 윙으로 위치를 바꿔 맹활약했다. 특히 간결한 패스, 빠른 속도를 활용한 드리블로 뉴캐슬의 오른쪽 수비를 공략하며 동료들에게 양질의 기회를 만들어준 활약상이 일품이었다. 이외에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좋은 활동량과 침투를 보여준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처럼 상대를 압박하는 토트넘의 에너지가 한창 때만큼 올라온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라인을 올리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적 기조는 이번 뉴캐슬전에서도 동일했는데, 대승 결과와 별개로 토트넘 수비가 불안한 장면은 이번에도 나왔다. 최근 부상, 징계 등을 이유로 빠진 선수가 많고 여러 대회를 병행한 탓에 체력도 온전하지 않은 점을 상기하면 토트넘의 부활이 추후 일정에서도 꾸준히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역시, 맨시티
# 현 시점에서 예측한 우승 팀은?맨시티가 이대로 힘없이 무너지진 않을 거 같다. 앞서 언급한 팀 가운데 당연히 리그 우승 경험이 가장 많은 것은 맨시티 선수단이다. 위기가 찾아와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우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후반기 페이스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하다. 게다가 맨시티는 전통적으로 리그 후반기 성적이 좋았다. 2018~2019시즌, 2020~2021시즌도 후반기 상승세를 타면서 중반기에 떨어진 순위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도 후반기 3241전술을 완성한 게 트레블의 큰 원동력이 됐다. 올 시즌 후반기는 부상으로 빠진 플레이메이커 더브라위너가 돌아올 전망이기에 지금보다 공격력이 날카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순위는 4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우승 가능성을 가진 팀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