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동산시장 상황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 주요 지역에 내 집 마련을 원하거나,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바란다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잠시 훈풍이 부는 듯하던 부동산시장이 하반기 들어 다시 냉각되고 있다. 강남 등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전고가 대비 수억 원씩 내렸고, 거래량 자체도 급감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실수요자의 심리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고 있는 분위기다. 재건축·재개발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런 때일수록 도시정비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부동산 입지와 개별 상품의 옥석을 가릴 안목을 갖춘다면 재건축·재개발 투자는 미래가치가 높은 신축 아파트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12월 8일 김 소장을 만나 재건축·재개발 투자 전망과 방법, 주의할 점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홍태식]
“부동산 상품가치 양극화 더 심해진다”
2024년 재건축·재개발 투자 전망은 어떤가.“2024년 부동산시장은 오르는 곳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빌라, 상가 등 다양한 부동산 상품군 사이에서뿐 아니라,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도 심화될 테고, 이는 도시정비사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신축 아파트의 수요와 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게 뻔한데, 이런 상황에서 옥(玉)에 해당하는 재건축·재개발 상품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택지가 극히 적은 서울에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곳은 결국 재건축·재개발 단지다. 서울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시정비사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축 아파트 선호도야 늘 높지 않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사비가 크게 올라 건설 현장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허가 실적이 반토막 났고, 인허가를 받았음에도 제반 조건 악화로 실제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도 적잖다. 5년 정도 후에는 주택 공급절벽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신축 아파트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올 한 해 전세사기 문제도 심각했다. 그 결과 투자자와 실수요자, 세입자 모두 빌라를 외면하고 안전한 상품으로 여겨지는 아파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빌라뿐 아니라 오피스텔, 생숙(생활형숙박시설), 지산(지식산업센터) 등도 외면받는 분위기라 신축 아파트 쏠림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모든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미래가치가 높은 신축 아파트로 직결되는 ‘꽃길’일 수는 없다. 당장 공사비 상승으로 재건축·재개발 현장마다 사업성이 낮아진 점이 큰 변수다. 2년 전만 해도 3.3㎡당 300만~500만 원이던 아파트 공사비가 최근 들어 700만~800만 원까지 높아졌다. 당초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사업성이 좋았더라도 현재 기준에서 다시 계산해보면 크게 악화됐을 개연성이 크다.
“재건축 투자 시 ‘상가 쪼개기’ 주의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동아DB]
“그렇다. 예전처럼 ‘재개발 추진’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현수막을 걸기만 해도 집값이 오르던 시대는 지났다. ‘묻지 마’ 식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이 동네 미래가치가 좋다’ ‘분담금이 크지 않고 사업 진행도 빠르다’는 낙관론만 믿을 게 아니라, 투자자 스스로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도시정비사업 투자에서 주의해야 할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
“향후 재건축 현장에선 이른바 ‘상가 쪼개기’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재개발 현장에서 상가 소유자가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면 감정평가금액이 조합원 최소 분양가 이상이어야 한다. 단독상가가 아닌 대지지분이 쪼개진 구분상가 소유자는 아파트 입주권을 받기 어렵다. 그렇지만 재건축조합 정관에 별도 비율을 정해 입주권을 줄 수 있다. 가령 조합원 최소 분양가가 8억 원이라면 상가 감정평가금이 그 이상인 경우에만 아파트를 받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재건축의 경우 ‘상가는 최소 분양가 산정 비율을 0.1로 한다’는 식의 내용을 정관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럼 상가 감정평가금이 8000만 원만 넘어도 아파트를 받게 된다.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이가 많아지면 일반분양 세대수가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이 내야 할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건축은 동별 입주자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상가동을 포함할 경우 그 소유자 과반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향후 재건축 현장에서 상가를 포함해 속도를 높일지, 상가를 제척해 사업성을 높일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현장 조건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높은 사업성 △좋은 입지 △주민들의 원활한 분담금 납부 능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사업성이며, 사업성을 평가하는 주된 척도가 용적률이다. 현 시점의 용적률은 낮을수록 좋고, 미래 용적률은 높을수록 좋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라도 지역, 단지마다 용적률이 천차만별이기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물론 사업성이 낮아도 입지가 좋다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는다. 가령 강남권 재건축 현장에는 일반분양 물량이 100채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단일 아파트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체 9510채 가운데 일반분양이 1500여 채에 불과했다. 이처럼 분양 물량이 적어도 강남권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분양 수익금이 높다. 가령 반포동은 신축 아파트 가격이 40억 원을 훌쩍 넘어섰고, 한강 뷰까지 확보되면 호가가 50억 원까지 가지 않나. 이를 감안하면 강남권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기만 하면 높은 미래가치가 기대되기에 당장 사업성이 낮아도 사업 추진 동력이 있다. 세 번째 조건인 주민들의 분담금 납부 능력도 입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입지가 우수해 높은 미래가치가 기대되면 당장 조합원이 감당해야 할 분담금이 커도 정비사업 추진 여론이 힘을 받는다.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의 주민들은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사업성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사업이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도시정비사업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구체적으로 어디인가.
“우선 재건축 단지 중에선 부동산 핵심 지역인 서울 강남권이나 여의도, 목동, 동부이촌동과 더불어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큰 관심을 못 받고 있지만 상계동·중계동 일대 주공아파트 단지도 주목하면 좋다. 이 지역은 지하철 노선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데, 달리 말하면 역세권 아파트가 많다는 뜻이다. 향후 노후 도시 정비가 이뤄지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용적률 인센티브가 부여될 공산이 크다. 역세권과 비(非)역세권 단지 간 갈등이 불거진 가능성이 큰 다른 노후 도시에 비해 상계동·중계동은 사업 속도와 사업성 모두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동아DB]
“재개발 투자는 조합설립인가 받은 지역 주목”
재개발 투자 포인트는.“재개발의 경우 초보자라면 적어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사업 진행 단계가 초기일수록 투자금액이 줄지만 리스크는 커진다. 재건축에 비해 재개발은 조합설립인가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 아무래도 아파트 단지에 비해 주민의 소득 수준이나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천차만별이기에 동의율 조건 75%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개발 지역은 괜찮은 투자처라는 말도 된다. 서울 재개발 톱 5(한남·흑석·노량진·북아현 뉴타운, 성수전략정비구역)는 필요한 투자금액이 많지만 미래가치는 그 이상이다. 앞으로 신축 아파트 가치가 점차 높아질 서울에서도 상급지에 진입할 기회라는 점에서 항상 시장 추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성북구 장위뉴타운,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경기에선 광명뉴타운 등을 주목할 만하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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