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시사주간지라는 존재가 갖는 의미를 아주 냉정하게 정의하라면 이와 같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본디 시사주간지의 운명이란 게 ‘시사(時事)’라는 오리엔테이션(定向)과 ‘주간(週刊)’이라는 시간적, 물리적 한계가 대충돌하는 모순적인 접점에서 독자에게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실상 대충 만들기도, 아주 잘 만들기도 힘든 매체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사주간지는 제 구실을 다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 월간지, 인터넷 매체와의 무한경쟁 속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저력은 전자(前者)가 지니지 못한 고유의 특장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편집장을 맡은 올해 1월 초 독자께 처음으로 띄웠던 ‘편집장의 편지’를 8개월 만에 새삼 들춰봅니다. ‘독자우선(讀者優先)’을 한 해의 ‘주간동아’ 키워드로 삼겠다던 초발심(初發心)이 아직도 유효한지 자문해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편집실의 마감 열기는 한결같이 뜨거운데, 왜 제 마음은 불감증 환자처럼 만족스럽지 못한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소임을 다하지 못한 소이(所以)가 아닐까 여깁니다.
창간 13주년 기념호이자 추석합본호를 겸한 또 한 권의 책을 독자 제위께 감히 내놓습니다. 지난해 8월 지령 600호를 기념해 지면개편을 한 이래 처음으로 폭넓은 지면쇄신을 단행했습니다. 비주얼을 한층 강화한 편집 디자인은 물론, 각양각색의 유익한 정보와 풍성한 재미를 ‘잡지스럽게’ 전해드릴 수 있도록 맛깔스러운 연재물들을 다채롭게 마련했습니다.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 이곳저곳을 파헤치고 다니는 편집실 기자들이 날카로운 필치로 보여줄 기명 칼럼도 대거 신설했으며, 독자가 직접 쓴 생활 에세이로 꾸미는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코너도 새롭게 준비했습니다.

편집장 김진수
‘주간동아’에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을 기꺼이 베풀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따가운 질책도 잊지 않겠습니다.
기나긴 무더위를 이겨낸 또 한 번의 가을입니다. 행복한 한가위 맞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