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욱 미래에셋증권 상무. [조영철 기자]
관심 분야에 투자해야
주린이를 위한 주식투자 책을 낸 계기가 있나.“증권회사에 있다 보니 ‘주식투자로 망했다, 살려달라’ ‘종목을 찍어달라’는 투자자를 종종 만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주린이가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주린이가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 꼭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주식투자를 할 때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대부분 ‘한 방’을 기대하며 주식투자를 시작하는데, 주식은 대박을 내기보다 안정적으로 장기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가 있으면 실패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목표란.
“예를 들어 ‘주식투자로 아이 학원비를 벌겠다’ ‘몇% 수익을 내서 소파를 바꾸겠다’ 등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말한다. 이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종잣돈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계산해 종잣돈을 모으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목표가 없으면 ‘묻지 마’ 투자가 되고, 결국 투자를 중도 포기하게 된다.”
그다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종목을 선별할 정보가 필요하다.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자료, 뉴스,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수많은 정보 가운데 투자에 필요한 것을 잘 걸러내는 사람이 성투(성공 투자)를 할 수 있다.”
주린이가 쉽게 종목을 선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처음에는 관심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K팝에 관심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공부해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에 앞서 왜 매매를 하려는지 메모해가며 투자 종목을 선별한다. 이렇게 관심 종목을 하나씩 모아 풀링(pooling)한 뒤 지켜보다가 적당한 매수 가격에 도달하면 매수한다. 풀링 종목은 10~15개가 적당하다.”
풀링 종목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나.
“풀링 리스트에 그 종목을 넣은 이유가 유지되느냐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성장성이 높은 종목이라고 생각해서 샀는데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면 풀링 리스트에서 빼야 한다. 마찬가지로 매수 후에도 그 종목을 매수한 이유와 배경 근거를 추적하면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그럼 매도 타이밍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이를 통해 자신만의 투자전략이 만들어지면 장기적으로 주식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투자자 중에는 매수보다 매도가 더 어렵다고 말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매수 시 목표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에 도달했을 때 어느 정도 매도했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매수해 투자 기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애플 100주를 샀다면 수익률이 50%가량 됐을 때 물량의 50%를 팔아 차익을 낸 뒤 애플 주가가 떨어지면 그 차익금으로 다시 애플 주식을 사 주식 수를 늘리면서 오랫동안 투자하는 것이 장기투자다. 물론 차익금으로 사고 싶었던 가방을 사거나 다른 종목을 매수하는 것도 괜찮다.”
올해 로봇, 이차전지, 반도체 등 다양한 주도주가 등장했지만 주린이는 투자가 쉽지 않았는데.
“주린이가 투자하기 쉬운 장세는 증시가 일정하게 우상향할 때다. 모든 주식이 다 올라갈 때는 유명한 기업 주식을 대충 사도 돈을 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이 넘치면서 돈의 힘으로 이런 장세가 펼쳐졌다. 하지만 올해는 방향성이 모호했다. 금리인상과 함께 유동성을 줄이면서 주도주 위주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증시도 나스닥 빅테크 7개 종목이 지수 전체를 끌고 갔다. 미국 빅테크 7개 종목을 보유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지 않겠나. 그래서 올해 지수는 올랐지만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린이는 매매 시점에 대한 감이 없으니 더욱 투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년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주식시장은 희망적으로 봐야 할 때도 있지만, 가능한 한 보수적인 입장에서 봐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는 잘 아는 종목의 주가가 확실히 빠졌다고 판단될 때만 투자하거나,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반대로 기회가 된다. 미국 금리인하 시그널이 가장 큰 터닝 포인트다. 지금은 그때에 대비해 종목을 선별하고 투자금을 마련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최근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는데.
“증권사가 리서치 보고서를 내려면 컴플라이언스(내부 절차)를 거치고 검토를 받는 등 많은 절차를 밟아야 해 틀린 자료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내가 리서치센터장으로 있을 때는 하루에 20~30개씩 리서치를 검토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보다 한 박자 늦다는 느낌이 들 수는 있다. 단타를 하는 개인투자자라면 리서치 자료가 안 맞을 수 있다.”
내년 증시 터닝 포인트는 금리인하 시그널
특히 이차전지 리포트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다.“최근 이차전지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였다. PER 100배는 이 회사가 100년을 벌어야 시가총액만큼 벌 수 있다는 뜻으로, 현재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매도 리포트를 낼 수밖에 없다. 이런 종목은 공매 전문 헤지펀드가 공매도하기에도 딱 좋다. 그런데 이런 종목은 팬덤이 있어서 매도 리포트를 내면 거의 테러를 당한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쉽게 보는 노하우가 있나.
“리포트는 앞부분 요약과 마지막 정리만 읽으면 된다. 요약 부분에는 이 종목을 왜 매수해야 하는지, 목표주가가 얼마인지가 나와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투자 시 리스크들이 정리돼 있다. 중요 종목은 분기마다 리서치가 나오기 때문에 종목이나 산업 변화 상황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했다면 적어도 증권사가 내는 삼성전자 리포트는 찾아보길 권한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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