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7일 오후 종로구 종묘 공원에서 열린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 장면.
관선 임시이사의 재임기간을 명시한 이 조항을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학교법인 전 소유주 간에 법정공방이 벌어지게 됐다. 광운학원 설립자인 고 조광운씨의 차남으로 광운학원 이사장, 초대 총장을 지낸 조무성씨는 2월 초 서울행정법원에 임시이사선임처분취소청구를 위한 특별대리인선임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서울지방법원에 정이사체제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임시이사선임신청을 했다.
8년째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광운학원은 현재 7명의 임시이사가 있다. 조씨는 이들이 개정된 사립학교법 25조에 따라 새 임시이사진이 구성된 2000년 1월부터 한 차례 연임을 거쳐 최대 4년 임기를 채웠으므로 더 이상의 임시이사체제는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25조 3항은 임시이사 개인의 재임기간을 규정한 것이지, 학교법인 임시이사체제의 존속기간을 4년 이내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광운학원을 비롯해 현재 관선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14개 대학(전문대 법인 포함)의 운영 주체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여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해석의 논란을 빚고 있는 사립학교법 25조 3항의 입법취지는 무엇일까. 5년 전인 1999년 국회는 사립학교법을 포함한 교육관련법 개정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원래 사립학교법에는 임시이사 임기 규정이 없었으나 당시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조속한 시일 안에 정이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임시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안을 내놓았고, 그 후 상임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한 차례 연임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민교협 등 23개 교육단체들은 “이 조항이 비리로 축출당한 사립대학 이사장이 조기 복귀할 길을 열어놓았다”며 크게 반발하고 ‘교육악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이런 정황으로 본다면 이 조항은 관선 임시이사를 파견하더라도 4년 이내에 정이사체제로 전환하라는 취지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설립자 가족간에 학원운영 갈등, 학교회계 자금 부당차입 등으로 채무변제 불능상태, 학교 비리혐의로 이사장 구속에 따른 학내 소요 등의 이유로 임시이사를 파견해온 교육부는 새 이사만 선임하면 얼마든지 임시이사체제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 상지대처럼 10년 넘게 ‘임시’로 운영되는 학교마저 생겨났다. 상지학원(상지대)은 2002년 교육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임원취임승인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내 승소하고 시민대학체제로 바뀌었다.
임시이사체제의 장기화에 따른 문제점은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거론됐다. 임시이사들은 학교 운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일부 이사장들의 경우 억대의 연봉과 판공비를 챙기면서 임기 연장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에 소극적인 이유가 임시이사 가운데 퇴직 교육관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지난해 교육부는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서원대, 상지대 등 4개 대학의 정이사체제 전환을 결정했으나, 임시이사의 임기를 문제 삼은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나머지 14개 대학까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이사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