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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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흉터 제거 ‘떴다! 핀홀법’

탄산가스 레이저 표피~진피 구멍 뚫어 피부 매끈 … 시술 간편 나이 제한 없어 각광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3-04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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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상흉터 제거 ‘떴다! 핀홀법’

    화상에 의한 상처도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요즘 아내한테서 이혼하자는 얘기를 듣고 있는 화상환자 김모씨(56). 이런 요구에 그는 차라리 이혼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씨는 어릴 때 이마에 큰 화상을 입어 늘 앞머리로 흉터를 가리고 다녔다. 그런데 사십대가 되자 머리숱이 점점 적어지면서 급기야 머리와 이마 경계선의 머리털이 거의 없어져 흉터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 이후 김씨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절대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사람 만나는 일도 꺼려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핀홀 레이저’를 이용해 화상흉터를 치료한다는 얘기를 듣고 피부과를 찾았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받아본 단 한 번의 치료로 흉터가 많이 나아지자 그는 새 생명을 얻은 것 같았고, 이후 두 달 간격으로 계속 치료받고 있다. 문제는 그의 아내가 치료받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도 아닌데 굳이 비싼 치료를 계속 받아야겠느냐는 이야기다. 김씨는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은 것은 알지만 평생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주지 않고 다 늙어서 외모에만 신경 쓴다고 타박하는 아내가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요즘은 이혼을 무릅쓰고서라도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화상환자들에겐 화상치료로 인한 고통보다 이후 남은 흉터 때문에 겪는 심적 고통이 더 크다고 한다. 특히 흉터가 얼굴이나 목, 팔, 다리 등 드러나기 쉬운 부위에 있을 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옷차림이 가벼워질수록 화상흉터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흉터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



    화상흉터는 색깔만 약간 다른 가벼운 흉터에서부터 부풀어 오르고 단단한 갑옷처럼 뭉쳐서 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한 흉터까지 상태가 다양하다. 화상을 입으면 대부분 치료가 끝나자마자 바로 흉터교정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화상흉터 치료는 시기가 중요하다. 화상을 입은 지 최소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흉터조직이 안정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 흉터교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현재 의학 수준에서 화상흉터를 완벽하게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흉터 자국을 작게 하거나 눈에 잘 띄지 않게 하는 수준인데 흉터의 넓이, 색깔, 모양, 표면상태, 위치 등에 따라 교정방법이 달라진다.

    화상흉터 치료에는 크게 성형수술과 기존의 레이저치료법이 있다. 화상흉터 부위가 넓을 땐 피부이식이나 조직확장기를 이용한 치료를 한다. 피부이식은 환자의 엉덩이나 사타구니에서 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데 피부의 질감이나 색깔이 달라서 표시가 많이 난다. 조직확장은 물주머니 같은 조직확장기를 흉터 근처 정상피부에 넣어 피부를 늘린 뒤 흉터 부위를 잘라내고 늘린 정상피부로 당겨 채워주는 것이다. 팔ㆍ다리 운동을 하는 데 불편을 줄 정도로 당기고 뭉친 흉터는 그 흉터 부위를 잘라낸 뒤 관절을 완전히 펴고 그곳에 피부를 이식한다. 흉터 부위가 그리 넓지 않을 때는 흉터 부위를 잘라내고 꿰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흉터성형수술의 경우 흉터 자체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그 크기를 줄이거나 눈에 잘 안 띄게 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미용적인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존의 레이저치료법 또한 흉터의 표면을 깎아 매끄럽게 하고, 필요에 따라 혈관레이저를 이용해 붉은 기운이나 튀어나온 부분을 가라앉혀주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의 화상흉터 치료는 투자한 시간이나 비용, 노력에 비해 미용 측면에서 만족도가 매우 낮은 편이었다.

    화상흉터 제거 ‘떴다! 핀홀법’

    핀홀법으로 화상흉터가 몰라보게 나아진 환자의 팔.

    최근 일부 피부과에서 하고 있는 ‘핀홀(pinhole) 레이저치료’는 화상흉터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은 “200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피부외과학회’에서 핀홀법을 이용한 흉터치료에 대해 발표가 있은 이후 핀홀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핀홀은 바늘구멍이란 뜻 그대로 탄산가스레이저를 이용해 흉터 부위의 표피에서부터 진피까지 촘촘하게 구멍을 뚫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피에 구멍이 생기면 딱딱하게 뭉쳐 있던 섬유조직이 풀려 울퉁불퉁하던 피부가 매끈해지고, 콜라겐이 생성되어 하얗게 변한 흉터의 색깔이 연분홍색으로 돌아와 흉터가 전체적으로 작아지고 피부조직이 부드러워진다는 것. 특히 표피에 뚫린 구멍은 모공처럼 보여 원래 피부와 비슷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통증은 얼마쯤 있지만 시술 전 마취연고를 바르므로 참을 만하고, 손바닥 3분의 2 정도의 넓이를 시술하는 데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끈기를 갖고 여러 차례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핀홀 레이저치료법의 장점은 수술에 따른 번거로움이나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레이저를 이용하므로 째거나 꿰매는 과정이 없어 시술이 간편하다. 또 흉터성형수술과 달리 치료받는 데 나이 제한이 없다.

    어릴 때 뜨거운 물에 데어 왼쪽 반신에 화상흉터가 있는 한솔이(10)도 핀홀 레이저치료를 받고 웃음을 찾았다. 다른 아이들이 외계인이라고 놀린다며 울고 들어올 때마다 한솔이 부모는 빨리 흉터성형수술을 받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피부과에서 흉터성형수술은 17세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해 그동안 치료를 미뤄왔고, 이 때문에 한솔이의 소원은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최근 핀홀 레이저치료를 받는 데 나이 제한이 없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시작했다. 한솔이는 나이도 어린 데다 화상 부위가 워낙 넓어 처음 치료를 받을 때는 통증이 심해 많이 울었다. 하지만 치료 후 흉터가 많이 없어지는 것을 느낀 한솔이는 아파도 울지 않겠다며 빨리 치료를 받고 싶다고 부모를 조르기까지 한다.

    강진문 원장은 “흉터성형수술은 관절운동에 이상이 있어 기능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곤 피부의 성장이 멈추는 17세 이상으로 미루는 게 보통”이라며 “핀홀 레이저치료법이 어린이들의 화상치료법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나이에 상관없이 치료가 가능한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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