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의상민 의원이 12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이날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민주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3총리 연대설’과 관련해 역사적 책무를 강조했다. 3총리 연대설이란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김부겸·이낙연·정세균 전 총리가 연대해 야권을 재편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의원은 이들에 대해 “민주당에 몸담으며 총리, 당 대표를 하신 분들로 역사적 책무감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개딸당으로 전락한 것을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꼭 세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민주당에 동조 못하겠다는 사람은 나오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인터뷰 이후 12월 11일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신당 창당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움과 안타까움 없겠는가…”
-상당한 기간 민주당 내에서 쓴 소리를 해왔다. 결국 내부 비판 대신 탈당을 결심했는데, 이유가 있나.“지금의 민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이재명 사당, 개딸당이다. 완전히 변질됐고 더 이상 뜯어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뜯어고칠 수 없는 상황인데, 안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제 에너지가 너무 아까웠다. 변화할 생각도 없는 곳에서 빨리 나와서 저의 정치적 꿈을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자유선진당으로 갔다가 복당하긴 했지만, 5선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당이다. 저라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없겠는가. 그래도 악의 구렁에 빠지지 않아도 되겠다는 홀가분함이 있다.”
-왜 민주당의 상황이 악화됐다고 보나.
“저 같은 중진의원의 책임이 있고, 초선의원들의 잘못도 크다. 문재인 대표 체제 때부터 한국 정치문화에서 공천과 당직을 위해 맹종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들어서면서 그 정도가 심해졌고, 소위 개딸이라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이 대거 입당해 당을 점령하다시피 했고, 의원들이 압박을 강하게 느껴 납작 엎드리기 시작했다.”
-탈당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강경한 어조의 비판이 나왔다. 섭섭하지는 않았나.
“섭섭하기보다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 한솥밥을 먹었던 것에 대한 예의가 없다. 하루아침에 당을 달리한 것도 아니다. 당을 나가며 결별한 것이다. 개딸들의 생리이기도 한데, 자신들에게 이탈하거나 뜻이 다르다고 판단하면 집단 린치를 가한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당이었는데 이제는 값싼 권력과 자리·이권 다툼만 있을 뿐이다.”
-민주당 내에서 비공개적으로나마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목소리는 없었나.
“의원들도 답답했겠지만 겁이 나서인지 따로 얘기하지 않았다. 저와 같이 있는 것조차 남들이 알까 우려했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둘째, 맹종한다. 마지막으로 성역화한다. 이재명 대표를 성역화하고, 맹종하며 이견을 얘기하면 ‘내부 총질이다’ ‘배신자다’라고 몰아붙인다. 도저히 뜯어고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다”
-최근 3총리(김부겸·이낙연·정세균) 연대설도 나오고 있는데.
“그분들은 민주당에 몸담으며 총리, 당 대표를 하신 분들이다. 역사적 책무감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전락한 것을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 이미 때늦었다고 본다. 다만 늦게라도 나서서 새로운 정치세력, 건강한 정치세력을 규합할 책무감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썩어문드러지면 국민의힘도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망가져 악순환이 펼쳐진다. 서로 ‘쟤네들보단 우리가 낫다’라고 생각하며 상대를 희망의 등불로 보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둘 다 절망스럽다. 정치적 책무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건강한 세력을 규합하고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 내에서 재건하기에는 때가 늦었다고 보나.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당 밖으로 나와야 한다.”
-“세 총리가 연대해 신당을 만들면 사실상 그곳이 민주당”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친이재명(친명)계와 개딸들을 두고 나오면, 이재명 사당, 개딸당과 더 극명하게 정체성이 설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근본으로 한 본래의 민주당을 재건하면 된다. 꼭 세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민주당에 동조 못하겠다’는 사람은 나오면 된다.”
-탈당 발표 이전에 관련 내용을 주변 의원들과 나눠봤나.
“제 입장과 생각을 작년부터 말해왔다. 다들 공감은 한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또 다른 문제다.”
-탈당 이유로 ‘정치적 꿈과 비전’을 말했는데 무엇인가.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나라의 명운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할 각오가 돼있다. 그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했는데 그러면 안 된다. 섬세하게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국회의원을 하려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하려고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다. 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출세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마음이 우선시돼야 한다. 탐욕과 아첨으로 한국 정치가 일그러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특히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더 나타나 안타깝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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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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