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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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때리고 욕하고 ‘에티켓 실종’해외 원정 골퍼들에게

  • 이조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4-03-05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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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인 때리고 욕하고  ‘에티켓 실종’해외 원정 골퍼들에게

    인기 있는 오키나와의 오션 코스(오른쪽). 인천공항에서 골프클럽을 신고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여행객들.

    얼마 전 모 공중파 방송이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해외에서 나라 망신시키는 ‘어글리 코리안’, 그 중에서도 ‘골프투어’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필리핀에서 일어난 프로골퍼 사망사건에 대해 생각을 밝혀달라는 요구는 매우 곤혹스러웠다.

    필자는 고심 끝에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17년간 골프계에 몸담고 있는데 고향을 향해 칼끝을 내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꼭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남았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요즘 ‘골프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강의 때마다 한국엔 플레이만 있을 뿐 문화는 없다고 강조한다. 골프장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다 보니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고 모든 게 자기중심적으로 이뤄진다.

    골프 에티켓이 바닥 수준인 것도 돈이면 다 된다는 풍조가 그 원인이다. 건전한 레저스포츠인 골프가 국민들한테서 따돌림당하고 있는 이유 또한 졸부를 연상케 하는 일부 무례한 골퍼들 때문이다. 요즘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안티 코리안 골퍼’ 모임까지 생겨나고 있다. 올 겨울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필리핀 태국 등에서 현지인을 무시하고 욕하고 심하게는 손찌검까지 하는 한국 골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앞사람을 향해 볼을 날리는 행위는 다반사고, 끼어들기와 내기골프 등으로 일본에서도 물의를 빚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태국의 방콕과 파타야 등지의 골프장을 한국인들이 점령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라며 “한국 골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소문난 골프장에 한꺼번에 몰려들었다가 그곳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나간 골퍼들은 어떤 의미에선 관광대사요, 경제대사다. 외국에서 한국인들이 좋은 인상을 남겨야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 상품을 찾지 않을까. 일부 골퍼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한국 골퍼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골프장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한국 골퍼들은 플레이만큼은 늘 최고를 원한다. 그러나 에티켓을 비롯한 골프문화는 후진적이다.

    이제부터 연습장에선 ‘어떻게 하면 100타를 깰 수 있는가’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매너 있게 골프를 칠 수 있는가’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다. 골프 선진국처럼 핸디캡 인증서를 발행하고 에티켓을 의무화해야 ‘골프투어에 나선 어글리 코리안’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지 않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골퍼들 스스로의 각성이 가장 시급하다. 각자 골프 매너를 지켜준다면 별도의 교육이니 제도를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동남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반한(反韓) 감정’을 갖지 않도록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은 더욱 에티켓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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