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9일(이하 한국 시간)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멕시코 루이스 로모의 선취골 슈팅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멕시코 감독도 인정한 韓 ‘강한 압박’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멕시코는 홈 관중의 열기를 등에 업었지만 한국의 촘촘한 압박에 막혀 전반전에 뚜렷한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한국도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며 멕시코의 압박을 벗겨냈으나 상대 페널티 지역에 진입한 뒤 슈팅으로 연결하는 과정에 세밀함이 부족했다. 양 팀 모두 위험을 먼저 감수하기보다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승부를 가른 것은 후반 5분의 한 장면이었다. 멕시코의 헤수스 가야르도가 왼쪽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한 직후, 김승규와 이기혁 사이에 혼선이 발생했다. 루이스 로모가 이를 놓치지 않고 비어 있는 골문에 공을 밀어 넣었다. 팽팽하게 맞물린 경기에서 먼저 나온 실수 하나가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경기 뒤 “한국이 강한 압박으로 공간을 거의 주지 않았으며 한쪽의 실수가 승부를 가른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기록만 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는 아니었다. 한국은 경합 상황을 제외한 점유율에서 51%로 멕시코의 40%보다 높았다. 전체 슈팅에서도 9 대 8로 앞섰다. 한국이 패스 593회를 시도해 510회를 성공한 반면 멕시코는 432회 중 360회를 연결했다. 라인 브레이크 성공 횟수도 한국이 92회로 멕시코의 90회보다 많았다. 상대 수비 뒷공간에서 패스를 받은 횟수는 10 대 4, 좌우 측면을 통한 파이널 서드(final third: 상대 골대로부터 3분의 1 지점으로 패스) 진입은 29 대 14로 한국이 우세했다. 한국이 멕시코의 압박을 돌파해 공격 지역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한국의 문제점은 전진 이후의 효율이었다. 한국의 유효 슈팅은 2차례에 그친 반면 멕시코는 4차례를 기록했다. 슈팅 수와 점유율, 패스 성공에선 한국이 앞섰지만 득점 가능성이 높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측면에서 공을 전진시킨 뒤 박스 안의 공격수와 연결하는 마지막 패스가 끊겼다. 수비 대형을 갖춘 멕시코를 상대로 공격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여섯 차례의 오프사이드는 한국이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는 증거인 동시에 침투와 패스 타이밍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래도 실점 뒤 힌국의 전열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끝까지 동점골을 노렸다. 김승규는 실점 장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후반 30분 라울 히메네스의 가까운 거리 슈팅을 막아 추가 실점을 저지했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조규성과 양현준이 연속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멕시코 골키퍼 라울 랑헬의 더블 세이브에 막혔다. 이 장면은 한국이 강팀을 상대로도 마지막까지 승부를 이어갈 힘을 보여준 대목이다. 동시에 결정적 기회가 왔을 때 마무리까지 잘 지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남겼다.
남아공에 비겨도 체코에 ‘승자승’ 우위

6월 19일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체코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뉴시스
만에 하나 한국이 남아공에 패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남아공이 승점 4로 한국을 추월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시간 체코가 멕시코를 꺾으면 체코도 승점 4가 됨으로써 한국은 조 4위로 탈락한다. 여기서 체코가 멕시코에 비기거나 패하면 한국은 조 3위가 된다. 이 경우 12개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여덟 팀 안에 들어야 32강에 진출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승점은 3에서 멈추고 패배로 골 득실까지 낮아지기 때문에 32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혹시 남아공에 패하더라도 실점 차를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하면 상대는 어느 팀일까. 이 경우 한국의 32강 상대는 B조 2위 팀이다. 현재 B조에선 캐나다와 스위스가 두 경기에서 나란히 승점 4를 기록하고 있다. 캐나다가 골득실 +6, 스위스가 +3이어서 현재 순위는 캐나다 1위, 스위스 2위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카타르도 각각 승점 1을 기록 중이어서 32강 진출 가능성이 0%는 아니지만, 현재 골득실 격차를 고려하면 캐나다와 스위스가 한국의 32강 상대로 유력하다.
한국이 B조 2위를 꺾고 16강에 오르면 F조 1위와 C조 2위 경기에서 살아남은 승자를 만날 예정이다. 현재 F조에선 네덜란드와 일본이 승점 4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고, 스웨덴도 승점 3으로 역전 가능성을 남겼다. C조의 상황을 보면 브라질과 모로코가 나란히 승점 4를 기록했고 스코틀랜드가 승점 3으로 추격하고 있다. 지금 순위가 유지된다면 네덜란드와 모로코중 32강전 승자가 한국의 16강 상대가 되는 구도다. 다만 일본과 스웨덴, 브라질과 스코틀랜드도 조별 최종전 결과에 따라 이 자리에 들어올 수 있다.
조 2위로 32강 가면 캐나다·스위스 만날 가능성
만약 한국이 조 3위로 32강에 진출할 경우 경우의 수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각 조 3위 중에서 어느 팀이 상위 여덟 자리를 차지하는지 여부에 따라 대진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은 E조 1위 독일과 보스턴에서 32강전을 치르거나, G조 1위와 시애틀에서 만나는 두 경로 가운데 하나를 받을 전망이다. G조는 현재 이집트가 승점 4로 선두지만 이란과 벨기에가 승점 2, 뉴질랜드가 승점 1이어서 1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만일 한국이 독일과 만나 32강을 통과하면, 16강에선 I조 1위와 C·D·F·G·H조 가운데 한 조의 3위가 벌이는 경기의 승자와 맞붙는다. G조 1위와의 32강에서 이기면 16강에선 D조 1위를 확정한 미국과 B·E·F·I·J조 중 한 조의 3위가 벌이는 경기의 생존자를 만난다. 조 3위로서 32강에 진출한 팀은 당장 32강부터 강팀인 조 1위와 만나게 된다. 후속 대진도 다른 조의 대결 결과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결국 한국이 32강에 진출하는 가장 명확하고 안전한 길은 남아공을 상대로 승점을 확보해 조 2위를 지키는 것이다. 멕시코전 패배는 한국이 강한 압박과 점유를 통해 개최국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남겼다. 그와 동시에 결정력과 후방 소통이라는 숙제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다가오는 남아공전에선 공격의 마지막 선택을 개선하고 먼저 득점하는 운영이 필요하다. 멕시코전에서 놓친 한 골의 차이가 조별리그 마지막 90분의 무게를 더 키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