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작은 사진)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
과거 통주저음(지속적으로 연주되는 낮은 음)만 담당하던 첼로를 독주악기 영역으로 끌어올린 다섯 개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1번 F장조 op. 5-1, 2번 G단조 op.5-2, 3번 A장조 op.69, 4번 C장조 op.102-1, 5번 D장조 op.102-2)는 ‘첼로의 신약성서’로 불린다. ‘열려라, 클래식’의 저자 이헌석 씨는 그 이유를 “(베토벤의) 정신적인 고독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상호 연관적인 주제가 명확한 선율에 용해돼 있으며, 첼로의 기법도 앞(앞선 시대)의 첼로 소나타보다 훨씬 넓고 대담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와 러시아의 서정적 음악 전통을 물려받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가 9월27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로 이 ‘성서’를 들려줄 예정이다. 첼로 소나타 전곡이어서 연주회 시간이 3시간에 달하고, 두 번의 인터미션(중간휴식)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이중창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 7곡 등도 선보인다.
네덜란드 출신의 비스펠베이는 채널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30장의 음반을 발매했으며, 고전과 현대를 오가면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뛰어난 연주가다. 1996년 첫 내한 독주회 이후 2000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 2002년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로 국내 음악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비스펠베이는 2004년부터 과다니니 악기 사상 최고 경매가인 34만 파운드(약 6억원)를 기록한 1760년산 조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첼로를 사용해 풍부한 음색을 선보이고 있다. 피아노 파트를 맡은 멜니코프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리히터의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무르익은 연주자들과 악기들이 주고받을 음악적 ‘대화’가 궁금해진다.
● BEETHOVEN Works for Cello and Piano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5곡을 처음으로 모두 녹음한 이는 전설적인 거장 파블로 카잘스였다. 이후 수많은 첼리스트가 ‘첼로의 신약성서’를 독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독일 에센 폴크방 음대 교수이자 국내 화음체임버오케스트라 리더인 조영창(50) 씨 역시 그런 연주자 중 한 사람이다.
2001년 조영창 씨는 한국인 최초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는데, 올해 7월 이 미공개 음원이 하이든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등과 함께 알레스 뮤직 레이블로 발매됐다. 독일에서 텔로스 레이블로 발매된 그의 첼로 소나타(피아노 반주는 베네딕트 쾰렌)는 독일 언론들도 ‘매혹적’이라고 호평했다. 카잘스-호르조프스키, 리히터-로스트로포비치 등의 명음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 조영창-쾰렌 연주의 특징은 선율의 윤곽이 뚜렷하고 통통 튀는 맛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